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박승우 삼성서울병원장이 전공의들에게 병원장 대신 선배 의사를 앞세워 현장으로 돌아와 달라고 호소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28일 의료계에 따르면 박 원장은 지난 23일 ‘그리운 선생님께’란 제목으로 소속 전공의 500여명에게 장문의 e메일을 보냈다. 박 원장은 메일 첫 문장에 “잔설이 녹기 전 떠나간 선생님을 초록이 무성해진 지금도 만날 수 없어 무척 그립다”고 썼다. 그러면서 환자들이 전공의들에게 남긴 칭찬 카드를 언급했다.

박승우 삼성서울병원 원장. 중앙포토
박 원장은 “밤늦은 시간, 수술을 앞둔 환자가 몇 번이고 같은 질문을 할 때도 최선을 다해 설명해 주던 선생님에 대한 고마움, 숟가락 사용이 어려운 재활 환자를 매번 소독해주며 안타까워하던 선생님, 늦은 시간에도 잊지 않고 면회가 어려운 중환자 가족들을 위해 손수 연락해 안부를 전해준 선생님 사연에 가슴이 따뜻해졌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환자분들이 생각하는 여러분은 질병을 잘 아는 지식인의 단면보다 나를 옆에서 지켜주고 배려해 주는 고마운 사람인 것 같다”라고 했다. 이어 “비슷한 이유로, 지금 전공의 선생님들의 빈자리를 지키고 계신 많은 교수님, 임상강사분들 그리고 다른 케어기어(병원 구성원)분들이 헌신하는 이유도 우리의 생계를 위한 직장이어서가 아니라 이곳이 생명을 지키는 최전선이고, 이 사회에서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곳이며 환자를 버리고는 우리의 존재 의미 자체가 희미해진다는 명백한 사실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박 원장의 이 같은 호소가 처음은 아니다. 지난 2월 말 전공의가 병원을 떠난 직후에도 전공의들에게 문자를 보낸 바 있다. 당시엔 “빈자리가 크니 돌아와 달라”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면 이번에는 선배 의사로서의 미안함, 염려 등을 담았다.

박 원장은 “의대 증원 사태로 인한 선생님들의 불안과 염려, 복잡한 마음에 대해 공감한다”라면서 “(증원 문제를)시원하게 해결하지 못해 선배 의사로서 안타깝고 미안하게 생각한다”라고 적었다.

다만 “그러나 40년 전 의사 과잉을 걱정하던 시대에 의대를 다니면서 앞날을 불안해하던 학생들에게 ‘아무리 시대가 변해도 좋은 의사에 대한 사회의 기대는 변하지 않으니 좋은 의사가 되기를 힘쓰라’던 스승의 말씀이 지금도 옳다고 생각한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좋은 의사가 되기를 희망한다면 이제는 환자 곁으로 돌아와 임상 의사로서 배우고 익혀야 한다”라며 “좋은 의사에게는 미래가 결코 어둡지 않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여러분의 용기 있는 선택을 기다리고, 그 선택을 존중하겠다”라고 했다.

박 원장은 이번 e메일에서 원장 명칭을 뺐다. 원장이기 이전에 스승이자 선배 의사, 동료의 마음으로 호소하기 위한 취지라는 해석이 나온다.
24일 오전 서울 시내 한 대형병원 전공의 전용공간에 출입 자제를 알리는 안내문이 놓여 있다. 연합뉴스


“전공의, 사직 수리 검토할 때”
전공의가 병원을 떠난 지 100일 넘었지만, 대다수 전공의는 요지부동 상태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3일 기준 211곳 수련병원의 전공의 출근율은 8% 정도(1만501명 중 839명)다.

