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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대 국회 내일 종료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오른쪽)와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가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김진표 국회의장과 회동을 마치고 나오고 있다. 이날 양당 원내대표는 하루 앞으로 다가온 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 안건을 김 의장 주재로 논의했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주도 강행 처리→윤석열 대통령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국회 재의결 정족수(재적 과반 출석, 출석 3분의 2 이상 찬성) 미달로 폐기.

180석(더불어민주당+더불어시민당) 대 103석(미래통합당+미래한국당)의 압도적 ‘여대야소’로 출발해 임기 중반 ‘여소야대’로 뒤집힌 21대 국회에선, 양쪽 힘의 불균형만큼 여야 대치가 거셌다. 특히 2022년 5월 윤석열 정부 출범 뒤엔 대통령이 재의요구권을 행사한 법안이 10건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한 것은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정부·여당이 ‘거대 야당의 입법독재’를 비난하고 야당이 ‘정부·여당의 독선·방탄’을 탓하는 사이, 소통과 협치는 끼어들 자리가 없었다. 그동안의 논의가 물거품이 돼 시간과 자원이 낭비되고, 진영 간 날 선 대립이 심화하며 사회적 균열이 극심해지기도 했다.

지난해 4월4일 윤 대통령이 양곡관리법에 처음 재의요구권을 행사할 때만 해도 ‘거부권 정국’이 21대 국회 마지막까지 이어질 것이라 내다본 이는 거의 없었다. 당시 양곡관리법은 초과 생산된 쌀을 정부가 의무 매입하도록 하는 내용인데, 국민의힘 반발 속에 민주당 등 야당이 밀어붙여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윤 대통령은 쌀 생산 과잉 심화와 막대한 재정 소요 등을 이유로 이를 거부했다. 대통령의 재의요구권 행사는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이후 7년 만이었다. 농민단체들은 강하게 반발했고, 정국은 급속도로 얼어붙었다.

4월13일 국회 재표결에 국민의힘은 ‘부결 당론’으로 응해, 양곡관리법은 재의결 정족수(재석 290명에 찬성 194명 이상)에 17명 모자라는 177명 찬성으로 부결됐다. 이후 재입법을 예고해온 민주당은 법 내용을 일부 수정해 재발의했고, 지난달 18일 본회의에 직회부한 상태다. 국민의힘이 여전히 반대하는 가운데, 민주당은 28일 본회의에서 이를 처리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하지만 민주당이 이를 통과시키더라도 윤 대통령이 다시 거부권을 행사하면 법안은 국회 임기 만료로 자동 폐기될 것으로 보인다.

다른 법안들의 경로도 양곡관리법과 다르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간호법 제정안(2023년 5월16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란봉투법)·방송3법(방송법, 방송문화진흥회법, 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2023년 12월1일) △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의혹 특검법, 대장동 50억클럽 의혹 특검법(2024년 1월5일) △10·29 이태원 참사 피해자 권리보장과 진상규명 및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법(2024년 1월30일) △채 상병 특검법(2024년 5월21일) 등 야당 주도로 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을 때마다 퇴짜를 놨다. 관련 단체나 이해관계자들은 반발했고, 여야 관계는 갈수록 험악해졌다. 여당의 4·10 총선 참패 이후 ‘이태원특별법’을 여야 합의로 재의결한 것을 제외하면, 법안 강행 처리와 거부권 행사의 도돌이표는 정쟁만 키울 뿐이었다.

그러는 사이, 국회가 시급하게 처리해야 하는 법안들은 뒤로 밀려났다. 헌법재판소가 위헌 또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며 개정하라고 한 법 35건(지난 1일 기준)이 대표적이다. 집회·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의 ‘해가 뜨기 전이나 진 뒤 옥외집회·시위 금지’ 조항은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14년이 지나도록 개정되지 않았다. 각각 2022년 12월과 2023년 3월 헌법불합치 결정을 받은 ‘대통령 관저 100미터 이내 집회 금지’와 ‘국회의장 공관 100미터 이내 집회 금지’ 조항은 오는 31일이 개정 시한이지만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형법의 낙태죄도 개정 시한(2020년 12월31일)을 넘긴 지 오래다.

이를 두고 국정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과 제1야당 모두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안병진 경희대 미래문명원 교수는 “거부권을 행사하겠다는 말을 함으로써 의회에서 다시 협상과 타협이 이뤄지고, 이후 어떤 건 대통령이 수용하고 어떤 건 거부권을 행사하는 상호작용이 의회정치의 중요한 과정”이라며 “그런데 채 상병 특검법 등에서 보듯, 지금의 거부권 행사는 의회정치에 반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관후 건국대 상허교양대학 교수는 “거부권은 소방차나 마찬가지로 불이 날 수 있으니 소방차가 있어야 하지만, 소방차가 자주 출동하는 게 좋은 일이냐”면서도 “민주당도 여당일 땐 뭐 하고, 야당 됐다고 방송3법 등을 통과시키자고 하면 누가 (진정성을) 믿냐”고 지적했다.

야당이 법안을 밀어붙이고,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는 현상은 22대 국회에서도 재연될 가능성이 크다. 171석(민주당) 대 108석(국민의힘)의 여소야대 구도는 윤 대통령의 남은 임기 3년 내내 유지된다. 민주당은 22대 개원 즉시 윤 대통령이 거부해 폐기된 법안을 재추진한다는 방침이다. 12석을 가진 제3당 조국혁신당은 ‘선명성’을 강조하며 치열한 대여 공세를 예고하고 있다. 윤 대통령과 여당은 아직 크게 달라진 기미가 없다. 최창렬 용인대 특임교수는 “여야가 서로를 인정하지 않다 적대적 대치가 거세졌다. 22대 국회에서도 여야가 ‘생존 게임’을 벌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지난 2일 국회 본회의에서 ‘채 상병 특검법’(해병대원 순직 사건 수사 외압 의혹 특검법)이 상정되자 국민의힘 의원들이 퇴장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email protected]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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