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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부처 ‘에이스’, 재계서도 눈독
열악해진 공무원 처우, 이직 결심 늘려


한화그룹은 최근 산업통상자원부 고위 관료 출신인 주영준 전 산업정책실장을 한화퓨처프루프 사업전략담당 사장으로 영입했다. 한화가 계열사 사장으로 1급 이상 고위 관료를 영입한 것은 처음이다. 행정고시 37회인 주 사장은 산업 정책의 양대 축인 산업과 에너지 정책을 섭렵한 자타공인 ‘에이스’로 꼽힌다. 한화도 이를 고려해 핵심 계열사 운영을 맡긴 것으로 알려졌다. SK그룹이 2년 전 김정일 전 산업부 신통상질서전략실장을 SK스퀘어 부사장으로 영입해 중책을 맡긴 것과 닮은꼴이다.

재계의 ‘러브 콜’을 받는 관료들이 늘고 있다. 고위직은 물론 직제상 2~4급인 국장이나 과장급에서도 두각을 나타내는 인재들은 재계의 주목을 받는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 기획재정부 출신인 이병원 전 대통령실 선임행정관을 IR팀 부사장으로 영입했다. 현대자동차는 지난달 장재량 전 산업부 다자협력과장을 영입해 글로벌통상정책실 상무 직책을 맡겼다. 현대차는 최근 1년 사이 정부 부처 과장급만 2명을 영입했다. 재계뿐 아니라 법무법인(로펌)에서도 관련 법률에 정통한 관료 출신을 선호한다. 민혜영 전 공정거래위원회 과장은 지난 2월 법무법인 이제로 자리를 옮겼다.

이직한 상당수는 업무와 연관성이 있는 곳으로 자리를 옮겼다. 28일 인사혁신처 인사통계연보에 따르면 2022년 917명이던 취업 심사 대상자 수가 지난해에는 996명으로 1년 사이 8.6% 늘었다. 퇴직한 공무원이 자신이 맡았던 분야와 관련된 업체에 재취업할 경우 유착을 막기 위해 취업심사를 받아야 하는데, 그 수가 늘어나고 있다는 의미다.

민간 영역에서 관료 출신을 선호하는 이유로는 전문성과 넓은 인맥이 꼽힌다. 곧바로 실전 투입이 가능한 경력직이라는 것이다. 성과를 내는 사례가 나타나는 것도 하나의 요인이다. HD현대일렉트릭은 산업부 차관 출신인 조석 대표이사를 영입한 뒤 전례 없는 실적을 내고 있다. 전력기기 사업 호황기와 조 대표이사의 경영 능력이 맞물린 결과물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실력이 출중한 이들이 공직을 내려놓고 민간으로 가는 사례는 행정고시를 거쳐 5급 사무관으로 임용된 이들의 마음을 뒤흔든다. 기재부에선 5급 사무관이 암호화폐거래소 두나무로 고액 연봉을 받고 이직한 사례가 여전히 회자한다. 이직이 쉽지 않은 환경을 고려해 아예 새로운 진로를 택한 이들도 있다. 한 경제부처 관계자는 “사무관의 경우 퇴사하고 로스쿨로 가는 사례가 종종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는 5급 퇴직자가 많은 현실과 결부된다.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2022년 사표를 쓰고 나가 의원면직된 공무원은 1101건이다. 이 중 절반에 가까운 500명이 5급이었다. 여기에 신규 임용 직후 그만두는 사례도 급격히 늘고 있다. 공무원연금공단에 따르면 전체 퇴직공무원 중 신규 임용 퇴직자의 비율은 2019년 17.1%에서 지난해 23.7%로 6.6%나 포인트 증가했다.

공직이 외면받는 이유로는 ‘상대적 박봉’이 첫 손에 꼽힌다. 최근 5년 동안 연평균 공무원 보수 인상률은 1.7%에 그친다. 같은 기간 민간 기업의 연평균 임금 인상률(3.3%)의 절반 수준이다. 물가가 치솟는 상황을 고려하면 상대적으로 임금이 감소하는 효과를 체감할 수 있다. 이에 반해 업무는 과중하고 ‘부담스러울’ 때가 적지 않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새로운 정책 방향에 맞춰 일하다 보면 차기 정권에서 감사원의 감사를 받을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익명을 요구한 경제부처 과장급 관계자는 “공무원 연금도 줄었고 민간 기업에서도 요즘은 정년을 채울 수 있는 상황이라 정년 이점도 없다. 처우를 개선해야 중앙부처에 남는 인재들이 늘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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