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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열린 본회의로 21대 국회가 사실상 끝났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와 각 상임위원회에 쌓여있는 민생법안들도 자동 폐기 수순에 들어갔다.

김도읍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 지난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오동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후보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뉴스1
이날 기준으로 법사위에 계류된 법안은 1778개다. 법사위 고유 법안이 1665개, 여타 상임위를 통과해 회부된 법안이 113개다. 법사위는 2월 29일 전체회의를 열어 법안 30여개를 의결했으나, 그 뒤로는 2일 처리한 이태원특별법 외에 아무런 법안도 통과시키지 않았다. 국회 입법 기능이 3개월간 멈춘 것이다.

법사위는 각종 법안이 국회 본회의에 상정되기 전 체계·자구 심사를 위해 거쳐야 하는 관문이다. 그러나 총선 뒤 채상병 특검법 등으로 여야가 강대강 대치를 이어가면서, 법사위 간사 간 법안 처리를 위한 전체회의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잠긴 문’이 됐다. 더불어민주당 법사위 간사인 소병철 의원이 26일 “심사가 마무리된 법안들은 전체회의를 열어 단 10건이라도 처리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27일 양당 원내대표와 국회의장이 일정 재개 등을 논의했지만 성과가 없었다.

정근영 디자이너
법사위에 묶인 민생 법안의 대표 사례로 상속인이 피상속인에 대한 부양의무를 중대하게 위반했을 경우 상속권을 상실케 하는 이른바 구하라법(민법 개정안)이 꼽힌다. 2019년 가수 구하라씨가 사망한 뒤 어린 시절 집을 나갔던 친모가 나타나 유산을 받아간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민적 공분이 일자 추진된 이 법안은 20대 국회에서도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21대 국회에서 재발의 돼 1436일만인 지난 7일 법사위 법안소위를 통과했지만, 전체회의가 안 열리면서 다시 폐기 수순을 밟게 됐다.

다른 법사위 고유 법안들도 마찬가지다. 변호사의 금지 광고 유형을 대한변협 내부 규정이 아닌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하는 로톡법(변호사법 개정안), 세종시에 지방법원과 행정법원을 만들도록 한 세종법원법(법원설치법 개정안), 법관 정원을 지금보다 370명(정부 안)~1000명(민주당 이탄희 안) 늘리도록 한 법관증원법(판사정원법 개정안) 등은 그 필요성을 두루 인정받았지만 폐기가 목전이다.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의장이 정회를 선포하자 국민의힘 의원들이 본회의장을 떠나고 있다. 강정현 기자
시·도별 지역장애아동지원센터 설치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장애아동 복지지원법 개정안, 위기임산부 지원을 추가하는 등 내용의 한부모가족지원법 개정안 등 분야별 취약계층 지원 입법도 22대 국회로 미뤄졌다.

폐기 예정 목록엔 여당인 국민의힘 의원이 발의한 법안도 다수 포함됐다. 지난해 3월 구자근 의원이 대표발의하고 김기현 당시 당대표가 공동발의자로 이름을 올렸던 국민기초생활보장법 개정안이 그런 경우다. 취약계층이 기초생활보장 급여를 신청할 경우 에너지바우처까지 자동으로 발급 신청하도록 하는 이 법안은 복지위를 무난히 통과했지만, 법사위에서 막혔다. 김용판 의원이 발의한 사기범죄 신고 대응 컨트롤타워를 설치하는 내용의 사기방지기본법 제정안도 같은 경우다.

정근영 디자이너
정쟁에 가로막힌 것은 법사위만이 아니다. 각 상임위도 민생 법안 무덤이 됐다. 환노위에는 육아 휴직과 난임 치료 휴가를 확대하는 내용의 모성보호3법(근로기준법·남녀고용법·고용보험법 개정안)이 묶여있다. 산자위에선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리시설을 확보하는 내용의 고준위방폐법과, 대형마트 의무휴업·영업제한 기준을 완화한 유통법 개정안이 멈춰섰다. 기재위에선 정부 재정준칙 도입을 골자로 한 국가재정법 개정안, 반도체 투자에 대한 세액공제를 연장하는 K칩스법(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 등이 폐기됐다.

국회 관계자는 “20대 국회 마지막엔 본회의를 급히 열어 미처 처리하지 못한 민생법안을 털어내느라 바빴는데, 이번 국회는 어렵게 본회의를 열고서도 특검 재투표같은 정치적 사안에만 매몰돼 민생법안을 외면했다”며 “입법 기관으로서의 헌법 책무를 저버린 작태”라고 말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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