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총수·기업인들이 28일 오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빈 자이드 알 나하얀 아랍에미리트(UAE) 대통령과의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기선 HD현대 부회장, 허태수 GS그룹 회장, 이재현 CJ그룹 회장, 조만호 무신사 총괄대표, 방시혁 하이브 의장,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공동취재

우리나라를 국빈 방문한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하얀 아랍에미리트(UAE)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28일 우리 기업인들을 만나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무함마드 대통령의 요청으로 만들어진 면담 현장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등 주요 그룹 총수는 물론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방시혁 하이브 의장, 조만호 무신사 총괄대표 등 콘텐츠·패션 산업 분야 기업인도 모습을 드러냈다. 재계에서는 이번 국빈 방문을 계기로 UAE와 보다 폭넓은 경제 협력이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고 있다.

이날 오후 1시쯤 조현준 효성 회장,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허태수 GS그룹 회장, 이재용 회장, 정기선 HD현대 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이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 차례로 도착했다. 방시혁 의장이 메르세데스-벤츠의 스프린터에서 내리자 입구 주변이 술렁였다. 김택진 대표와 조만호 대표 등 이전 국빈 방문 때 모습을 보기 쉽지 않았던 이들도 눈길을 끌었다. 입장 전 기자들과 만난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경제나 문화 관련 얘기들을 나누지 않겠나"라며 기대감을 비쳤다.

무함마드 대통령의 면담은 오후 1시 30분부터 2개 분야로 나뉘어 1시간가량 진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먼저 UAE와 파트너십을 맺고 있는 대기업 총수들이 기업별로 UAE와 추가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각 그룹의 핵심 사업을 중심으로 첨단 기술을 비롯해 에너지, 방위산업, 건설, 조선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 방안이 다뤄졌다.

하이브, 무신사 등 UAE에 직접 진출하지 않았지만 무함마드 대통령이 만남을 요청한 기업들이 차례로 사업 분야를 소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의 기업 관계자는 "UAE 측이 새로 떠오르는 국내 기업과 본격 협력을 하기에 앞서 교두보를 마련하려는 성격으로 자리를 만든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부펀드 투자 유치 위해 기업인 잰걸음

조만호 무신사 대표가 28일 오후 서울 한 호텔에서 열린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하얀 아랍에미리트(UAE) 대통령과의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공동취재

재계는 막대한 국부 펀드를 등에 업은 UAE의 투자를 바탕으로 K팝 등 한류 산업에서 양국 협력이 이어지길 기대하고 있다. 'K패션' 브랜드의 중동 지역 진출 가능성도 점쳐진다. 무신사 관계자는 "중동 국가가 히잡 같은 전통 의복 때문에 패션 기업이 진출하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지만 외국인이 많이 사는 UAE는 전통 의복을 입는 인구 비중이 적다"며 "K패션 브랜드에는 기회의 땅"이라고 강조했다. 가상화폐거래소 업비트 운영사인 두나무 송치형 회장도 행사에 참석해 협력 기회를 찾은 것으로 전해졌다.

정기선 HD현대 부회장은 면담 전 기자들에게 "일반 상선과 함정을 포함한 조선 분야나 건설기계 분야, 친환경 에너지 분야에서 더 많이 협력할 수 있는 방법을 계속 찾고 있다"며 "저희 장점을 잘 설명하고 오겠다"고 말했다. 행사를 마치고 나오는 자리에서 그는 "한국을 굉장히 좋아하고 앞으로 많이 같이 하자는 말씀을 여러 차례 했다"며 "(분위기도) 굉장히 좋았고 (한국에) 애착을 많이 가지고 있다고 하셨다"고 전했다. 간담회에 앞서 취재진에 UAE와 파트너십 방안을 찾겠다고 한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행사를 마친 후 "좋은 말씀을 많이 나눴다"고 했다.

UAE 대통령이 한국을 방문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지난해 1월 윤석열 대통령의 UAE 국빈 방문에 대한 답방이다. 윤 대통령의 국빈 방문 당시 이재용 회장, 최태원 회장, 정의선 회장 등이 경제 사절단으로 동행했다. 한국은 당시 UAE로부터 300억 달러(약 41조 원) 규모의 투자 약속을 받고 총 48건의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한국일보

이윤주 기자 ([email protected]) 최현빈 기자 ([email protected]) 박경담 기자 ([email protected]) 강희경 기자 ([email protected]) 인현우 기자 ([email protected]) 김청환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