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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행동 100일- 의료개혁, 가보지 않은 길] ① 밀려나는 환자들
한 환자가 28일 서울 한 대학병원에서 휠체어를 탄 채 이동하고 있다. 이날은 지난 2월 19일 전공의들이 집단행동을 시작한 지 100일째 되는 날이다. 연합뉴스

지난 2월 19일 시작된 전공의 집단행동이 28일로 100일째를 맞았다. 전공의 1만501명 중 9662명(23일 기준)이 일시에 병원을 떠나면서 ‘전공의 없는 병원’은 현실이 됐다. 이들이 떠난 자리에는 환자 불안만 남았다. 상급종합병원이 의사 인력 부족으로 신규 환자 외래를 중단하는 등 진료를 축소하면서 환자들은 진단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거나, 수술 이후 항암 치료를 포기하는 등 병원 밖으로 내몰리고 있다.

A씨(80)는 지난 3월 ‘빅5’로 꼽히는 상급종합병원의 응급실을 찾았다. 알 수 없는 통증에 앉아 있기도 힘들어 응급차를 타고 갔다. 응급실에선 “암이 의심되니 혈액종양내과를 가라”고 안내했다. 의사는 “전공의가 없어서 우리 병원은 신규 환자를 받지 않으니 다른 곳을 알아보라”고 했다. A씨의 딸은 “응급환자이니 암인지 진단이라도 받을 수 있게 도와 달라”고 했지만, 의사는 “내 가족이어도 지금 상황에선 해줄 게 없다”며 돌려보냈다.

이후 다른 병원을 수소문했지만 당장 외래 예약을 잡아주는 병원이 없었다. A씨는 지난달에야 한 상급종합병원 노년 내과에서 진료를 받았다. 그는 “혈액종양내과에서 신규 환자를 받아주지 않으니 제발 협진으로 검사라도 받을 수 있게 도와 달라”고 했다. 결국 지난달 22일 다발골수종 3기 진단을 받았다. 의사는 A씨에게 “3~4개월밖에 남지 않았다”고 했다. A씨 딸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진단받기까지 한 달간 병원을 수소문하면서 ‘의사가 없어 예약이 안 된다’는 말만 반복해 들었다”며 “화가 나지만, 하루하루 암과 싸우느라 의사들과는 싸울 여력도 없다”고 말했다.

의사 집단행동 이후 상급종합병원 입원환자는 평시의 73% 수준이다. 경증환자 감소로 의료 대란은 피했지만 병원 밖으로 내몰리는 환자들이 발생하고 있다.

70대 남성 B씨는 희귀암의 일종인 신경내분비종양 4기 환자다. 항암 치료를 받던 병원에선 “의사가 부족하니 요양병원으로 가라”고 권했다. 진미향 한국신경내분비종양 환우회 회장은 “B씨는 지금 ‘의료공백 사태로 버림받았다는 생각이 든다’고 한다”며 “집에서 생을 마감할지, 요양병원으로 갈지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B씨처럼 희귀암 환자를 보는 의사나 병원은 한정돼 있다. 의료 공백으로 특히 지방에 있는 환자들은 신경내분비종양 진단 검사를 받는 것도 쉽지 않다. 이나경 대한뇌종양협회 대표는 “뇌종양은 수술 시기를 놓치면 아주 위험한 병인데, 외래 통로가 좁아지면 진단을 받을 수 없어 병명도 모르는 채 치료가 지체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병원에 입원하지 못해 집에서 ‘가방 항암’ 치료를 하는 환자들도 있다. 가방에 직접 항암 치료제와 케모포트(정맥 주입 기구) 등을 챙겨 의료진 대신 직접 치료한다는 의미다. 김성주 한국중증질환연합회 대표는 “췌장암 환자의 경우 항암치료 후 다양한 부작용에 대비해 3~4일간 병원에 머물렀는데, 지금은 입원이 어려워 집에서 가족이 의료진을 대신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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