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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간병인·청소노동자 등 고충 호소
전공의 집단사직 사태가 석달째 넘어선 27일 서울의 한 상급종합병원 병동에 환자가 뜸하다. 김해정 기자 [email protected]

의과대학 정원 증원에 반발한 전공의들이 병원을 이탈한 지 석달이 넘은 27일 낮 서울 양천구 이대목동병원 근처의 의료용품 판매업체 ‘목동의료기’ 사장 박세현(38)씨는 매장을 연 지 2시간 반 만에 첫 손님을 맞았다. 박씨는 “평소 하루 손님이 13명 정도인데, 의사 집단행동 이후 딱 절반으로 줄었다”며 “코로나19 이후 가장 힘든 시기”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눈에 띄게 줄어든 건 병원 처방전을 손에 들고 오는 ‘알짜배기’ 손님이다. 대개 두어달치 의료용품을 한꺼번에 구매해, 매출의 핵심축이다. 박씨는 “서울 종로의 큰 의료용품 판매업체 4∼5곳이 문 닫았다던데 나도 불안하다”며 “지금은 단골손님으로 버티고 있지만, 의사 집단행동이 더 길어지면 나도 더는 버티기 힘들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의료 공백으로 일자리와 수입이 흔들리는 이들은 병원 안에도 숱하다. 경희의료원 외과 쪽에서 일하는 7년차 간호사 ㄱ씨는 3월부터 연차휴가를 사나흘씩 또는 일주일씩 반복적으로 쓰고 있다. 전공의 이탈로 수술과 입원이 급감하자 병원 쪽이 강제로 휴가를 쓰게 하는 탓이다. 유급 연차휴가는 이미 소진해 무급으로 쉬고 있다.

ㄱ씨는 한겨레에 “월세는 고정적으로 내야 하고 월급은 70만∼80만원 줄어드니 힘들다”며 “6월에도 전공의가 돌아올 가망이 없으니 또 월급이 줄게 생겼다”고 말했다. 그는 “간호사들끼리 모이면 ‘우리가 왜 의사 때문에 피해 봐야 하느냐’고 말한다. 처음엔 ‘조금만 버티자’고 했는데, 장기화하면서 무력감을 많이들 느낀다”고 했다. 이은영 보건의료노조 경희의료원지부장은 “전체적으로 간호사가 30%가량 빠진 채 일하고 있다. 정부와 의사집단 간 다툼에 환자들은 내몰리고, 병원 노동자들도 피해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병원에 직접 고용되지 않은 이들에게 환자 급감은 곧 일감 급감이다. 간병인이 대표적이다. 간병인 공급업체 ‘희망간병’에서 일하는 60대 간병인 ㄴ씨는 석달째 쉬고 있다. 그는 “노인 환자를 5년간 보살피다 잠시 쉬고 복귀하려니 일거리가 없다. 홑벌이로 그간 모은 돈을 까먹고 있는데, 앞으로가 많이 불안하다”고 말했다. 이 업체의 간병인은 75명인데, 의료 공백 이전에는 50명 이상이 서울대병원 병동이나 환자의 가정을 오가며 일했지만 현재 일하는 사람은 20명이 채 되지 않는다.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가 전국 간병인 1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4월 말 발표한 결과를 보면, 1주일 평균 근무 일수는 3.9일에서 2.0일로, 한달 수입은 평균 211만여원에서 110만여원으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1년 단위로 병원과 계약을 갱신하는 용역업체 소속 환경미화 노동자들도 불안에 시달린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8년째 청소노동자로 일하는 ㄷ씨는 이날 한겨레에 “다음달부터 하루 30분씩 단축 근무하라는 공지가 최근 나왔다”며 “이렇게 되면 매달 20만원 정도 월급이 깎이는 건데 주 6일 일해 230만원 받는 우리로선 타격이 크다. 연말엔 인원 감축 얘기까지 나오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1년 단위 근로계약을 갱신하는 이대목동병원 청소노동자 ㄹ씨는 “입원 병동에 가면 확실히 입원 환자가 많이 줄긴 했다”며 “나도 연말 (근로)계약 갱신 때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말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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