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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는 27일 밤 10시 46분께 “북한에서 미사일이 발사된 것으로 보인다”며 오키나와현 주 민에 피난 경보를 내렸다가 약 20분 만에 해제했다. 사진은 NHK가 공개한 영상 일부로, 북·중 접경 지역에서 북한이 쏜 발사체가 폭발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장면이다. NHK 화면 캡처
북한이 27일 군사정찰위성 2호기로 주장하는 발사체를 쏘아 올렸지만, 공중에서 폭발했다. 우리 군은 발사 2분 만에 "파편을 탐지했다"고 밝혔고, 북한도 곧 실패를 공식화했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의 발사는 27일 오후 10시 44분쯤 평안북도 동창리 위성발사장에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합참은 "동창리 일대에서 서해 남쪽 방향으로 발사한 '북 주장 군사정찰위성'으로 추정되는 항적 1개를 포착했다"며 "해당 발사체는 오후 10시 46분쯤 북한측 해상에서 다수의 파편으로 탐지됐으며, 한·미 정보당국은 정상적인 비행 여부를 세부 분석 중에 있다"고 밝혔다.

발사 2분 만에 파편을 탐지했다는 뜻인데, 북한 역시 곧바로 실패를 시인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발사 약 2시간 만인 28일 "국가항공우주기술총국이 27일 정찰위성 《만리경-1-1》호를 신형 위성 운반 로케트에 탑재해 발사"했다며 "신형 위성 운반 로케트는 1계단 비행 중 공중폭발하여 발사가 실패했다고 국가항공우주기술총국 부총국장은 밝혔다"고 전했다.

또 "그는 비상설 위성 발사 준비위원회 현장지휘부 전문가 심의에서 새로 개발한 액체산소+석유발동기의 동작 믿음성에 사고의 원인이 있는 것으로 초보적인 결론을 내렸다고 언급했다"며 "또한 기타 원인으로 될 수 있는 문제점들도 심의할 것"이라고 했다. 앞서 북한은 이날 오전 3시경 "5월 27일 오전 0시부터 6월 4일 자정 사이에 '위성 로켓'을 발사하겠다"고 일본 정부에 통보했다.

일본 역시 북한의 발사를 실패로 판단했다.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일본 관방장관은 "북한이 위성 발사를 목적으로 탄도미사일 기술을 사용해 발사한 것으로, 황해 상공에서 소실한 것으로 추정한다"고 밝혔다. 일본에서는 북한의 발사 직후 한때 오키나와(沖縄)현에 즉각 대피 경보(J얼러트)가 발령되기도 했다.

일본 정부는 27일 밤 10시 46분께 “북한에서 미사일이 발사된 것으로 보인다”며 오키나와현 주 민에 피난 경보를 내렸다가 20분 만에 해제했다. 사진은 NHK가 공개한 영상 일부로, 북·중 접경 지역에서 북한이 쏜 발사체가 폭발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장면이다. NHK 화면 캡처
앞서 일본 NHK 방송은 입수한 영상을 근거로 발사 실패 가능성을 제기했다. 영상에 따르면 밤 10시 40분쯤 중국과 북한의 국경선에서 50㎞ 떨어진 지역에서 큰 붉은 화염이 관측됐다. 북한이 사고 원인으로 언급한 '액체산소+석유발동기' 문제와 일맥상통하는 현상이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영상에 붉은 화염이 포착됐다는 건 액체 연료가 전부 연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폭발했다는 의미로, 이는 비정상적인 상황에서 폭발했다는 의미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NHK에 따르면 방위성 관계자는 "영상 상으로는 액체 연료가 탄 것으로 보이지만, 현재 상세히 분석 중"이라고 말했다.

김영옥 기자
'군사정찰위성발사시 사고 발생'이라는 제목의 조중통 보도는 대수롭지 않은 사고인 듯 담담하게 사실관계만을 다뤘지만, 이번 발사 실패는 올해 안에 위성 3기를 더 쏘아 올리겠다고 공언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으로서는 뼈아픈 결과다. 특히 러시아에 탄약과 포탄, 탄도미사일 등을 지급한 대가로 가장 절실한 위성 관련 기술을 이전받았는데, 실패로 돌아갔기 때문이다. 이번 발사를 앞두고 러시아 기술진도 북한에 입국했다고 한다. 또 엔진연소 시험도 최소 3차례 이상 실시했다.

지난해 두 차례에 걸쳐 위성 발사에 실패한 뒤 러시아의 도움으로 겨우 지난해 11월 처음 만리경 1호 발사에 성공했는데, 반드시 기술 진전을 입증해야 하는 2호기 발사에서 발사 직후 공중 폭발이라는 결과로 이어진 것이다.

지난해 발사 실패 때와 달리 재발사를 공언하지 않은 것 역시 북한이 받은 충격을 방증하는 대목일 수 있다. 특히 NHK가 북·중 국경에서 촬영된 폭발 영상을 입수해 전세계에 공개하면서 '최고존엄'의 위신에도 손상이 불가피해졌다.
지난해 11월 북한이 쏘아올린 군사정찰위성 1호인 만리경 1호 발사장면.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이를 두고 김정은이 정치적으로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타이밍을 노리다가 기술적 미흡함을 미처 개선하지 못한 채 성급하게 발사한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이날 서울에서 북핵 문제를 의제로 다룬 한·일·중 정상회의가 열렸기 때문이다.

북한은 "한반도 비핵화"를 언급한 공동선언이 나오자 두시간여만에 "조선반도 비핵화를 운운하는 공동선언이 발표됐다"며 반발하는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냈다. 곧이어 심야 도발까지 감행한 건 북한의 최대 우방국인 중국이 참여하는 정상회의라는 점도 개의치 않은 셈인데, 이는 한·일과 비핵화 문제를 논한 중국을 향한 반발 성격도 있어 보인다.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노력한다"는 2019년 직전 정상회의 수준의 표현이 들어가지 못했지만, 한·일·중이 밀착하는 모습 자체만으로도 북한의 심기를 건드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한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리창(李强) 중국 국무원 총리에게 별도 환담을 통해 북한이 민감하게 여기는 탈북민 문제에 대한 협조를 요청했다. 북한이 애시당초 이날 새벽 일본에 군사정찰위성을 다음달 4일 전에 발사하겠다고 통보한 것도 3국 정상회의에 대한 사전 반발 성격이 컸다. 다만 이날 발사는 리 총리가 출국한 뒤 이뤄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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