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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수도권을 중심으로 2025학년도 의과대학 증원이 확정되고 대학들이 지역인재전형을 크게 늘리며 '지방유학' 시대가 전망되는 가운데 27일 대구 수성구 범어동 경신고에 의대합격 현수막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 우리 학교서 공부 좀 한다 하면 의대, 어디든 다 보내줄 수 있습니다. 앞으로는 더 늘겠지요. "
대구 수성구 범어동에 있는 경신고 김진수 진학부장은 두툼한 진학 실적 자료를 펼쳐 보이며 이렇게 말했다. 경신고는 수년간 대구뿐 아니라 전국에서 의대를 많이 보낸 고교 중 하나로 손꼽히는 곳이다. 올해 입시에서도 재수생을 포함해 40명이 넘는 학생이 의대에 갔다. 김봉준 경신고 교장은 “서울 강남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도 진학 문의가 많이 들어온다”며 “지역인재전형이 늘어나면 앞으로 의대에 진학하는 학생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지역인재전형 1068명→2238명으로 2배 증가
9곳의 지역거점국립대 의대를 중심으로 지역인재전형 모집 정원이 크게 늘면서 지역 고교·학원가가 들썩이고 있다. 최상위권 학생들이 몰리는 의대 입시가 지역 위주로 재편되고 있기 때문이다.

2024학년도까지만 해도 의대 지역인재 모집 정원은 1068명으로 전체 지역 의대 정원(1983명)의 53.9%였다. 올해 모집하는 2025학년도에는 1910명 선까지 늘어난다. 전체 지역 의대 정원(3111명)의 61%가 넘는 수준이다. 2000명이 증원되는 2026학년도에는 지역인재 선발 인원은 2238명으로 올해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나게 된다.

부산 남성여고 교사들이 지난 3월 21일 교내 강당에서 학생부 수정 발표회를 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입시업계에서는 지역인재전형 확대로 ‘지역 수혜’ 현상이 더 강화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9일 중앙일보가 비수도권 26개 의대의 2025학년도 지역인재전형 선발 인원을 권역별 일반고교 수와 비교한 결과, 지역에 따라 고교당 평균 1.6명(제주)에서 2.7명(충청)까지 지역인재전형으로 의대를 갈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4학년도만 해도 고교 평균 0.8명(강원)에서 최대 1.4명(호남)이 의대를 갈 수 있는 수준이었는데, 증원의 효과로 합격선이 크게 내려갔다. 충청권의 경우 증원 전에는 전교 1.1등이 의대 진학권이었는데, 2025학년도는 전교 2.7등까지 지역인재전형을 통해 의대 진학을 노려볼 수 있게 된 셈이다.

서울의 한 고교 진학상담 교사는 “재수생 수도 있는 데다가 학교별로 상황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단순하게 계산하긴 어려운 문제지만, 지역인재 선발 인원이 많이 늘어나 충청·강원 등 수혜를 보는 지역이 있을 수밖에 없다”며 “해당 지역 공부 좀 하는 학생들은 이제 의대 지원을 생각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지역서 공부 좀 한다 하면 의대”…전통의 강호도, 언더독도 들썩
신재민 기자
지역의 전통적 명문고 쏠림 현상이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의대에서 요구하는 높은 수능 최저기준을 맞추려면 학업 분위기가 잘 조성돼있는 학교가 유리할 것이라는 이유 때문이다. 김 진학부장은 “방과 후 수업도 수능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고, 1·2학년 교사들은 학생부 기재 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교육을 따로 받고 있다”고 했다

명문고로 불리지 않았던 이른바 ‘언더독(스포츠에서 우승이나 이길 확률이 적은 팀이나 선수)’ 일반고들도 넓어진 지역인재전형 문을 통해 의대 진학을 노리고 있다. 김형길 남성여고 교장은 “지역인재전형 중에서도 내신 1등급대 학생들이 경쟁하는 학생부 교과전형, 저소득층 등 일정 조건을 충족해야 지원이 가능한 기회균형 등 틈새를 잘 노리면 학군지가 아닌 일반고에서도 의대 진학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의대 열풍에 지역별 ‘대치동’ 몸집 키우는 중
대구 수성구 범어동 한 학원에 의대 입시 홍보물이 게시돼 있다. 이후연 기자
지역의 사교육 시장도 들썩이고 있다. 최근에는 강남의 유명 입시업체인 시대인재가 대구 수성구 범어동에 분점을 내기도 했다. ‘대구의 대치동’으로 불리는 범어동에 등록된 입시학원 수는 올해 기준 562개다. 범어동의 한 부동산 중개업자는 “지난해 말 부동산 침체기 때는 아파트 전세·매매 가격이 쭉쭉 빠졌는데, 의대 정원 확대한다는 소식이 들리고부터 조금씩 올라가기 시작하더니 지금은 많이 회복했다”며 “애들 입학하는 3월 전에는 서울, 대전 이런 데서 집 보러 온다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했다.

‘천안의 대치동’으로 불리는 천안 불당동의 학원가 거리도 의대 증원의 열기를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 “천안의 대치동으로 이주는 시작됐다”, “의대 증원 최대 수혜지역” 등의 광고 문구를 내걸며 학생들을 모집하는 곳이 있었다. 충청권은 서울 학부모들에게 일종의 지방 유학 ‘남방한계선’처럼 여겨지는 곳이기도 하다.

서울의 한 초등학생 학부모는 “SRT나 KTX로 빠르게 왔다 갔다 하기 쉽기 때문에 천안 정도는 부담이 없다”며 “대치동에 있는 유명학원 분점들도 많이 있다고 하니 부모가 좀 고생해서 통근을 하는 방안도 있다”고 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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