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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서낙동강어촌계원이 강준치 등 포획한 유해 어종을 들어 보이고 있다. 김민주 기자
“이 큰 입으로 잉어든 붕어든 다 집어삼키 뿝니다.” 지난 21일 오전 5시쯤 부산 낙동강 하류. 0.57t 선외기 위에서 그물을 끌어올리던 서낙동강 어촌계원 박승관(59)씨가 그물 속 강준치를 가리키며 이같이 말했다. 그가 패대기친 길이 60㎝가량의 준치는 지치지 않고 펄떡이며 박씨 무릎 높이까지 튀어 올랐다. 유속이 느린 강에 사는 이 포식 어종은 최대 1m까지도 자란다. 박씨 그물엔 준치 이외에도 블루길과 배스 같은 다른 유해 어종도 가득했다.

이날 낙동강에서 만난 어민들은 준치와 배스, 블루길 등 유해 어종을 두고 “최근 몇 년 새 먹지도 못하는 고기들이 감당 안 되게 늘었다”고 입을 모았다. 이 때문에 낙동강 하류 일대엔 고기 낚는 ‘손맛’을 찾아드는 낚시꾼이 늘면서 주말이면 강변 일대에 텐트가 빽빽하게 들어선다고 한다.

반면 어민 시름은 깊어진다. 이들 유해 어종은 번식력이 왕성한 데다 내수면 어민의 주 수입 어종인 토종 붕어와 잉어, 장어, 새우 등을 닥치는 대로 집어삼키며 몸집을 키운다. 이에 산란기인 지난달부터 이곳 어민들은 유해 어종 퇴치에 구슬땀을 쏟고 있다. 박씨는 “주요 물길마다 통발을 설치해뒀다. 오전 4시에 출항해 한낮이 되도록 유해 어종을 잡아들인다”고 설명했다.

유해 어종이 늘어난 건 강의 수온이 높아져, 녹조가 창궐했기 때문으로 어민들은 보고 있다. 부산시는 유해 어종 포획 예산을 2022년 7500만원에서 지난해 1억4800만원으로 늘렸다. 이 예산으로 어민이 잡은 블루길·배스는 ㎏당 4000원, 준치는 2000원에 사들인다. 이 기간 유해 어종 포획량은 연간 19.6t에서 46.7t으로 2.4배 늘었다. 시는 올해도 같은 수준의 예산을 편성했다.

부산시 등에 따르면 유해 어종이 늘어난 건 전국적인 현상이라고 한다. 강준치는 토종이지만, 포식 어종으로 다른 개체 생육에 끼치는 악영향이 커 유해 어종으로 분류됐다. 배스와 블루길은 1960년대 어업자원으로 삼기 위해 해외에서 들여왔다. 하지만 국내에선 식용으로 인기가 없어 방치됐다가 처치가 곤란해진 경우다.

각 지자체는 토종 물고기를 지키기 위해 예산을 들여 유해 어종을 포획한다. 어민이 유해 어종을 포획하면 예산으로 수매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사들인 물고기는 마땅한 활용책이 없어 고민이다. 부산시의 경우 사들인 유해 어종을 땅에 묻거나, 일부는 사료업체에 넘긴다. 이는 전남 등지의 광어·우럭 양식장에서 사료로 쓰인다.

충청남도는 2021년 배스를 가공해 어묵 원료로 쓸 수 있는 연육 개발에 성공했다. 이 연육으로 만든 어묵이 시민을 대상으로 한 블라인드 맛 테스트에서 시중 어묵보다 좋은 평가를 받아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유해 어종은 수급량이 일정하지 않은 등 제약이 많아 실제 활용되진 못했다.

지자체 이런 시도에 대해 유보미 국립부경대 교수(식품영양학)는 “잔가시가 많은 배스 등 유해 어종 특성에 맞게 연육을 개발한 방향성은 적절해 보인다”며 “해양수산부의 유해 어종 등 부산물 활용 과제에 참여하고 정보를 공유하면 더 나은 방안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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