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의료공백 간호사가 지켰더니 범법자가 웬 말이냐”
“약속을 지켜라, 간호법!” “제정하라, 간호법!”

지난 23일, 간호사 2만 명(집회 측 추산)이 국회 앞에 모여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대한간호협회는 이번 달에만 국회, 용산 대통령실 부근 등에서 4차례에 걸쳐 대규모 집회를 열고 간호법 제정을 촉구했습니다. 전공의들이 의대 증원에 반발해 병원을 떠난 뒤 석 달여. '의료 공백' 속에 환자 곁을 지켜온 간호사들은 이제 간호법 제정 약속을 지키라고 정부에 요구하고 있습니다.

■간호사단체 숙원 ‘간호법’...어떤 내용 담겼나?

간호사들에게 간호법은 오랫동안 풀지 못한 난제입니다. 간호법은 현재 의료법에 포함되어있는 간호사의 업무, 지위 등을 분리해 독자적으로 규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간호사의 업무 범위를 명확히 규정해 보호하자는 취지로 지난 2005년쯤부터 여러 차례 입법 추진됐지만 현실화되지 못했습니다. 입법을 시도할 때마다 특히 의사단체의 반발이 컸습니다.

지난해에는 간호법안이 국회 본회의까지 통과해 입법 문턱까지 갔지만, 대통령의 거부권에 가로막혔습니다. 폐기된 간호법 내용 중 ‘모든 국민이 지역사회에 수준 높은 의료 혜택을 받도록 한다’는 문구가 쟁점이 됐습니다. 당시 의사단체 등은 해당 문구가 간호사 단독 개원을 허용하는 근거가 된다며 거세게 반대했고, 결국 간호법 제정은 좌절됐습니다.

■ 의료공백에 '간호법' 제정 '급물살'

무산됐던 '간호법'은 최근 의료공백 사태를 계기로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습니다. 전공의 집단사직 인한 의료공백을 간호사들이 메우면서, 간호사 역할이 재조명된 겁니다. 정부는 의료 인력이 부족해지자 진료지원(PA) 간호사를 한시적으로 합법화하고 간호법 제정에 동의했습니다.

정부가 ‘간호법’ 카드를 꺼내 들면서 간호법 제정이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습니다. 새로 발의된 간호법에선 논란이 됐던 ‘지역사회’ 문구를 삭제하고 업무 범위를 보건의료기관, 학교, 산업 현장, 재가·사회복지시설 등으로 명시했습니다.

이번 간호법안은 특히 PA간호사를 제도화한다는 측면에서 주목받았습니다. PA간호사는 절개·봉합 등 의사의 의료 행위를 일부 보조하는 간호사들을 말하는데, 이들은 관련 법 부재로 법적 보호를 받지 못했습니다.

1만 명 넘는 PA간호사가 합법화된다면 전공의들이 당장 돌아오지 않더라도 의료 공백을 막는 데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될 것이란 측면에서 정부는 간호법 제정에 의지를 보이기도 했습니다.

지난 23일, 국회 앞 의사당대로에서 열린 ‘전국 간호사 간호법안 제정 촉구 결의대회’에서 탁영란 간호협회장이 간호법 제정을 촉구하는 모습.

■21대 국회 '간호법' 무산 위기... 'PA간호사' 보이콧 예고

이번엔 정부가 입법 추진에 나섰지만, 내일(29일)이면 문을 닫는 21대 국회에서 간호법을 제정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울 거라는 전망에 힘이 실립니다. 여야 대치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열리지 않아 21대 국회 내 통과가 불투명해진 겁니다. 당장 내일 21대 국회가 종료되는데, 처리되지 않은 법안은 22대 국회가 개원하는 30일에 자동으로 폐기됩니다.

탁영란 간호협회장은 의사들이 병원을 떠난 뒤 간호사들은 밤잠 못 자며 병상을 지켜왔음에도 "관련 법이 없어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한 채 과중한 업무와 불법에 내몰리는 열악한 상황"이라며 "22대 국회가 열리고 의대 증원이 부른 의료 상황이 해소되면 간호사들은 또다시 범법자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간호법 제정이 다시 무산 위기에 처하자 간호사들은 21대 국회에서 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PA간호사 등에 대한 정부의 간호사 업무 시범사업을 '보이콧'하겠다고 선언하고 나섰습니다. PA 간호사 업무가 합법화되지 않는 이상 법적 보호 조치 없는 의료행위를 중단하겠다는 건데, 정부는 '보이콧'이 발생하지 않도록 간호협회와 소통하겠다며 차기 국회에서도 입법 추진을 계속하겠다고 밝혔습니다.

■ 제보하기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email protected]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네이버, 유튜브에서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KB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20766 원희룡 “한동훈 특검되면 당대표 못해” 한동훈 “민심·당심 흐름 못꺾어”···비방전 계속 랭크뉴스 2024.07.16
20765 케냐 '여성 토막시신' 연쇄살인범 검거…"42명 살해" 자백 랭크뉴스 2024.07.16
20764 시리아 대통령 "핵심 문제 논의해야 에르도안 만날 것" 랭크뉴스 2024.07.16
20763 K웨딩 바가지 여전… 정가 3배 뻥튀기에 고의 파산도 랭크뉴스 2024.07.16
20762 누가 집을 사는가…장관과 시장, 답이 다르다 랭크뉴스 2024.07.16
20761 ‘상생안 무시?’… 기습 수수료 인상 ‘배민’ 벼르는 정부 랭크뉴스 2024.07.16
20760 타투 잉크서 박테리아 검출…"인체 감염 위험" 랭크뉴스 2024.07.16
20759 국회·정부 방치 속에서 벌어진 ‘36주 임신중지’ 유튜브 논란 랭크뉴스 2024.07.16
20758 반환하면 국고 횡령이라더니‥수사 앞두고 말 바꾸기 랭크뉴스 2024.07.16
20757 트럼프, 국방 기밀문건 유출 혐의 소송 기각 랭크뉴스 2024.07.16
20756 [사설] 美사령관 “韓 핵추진잠수함 추진 가능”…원자력협정 개정 나서라 랭크뉴스 2024.07.16
20755 영화 ‘듄’이 현실로…소변을 물로 바꾸는 우주복 진짜 나왔다 랭크뉴스 2024.07.16
20754 젤렌스키 "11월 평화회의 준비…러시아도 참석해야" 랭크뉴스 2024.07.16
20753 “2년 간 여성 42명 토막 살인” 자백한 케냐 연쇄살인범 검거 랭크뉴스 2024.07.16
20752 美법원, 트럼프 국가기밀 유출 소송 기각… “특검 임명 절차 헌법 위배” 랭크뉴스 2024.07.16
20751 '쯔양 협박 의혹' 레커들 돈줄 막는다…유튜브 "수익화 중지" 랭크뉴스 2024.07.16
20750 트럼프 피격 후 첫 인터뷰 “기적…대선 후보 연설 다시 쓰고 있다” 랭크뉴스 2024.07.16
20749 당원 5만명 집결…트럼프 "통합의 기회 주어졌다" 랭크뉴스 2024.07.16
20748 주도권 쥔 野에 세법개정 ‘좌우’…시장 혼란 커져 [이슈&워치] 랭크뉴스 2024.07.16
20747 뉴욕증시, 트럼프 피격 충격 딛고 다우 최고치 경신…상승 출발 랭크뉴스 2024.07.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