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21일 오후 서울 한 대형병원 응급의료센터 인근에서 한 환자가 휠체어에 앉아 있다. 연합뉴스
지난 22일 오후 11시쯤 전남 목포 한 종합병원 응급실에 차를 몰고 가다 가로수와 부딪히는 교통사고를 당한 70대 A씨가 도착했다. A씨는 복부 외상, 간 파열과 간 동맥 손상으로 인한 혈복강(복강 내 혈액이 고여있는 상태) 등 중증 외상을 입은 상태였다. A씨는 기도 내에 관을 삽입해 호흡을 돕는 기도삽관 시술과 수혈 등을 받았다. 이 병원 의료진은 A씨에게 추가 시술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고 중증 응급환자 전원을 돕는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응급의료센터 중앙응급의료상황실로 즉각 연락했다.

간동맥 손상으로 인한 출혈을 막기 위해 중재 시술이나 다른 외과 수술이 필요한데 이 병원에선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상황실은 전남권 대학병원 2곳과 전북권 병원 4곳, 충청권 병원 2곳 등에 전원 의뢰를 했다. 약 2시간 만에 전북 전주 전북대병원에서 A씨를 받기로 했다. 자칫 생명이 위험할 뻔했던 A씨는 무사히 옮겨져 치료 받았다.

전공의 이탈로 의료공백이 큰 상황에서 전원 센터와 병원간 시스템이 잘 작동한 사례다. 당시 전원을 책임졌던 이경원 용인세브란스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중앙응급의료상황실의 전원 조정 업무와 지역·병원 간 협력 체계를 통해 생명을 구했다”라고 말했다.

이런 역할의 응급 환자 전원 콘트롤타워(광역 응급의료상황실)는 수도권·충청권·전라권·경상권 등 4개 권역에 더 있다. 정부가 전공의 집단사직이 본격화한 직후인 3월부터 새로 연 것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비상진료 상황에서 전원 업무를 중앙응급의료상황실에서 혼자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에 권역별 상황실을 계획보다 빨리 개소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24일부터는 119 구급상황관리센터와 광역 응급의료상황실이 함께 중증 응급환자 병원 선정을 돕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심정지 환자 등 빠른 치료가 필요한 중증 응급환자는 이송 업무까지 지원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복지부에 따르면 4개 광역상황실에서 22일까지 운영 두 달 여간 누적 1709건의 전원이 이뤄졌다. 수도권(655건)이 제일 많고, 경상(646건), 충청(235건)과 전라(173건) 등이 뒤를 이었다. 전원 가능한 병원을 찾기 위해 상황실은 평균 11곳에 연락했고, 전원 완료(소요) 시간은 55분인 것으로 나타났다. 복지부 관계자는 “전공의 공백이 없던 이전 상황과 비교는 어렵겠지만 ‘응급실 뺑뺑이’를 최소화하는데 어느 정도 도움이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7월에는 인구가 많은 수도권과 경상권에도 각각 광역 상황실이 문을 연다.

이형민 대한응급의학의사회 회장은 “응급의료체계가 정상 작동한다면 이렇게 중간에서 조정하는 상황실이 굳이 필요한 이유가 없을 것”이라며 “최종 치료 병원으로 바로 못 가는 이유 중엔 응급실 과밀화가 있다. 이런 근본적인 문제부터 해결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전원 결정을 상황실이 하는 상황에서 문제가 생겼을 때 책임 소재가 명확하지 않다”며 “보내는 쪽이 책임져야 최종 치료 병원도 안심하고 환자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앙일보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23350 탄핵 목소리 키우는 민주당…실제 추진엔 ‘신중론’ 랭크뉴스 2024.06.30
23349 목동 아파트 또 화재? 소방차 21대 총출동…"불꽃 튀었지만 화재는 아냐" 랭크뉴스 2024.06.30
23348 "성관계 영상 혼자 보긴 아까워"…車에 섬뜩 쪽지 붙인 협박범 랭크뉴스 2024.06.30
23347 "비상구가 어디 있는지도 몰랐다"‥경찰·노동부 수사 속도 랭크뉴스 2024.06.30
23346 바이든보다 더 고령 펠로시 "난 바이든 교체 요구 안해" 랭크뉴스 2024.06.30
23345 푸틴 “중·단거리 핵미사일 필요”…미·러 핵무장 경제 억제 수포로 랭크뉴스 2024.06.30
23344 수술 자국서 장(腸) 튀어나왔다…"수술 봉합 풀어도 재채기 조심하세요" 랭크뉴스 2024.06.30
23343 미국 미술관 전시된 이중섭·박수근 그림 ‘위작’···관장 “도록 발행 취소” 랭크뉴스 2024.06.30
23342 [단독] 검찰, 이재명 대선 캠프 수사 확대…국방정책위 부위원장 소환 랭크뉴스 2024.06.30
23341 인스타 만들고 페이스북 올리고…나경원·한동훈 'SNS 선거전' 랭크뉴스 2024.06.30
23340 정부, 미복귀 전공의 처분 데드라인 임박…의료계는 ‘투쟁’ 만지작 랭크뉴스 2024.06.30
23339 북한 고위 간부들 ‘김정은 배지’ 첫 공식 부착…독자 체제 우상화 본격화 랭크뉴스 2024.06.30
23338 미국 미술관 전시된 이중섭·박수근 그림 ‘위작’···“전시도록 발행 취소” 랭크뉴스 2024.06.30
23337 ‘EU와 전기차 갈등’ 중국 “희토류는 국가소유” 관리 강화 랭크뉴스 2024.06.30
23336 당정 “‘인구전략기획부’ 신속 추진…화성 화재 종합 대책 마련” 랭크뉴스 2024.06.30
23335 방통위 놓고 계속 공방…“악의적인 프레임” vs “민주당은 갑질이 일상” 랭크뉴스 2024.06.30
23334 "하루 1300억 쓰는 남자" 오세훈, 러닝셔츠 차림 일상 공개 랭크뉴스 2024.06.30
23333 [단독] 미국 미술관이 내건 이중섭·박수근 그림 4점 다 가짜였다 랭크뉴스 2024.06.30
23332 [단독] "이중섭 작품 위작"…LA 미술관 초유의 사건 전말은 랭크뉴스 2024.06.30
23331 SK, 화학·바이오 ‘군살’ 줄이고 AI·반도체 ‘근력’ 키운다 랭크뉴스 2024.06.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