정부가 수련병원장이나 진료과장이 나서 전공의 전체를 대상으로 대면 상담을 진행해 29일까지 전공의 복귀 의사 등을 제출해달라고 했지만, 상당수 병원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빅5 한 병원 관계자는 “각 진료과에 전달은 됐는데 이후 피드백이 거의 없는 것으로 안다”라며 “임상 과장이 전공의를 한 명씩 만나고 다니는 게 현실적으로 가능하겠냐는 게 일부 교수들 입장”이라고 했다.

미미하게나마 전공의들이 응하는 곳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빅5 병원 외과 계열 교수는 “실제 봐야겠지만 10명 가까이 (진료) 과장님과 면담할 예정”이라며 “고연차 전공의 중에 복귀 의사를 밝힌 경우도 있다”라고 전했다.

의료계 일각에선 전공의 사직서 처리 절차를 고민할 때가 됐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수습 차원에서라도 대법원 판결이 나오는 걸 기점으로 정부가 진료유지명령을 철회하고 사직서를 수리해 자유롭게 해주고, 향후 돌아올 전공의들은 내년에라도 와서 수련을 이어받을 길을 터줘야 한다”라고 했다.

중앙일보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27960 숨진 41살 쿠팡 기사 “개처럼 뛰고 있어요”…밤샘 주63시간 노동 랭크뉴스 2024.06.27
27959 밀가루 이어 설탕도 '백기'…빵·아이스크림값 내릴까 랭크뉴스 2024.06.27
27958 대통령실 "멋대로 왜곡, 개탄스럽다"… '尹 이태원 조작설 거론' 주장 정면 반박 랭크뉴스 2024.06.27
27957 피겨 이해인 “성추행 아냐···부모 반대로 헤어졌다 비밀 연애” 랭크뉴스 2024.06.27
27956 'BTS 입대' 미리 알고 주식 팔았다…2억 손실 피한 하이브 직원들 결국 랭크뉴스 2024.06.27
27955 "나라 지키다 돌아가신 분만…" 안산 아리셀 분향소서 파출소장 구설수 랭크뉴스 2024.06.27
27954 [단독] ‘채상병’ 이첩 문제삼던 군, ‘훈련병 사망’ 이첩엔 “잘한 것” 랭크뉴스 2024.06.27
27953 화성 화재 사망자 23명 모두 신원확인…“압수물 분석 중” 랭크뉴스 2024.06.27
27952 "망하게 해줄까" 치킨집 갑질 공무원, 대구 중구청 '뒷북' 고발 랭크뉴스 2024.06.27
27951 김진표 "尹, '이태원참사 조작가능성' 언급"…대통령실 "멋대로 왜곡"(종합) 랭크뉴스 2024.06.27
27950 ‘북러 협력 대응’ 러 선박 4척 등 독자제재…외교부, “실수 말라” 경고 랭크뉴스 2024.06.27
27949 "상간녀랑 살 거니까 당장 내 집서 나가”…불륜 들킨 남편의 ‘적반하장’ 랭크뉴스 2024.06.27
27948 윤 대통령 '문고리' 강의구, 격노설 당일 임기훈과 6차례 통화 랭크뉴스 2024.06.27
27947 현충일에 노숙인 살해한 30대男, 사전 답사까지 했다 왜? 랭크뉴스 2024.06.27
27946 사직 전공의들, 수련병원에 "사직 인정하고 퇴직금 달라" 소송 랭크뉴스 2024.06.27
27945 "누군가 쓰레기에 불붙여 던져" 고층 아파트서 신고 랭크뉴스 2024.06.27
27944 대통령실, 김진표 회고록에 “멋대로 왜곡…개탄스러워” 랭크뉴스 2024.06.27
27943 계단 돌진하더니 와장창…200만원씩 타가던 주무관의 추락 랭크뉴스 2024.06.27
27942 일본서 조심!…보도에서 전동여행가방 몰다 무면허운전 첫 단속 랭크뉴스 2024.06.27
27941 추대냐 찬반투표냐… 이재명 일극체제 앞둔 민주당의 고민 랭크뉴스 2024.06.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