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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공무원노동조합 서울지역본부 강북구지부 관계자들이 28일 서울 강북구청 앞에서 최근 사망한 유희선씨의 순직 처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물병 하나를 들고 있지도 못했어요.”

지난 1일 업무 스트레스, 상사와의 갈등 등을 호소하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숨진 서울 강북구보건소 소속 고(故) 유희선씨의 남편 이모씨는 28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격무에 시달리며 괴로워하던 생전 아내의 상태를 이렇게 표현했다. 언제나 의욕적이었던 아내는 과중한 업무로 인해 건강에 이상이 생겼고, 이후 많이 힘들어했다고 한다. 특히 사망 직전에는 상사와의 갈등으로 심적 부담이 컸다는 게 이씨의 설명이다.

고인은 32년차 보건직 공무원이었다. 이씨에 따르면 고인은 코로나19가 유행했던 약 4년 동안 감염병 관리 업무 실무 책임자로 있으면서 과다한 양의 업무를 소화해야 했다. 이씨는 이 기간 초과근무 시간만 계산해도 ‘월 100시간 이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씨는 고인이 오전 6시쯤 집을 나선 뒤 오후 10~11시가 돼서야 귀가하던 모습을 곁에서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그래도 언제나 의욕적이고, 책임감이 넘치던 아내였기에 이런 상황이 벌어질 줄은 상상하지 못했다고 한다.

이씨는 “(아내가) 2015년 메르스 사태 때 대책본부에 자원한 경험이 있었다”면서 “코로나19가 시작된 뒤에도 대책본부를 꾸리고 역학조사에 나가는 등 굉장히 열심히 일했다”고 전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서울지역본부 강북구지부(노조) 관계자도 “업무에 적극적이고 활달했던 분”이라며 “(소식을 듣고) 큰 충격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고인은 지난해 5월 가벼운 손목 부상을 입은 뒤 걷잡을 수 없이 힘든 상태로 빠져들었다. 이씨는 “1~2주쯤 물리치료를 받으면 되는 정도의 부상이었는데 체력적 부담이 워낙 심했던 상태라 통증은 계속 커졌다”며 “올해 1월쯤부터는 손에 힘이 없어서 물병 하나를 들고 있지도 못했고 통증으로 인해 누워 있지도, 서 있지도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통증이 오랜 기간 지속되면서 자주 병가를 제출하다 보니 동료들에 대한 미안함 등 심적 부담도 컸다”고 했다.

조직 개편에 대한 상사와의 갈등도 고인에게 큰 부담이었다고 한다. 이씨는 아내가 친구와의 카카오톡 메시지 등을 통해서도 상사로 인한 스트레스를 호소해 왔다고 말했다.

이씨는 수년간 자살 예방 업무를 담당했던 아내가 이렇게 떠난 것에 더욱 큰 아픔을 느낀다고 했다. 이씨는 “그런 문제가 있을 때 어디서 상담을 받아야 하는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었는데 이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라는 걸 저한테 말도 못 하고 떠났다는 게…”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이씨는 이날 노조와 함께 강북구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철저한 진상 규명과 아내의 순직 처리를 촉구했다. 이씨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가슴 아픈 사례가 또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히 조사하여 주시기를 바란다”며 “아내의 명예를 회복해 달라”고 울먹였다.

강북구청은 같은 날 보도자료를 내고 구체적인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 ‘직장 내 괴롭힘 조사위원회’를 가동한다고 밝혔다. 조사위에는 강북구 감사담당관 외에도 변호사 2인, 노무사 2인 등 외부 전문가가 포함될 예정이다. 이순희 강북구청장은 “위원회를 통해 사실 그대로 정확하고 공정하게 조사를 진행할 것”이라며 “사람 중심으로 사건을 해결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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