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임기종료 하루 앞뒀지만 여야 대치국면에 법사위 일정도 안 잡혀
법안 폐기시 내년 법관임용 25% 감소할 듯…"제대로 재판 못 할 것"


'재판 지연' 타박하고 법안은 방치한 의원들…법관증원 무산되나 (CG)
[연합뉴스TV 제공]


(서울=연합뉴스) 황윤기 기자 = 21대 국회 임기 종료가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조희대 대법원장이 적극적으로 입법을 요청한 이른바 '법관 증원법'(판사 정원법 개정안)도 폐기될 위기에 놓였다.

법원 내에서는 중점 입법 목표가 사실상 좌절된 것에 대한 실망감과 함께, 사법부에 '재판 지연' 해결을 주문했던 국회의원들이 정작 이를 해결할 법안 통과에는 소극적이라는 불만을 토로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5년간 법관 370명을 순차 증원하는 내용의 판사 정원법 개정안은 지난 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 법안심사 소위원회를 통과한 뒤 후속 절차를 밟지 못하고 계류 중이다.

이날 오후 2시로 예정된 마지막 본회의에 상정되려면 법사위 전체 회의 의결이 있어야 하는데, 법사위는 회의 일정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법관 증원법과 동시에 논의되는 검사 증원법을 두고 의원들 사이에 이견이 있는 데다 '채상병 특검법' 재표결, 국민연금 개혁 등 쟁점 법안의 처리를 놓고 여야가 대치하고 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여야가 전향적으로 타협하지 못하면 법관 증원법은 임기 만료로 자동 폐기된다.

법원은 최근 몇 년간 사건 처리 속도가 느려지면서 국민들이 겪는 각종 송사에 제때 판결을 내놓지 못한다는 비판에 시달려왔다.

코로나19와 사건 난도 증가, 법관 이탈 현상, 직장 문화의 변화 등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작년 10월 대법원과 각급 법원의 국정감사에서도 이 같은 문제는 여러 차례 지적됐다.

국민의힘 법사위원인 전주혜 의원은 "재판 지연이 심각하다는 것 (판사들도) 다 알고 계실 것"이라며 "재판 지연을 막고 법원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노력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민주당 법사위원 송기헌 의원도 "수도권 지역의 형사지방법원을 보면 처리 기간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며 "처리가 너무 지연되지 않도록 고려해달라"고 요청했다.

이 같은 의원들의 문제 제기는 지난해 12월 취임한 조 대법원장의 인사청문회에서도 마찬가지로 이어졌다.

청문위원들의 지적에 조 대법원장은 "누누이 말씀드리지만 (재판) 지연 문제는 시급히 해결되어야 한다"며 "특히 법관 증원 문제는 굉장히 시급한 현안이다. 저희로서는 국회에서 적극, 긍정적으로 해주시면 대단히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대법원장 인사청문회
(서울=연합뉴스) 한종찬 기자 = 작년 12월 5일 국회에서 대법원장(조희대) 임명동의에 관한 인사청문특별위원회 전체회의가 열린 모습[연합뉴스 자료사진]


그러나 '재판 지연'을 지적했던 법사위가 법관 증원법 통과를 위한 전체 회의 일정에는 합의하지 못함에 따라 법원은 당장 내년 신규 판사 임용부터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커졌다.

대법원 법원행정처는 내년 신규 임용 대상자 명단을 올해 10월 발표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늦어도 6월 말에는 선발 규모를 확정해야 한다. 22대 국회에서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시기를 놓치는 셈이다.

현행 판사 정원법에 따른 정원을 지키려면 최대 109명까지 선발할 수 있지만, 정원이 늘지 않으면 실질적인 선발 인원은 100명 미만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법원행정처의 설명이다.

판사의 정원이 법으로 정해져 있어 이를 초과하면 위법한 만큼 예상치 못한 상황에 대비하기 위한 '여유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통상 매년 신임 판사를 130명 수준으로 선발한 것과 비교하면 30∼40명이 줄어드는 셈이다. 평년 대비 75% 수준이다. 최근 몇 년 사이 퇴직하는 법관이 증가하는 추세인 것도 법원으로서는 불안 요소다.

신임 법관들이 충원되지 않으면 법원에서는 기존에 운영하던 재판부를 폐부하는 상황에까지 이를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재판부가 줄어들면 재판 지연은 더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

수도권 법원의 한 판사는 "휴직자, 퇴직자까지 고려해서 신규 법관을 선발해야 하는데 (현행 정원에 따른 선발 규모는) 턱없이 부족한 숫자"라며 "이대로라면 법원이 이루 말할 수 없는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email protected]

연합뉴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28786 수출·대기업 온기 느낀다는데…내수·중기는 ‘한겨울’ 랭크뉴스 2024.04.25
28785 “‘n번방’만큼 악질” 성착취물 1900개 제작·소지 초등학교 교사 랭크뉴스 2024.04.25
28784 가격 폭등에 ‘검은 반도체’ 된 김…채소·과일처럼 계약재배할까 랭크뉴스 2024.04.25
28783 “열 사람 살리고 죽는다”던 아버지, 74년 만에 백골로 돌아왔다 랭크뉴스 2024.04.25
28782 [속보] 노연홍 의료개혁특위 위원장 "구체적인 의대 정원 증원 논의할 계획 없다" 랭크뉴스 2024.04.25
28781 "사람은 양심이 있다"... 길에서 122만 원 주운 여고생이 한 말 랭크뉴스 2024.04.25
28780 “156㎝에 50㎏ 당신, 비만입니다”… 충격 결과에 시끌 랭크뉴스 2024.04.25
28779 [속보] 배터리는 충전 중...LG에너지솔루션 영업이익 1년 전보다 75.2%↓ 랭크뉴스 2024.04.25
28778 ‘채 상병 사건’ 생존 병사 “임성근의 위험한 지시가 결정적” 의견서 제출 랭크뉴스 2024.04.25
28777 선배 잘 따르던 착실한 딸이 범죄자로 돌아왔다 랭크뉴스 2024.04.25
28776 與일각 나경원·이철규 연대설에 羅 "이건 아닌데" 李 "자다 봉창" 랭크뉴스 2024.04.25
28775 "뉴진스 멤버들 정서적 돌봄 지원"...'뉴진스 맘'에 법적대응 칼 뽑은 하이브 랭크뉴스 2024.04.25
28774 [2보] 헌재 "형제자매에 유산상속 강제하는 유류분 제도 위헌" 랭크뉴스 2024.04.25
28773 [속보] “형제자매 무조건 상속, 타당한 이유 찾기 어려워”…헌재, 유류분 조항 일부 위헌 랭크뉴스 2024.04.25
28772 네이버, 13년 키운 라인 경영권 일본에 뺏기나 랭크뉴스 2024.04.25
28771 LG전자, 1분기 영업익 1조3354억원… 매출은 역대 1분기 최대 랭크뉴스 2024.04.25
28770 이복현 "금투세 유예는 비겁한 결정…공매도 재개시점 단정불가" 랭크뉴스 2024.04.25
28769 [속보] "형제자매 무조건 상속, 시대 안 맞아"... 헌재, 유류분 조항 일부 위헌 랭크뉴스 2024.04.25
28768 [속보] ‘형제자매에게 유산상속 강제’ 유류분 제도 위헌 랭크뉴스 2024.04.25
28767 학교폭력에 장애판정 받았던 30대, 장기기증으로 5명에게 새생명 랭크뉴스 2024.04.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