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재료비만 받아야 하는데 실제론 높은 금액 청구
도시가스회사 위탁받은 고객센터들 규정 어겨 
서울시 부실 관리·감독 도마… "가격 검증할 것"
도시가스 검침 계량기. 게티이미지뱅크


“도시가스 고객센터에서 일반호스 등 부품비를 인터넷 판매가보다 훨씬 높게 책정해 소비자들한테 파는데 문제 있는 거 아닙니까.”

지난 3월 서울시 기후환경본부 녹색에너지과에 민원 전화가 걸려왔다. 도시가스 고객센터들이 가정집 도시가스를 철거 및 연결해주는 과정에서 부품 가격을 부풀려 청구한다는 내용이었다. 서울시 조사 결과 상당 부분 사실로 드러났다.

27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시 도시가스 공급 규정은 전·출입(이사) 시 도시가스를 철거 또는 연결할 때 재료비 징수 업무는 도시가스 회사가 하고, 실제 소요되는 재료비를 청구하도록 돼 있다. 도시가스 철거·연결은 이사 과정에서 필수적으로 발생하는 공공 서비스의 일종이므로 시민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최소한의 재료비만 받도록 규정해놨다.

그러나 실제로는 시중가보다 2, 3배 높은 금액이 청구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시중에서는 일반호스(2m)는 4,500원, 특수호스(2m)는 1만1,000원, 퓨즈콕(가스누출 사고 방지장치)은 개당 4,500원에 구입 가능한데 청구 금액은 일반호스 7,000~1만5,000원, 특수호스 2만1,000~2만7,000원, 퓨즈콕 9,000~1만5,000원이었다.

이런 일이 발생한 근본 원인은 서울의 5개 도시가스회사(서울도시가스·코원에너지· 귀뚜라미· 예스코· 대륜이엔에스)가 재료비를 직접 징수하지 않고 위탁 계약을 맺은 고객센터가 자율적으로 가격을 책정하도록 맡겨 놓았기 때문이다. 5개 도시가스회사는 3월 말 기준 총 65곳의 고객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고객센터는 도시가스 공급을 위한 안전 점검과 연결시공, 요금고지서 발급 등의 업무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원가 이상의 가격을 청구해 온 것이다. 물론 소비자들이 직접 부품을 시중가로 구입해 고객센터에 연결해달라고만 요청하면 피해볼 일은 없다. 그러나 특수호스와 퓨즈콕 등의 생소한 부품들을 일반 소비자들이 다루는 건 어려워 고객센터에 도시가스 설치부터 연결까지 일임하는 게 일반적이다. 특히 같은 도시가스회사에 속한 고객센터조차 재료비 가격을 각각 다르게 책정할 정도로 기준과 원칙이 없었다.

도시가스회사들에 사업 허가권을 내주는 대신 관리·감독의 책임을 갖는 시는 이런 사실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도시가스회사들이 소비자들한테 직접 징수하지 않아 파악이 어려웠다는 해명이다. 이에 시는 앞으로 도시가스회사 고객센터에서 재료비 가격을 산정할 때 사유와 산출 방식은 물론 가격이 변경될 때도 내용을 보고하도록 했다. 박철웅 시 에너지관리팀장은 “동일한 도시가스회사에 소속된 고객센터는 재료비 가격을 모두 통일하라고 지난달 도시가스회사 측에 공문을 보냈다”며 “고객센터 재료비 가격이 적정한지 시가 검증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대책 마련에 앞서 고객센터들이 재료비 이상의 금액을 지금까지 어느 정도의 기간 동안 얼마나 부풀려 챙겼는지 등 철저한 진상 조사가 먼저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익명을 요구한 시 소식에 밝은 관계자는 “2016년에도 비슷한 논란이 있었다”며 “재료비 ‘뻥튀기’로 한 도시가스회사의 고객센터들이 챙긴 수익 총합이 연간 2억5,000만 원에 달한다는 분석도 있다”고 전했다. 사실이라면 10년 가까이 같은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는 의미다. 시의 관리·감독이 부실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다. 김하늬 민주노총 서울본부 정책국장은 “도시가스회사 고객센터들의 방만 운영과 관련해 시가 제대로 관리·감독을 하지 않는다고 여러 번 문제를 제기했지만 해결되지 않았다”며 “고객센터를 위탁 운영이 아닌 시가 직접 관리 감독 가능하도록 직영화 등을 포함한 공공적 성격의 형태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일보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32284 5G 서비스 소비자 불만 폭주에도… 2년간 주파수 할당 손놓은 과기정통부 랭크뉴스 2024.05.30
32283 AI로 로또 1등 맞춘다고?‥5등 당첨만 겨우겨우 "환불은 불가" 랭크뉴스 2024.05.30
32282 미 상원 군사위 공화당 간사 “한국과 핵공유” 제안…실현엔 ‘의문’ 랭크뉴스 2024.05.30
32281 [단독] 세계유산 병산서원 인근서 버젓이 자라는 대마…‘최대 산지’ 안동서 무슨 일이 랭크뉴스 2024.05.30
32280 김여정 "성의의 선물‥계속 주워 담아야 할 것" 랭크뉴스 2024.05.30
32279 불법자금 폐단으로 사라진 ‘지구당’…이재명·한동훈 ‘부활론’ 랭크뉴스 2024.05.30
32278 [기고]스페이스X와 경쟁할 준비 됐나? 랭크뉴스 2024.05.30
32277 나란히 2조원대…삼·현·기, 배당 삼국지 랭크뉴스 2024.05.30
32276 초선들은 "무조건 충성"…쇄신 외치던 여당, 친윤·친한 반목만 랭크뉴스 2024.05.30
32275 별짓 다 해도 '캔슬'되지 않아...언터처블 김호중, '오디션 권력'이 만들었다 랭크뉴스 2024.05.30
32274 최태원·노소영 이혼소송 항소심 오늘 결론 랭크뉴스 2024.05.30
32273 '휴가' 대통령이 '출장' 장관에 전화... 긴박 현안 '채상병' 논의 가능성 충분 랭크뉴스 2024.05.30
32272 저출생이 정자 문제?... 혈세 들여 정자 분석·정관 복원 지원한다니 '분노' 랭크뉴스 2024.05.30
32271 [단독] 비행 악순환 빠진 '정신질환 소년범'... 대법, 치료기관 확충 연구 랭크뉴스 2024.05.30
32270 '의대 증원' 반영된 대입전형 시행계획 발표…의협은 '촛불집회' 랭크뉴스 2024.05.30
32269 사망사고 초동수사 軍이 주도... '채상병 사건'처럼 외압 의혹 빌미만 제공 랭크뉴스 2024.05.30
32268 "尹 거부권, 野 다수결 맹신 버려야"... 극단적 여소야대 상생 해법[22대 국회 개원] 랭크뉴스 2024.05.30
32267 ‘악질’ 30대男…청소년 포함 여성 수십명 성적학대하고 불법촬영 랭크뉴스 2024.05.30
32266 오픈AI, 직원 10만명 회계업체 PwC와 챗GPT 사용 계약 랭크뉴스 2024.05.30
32265 보험금 노리고 차선 넘은 차 일부러 ‘쾅쾅’…'3억' 챙긴 20대 일당의 최후 랭크뉴스 2024.05.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