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학창 시절 수술비를 대신 내준 친구와 50년 만에 상봉하는 A씨. 김천경찰서 제공

이제는 기억 속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는 친구. 주름진 눈가엔 세월의 흔적이 가득합니다. 함께 보낸 학창 시절의 청춘은 어느덧 빛이 바랬지만, 그래도 두 친구의 우정에는 변함이 없었습니다. 비록 50년간 아무런 소식조차 듣지 못했지만 말이죠. 지난 25일 경북 김천의 한 지구대에서 재회한 A씨(90)와 B씨(92)의 사연입니다.

A씨와 B씨는 70여년 전 전주사범학교에서 만난 동기 사이였습니다. 그런 두 사람의 인연이 더욱 깊어진 것은 A씨가 군 입대를 앞두고 있던 어느 날, A씨가 B씨에게 보낸 편지 한 통 때문이었습니다.

당시 A씨는 다리 부상의 후유증으로 피부가 곪는 탓에 급히 수술을 받아야 했습니다. 의사는 “제때 수술받지 못하면 다리를 절단해야 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죠. 문제는 수술비였습니다. 수중에 그만한 돈이 없었던 A씨는 B씨에게 편지를 보내 자신의 상황을 알렸습니다.

친구의 딱한 처지를 들은 B씨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요. 선뜻 돕기로 결정했을까요, 혹은 망설였을까요. 그때 B씨의 심정을 알 수는 없지만, 중요한 것은 어쨌든 그가 A씨를 도왔다는 점입니다. B씨는 소장하고 있던 고가의 카메라를 팔았습니다. 그리고 그 돈을 들고 A씨의 거주지까지 찾아갔죠. A씨는 수술을 받았고, 무사히 위기를 넘겼습니다.

A씨는 B씨의 마음을 잊지 않았습니다. 전화나 편지를 주고받으며 B씨와의 우정을 이어갔다고 합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를수록 직장 탓에, 멀어진 거주지 탓에 연락이 뜸해졌습니다. 결국 연락이 끊겼고, 두 사람은 50년 동안 서로의 소식을 듣지 못했습니다.

A씨는 종종 가족에게 B씨와의 일화를 이야기했다고 합니다. 그렇게 친구를 그리워만 하던 어느 날, A씨는 우연히 한 TV프로그램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B씨가 김천 지역의 장수 노인으로 소개된 것이죠. A씨는 가족을 통해 B씨 주거지의 관할지구대인 김천서 중앙지구대에 연락했습니다.

경찰은 방송에 나온 아파트 단지 주변을 돌며 B씨의 주거지를 수소문했습니다. 전북 전주에 거주하고 있던 A씨는 B씨의 주거지를 찾았다는 기쁜 소식을 듣고 한걸음에 달려왔죠. 지난 25일 두 사람의 극적인 상봉은 이렇게 이뤄졌습니다.

50년 만에 서로를 마주한 두 친구. 어느덧 변해버린 친구의 모습을 바라보며, 두 사람은 수십년 전 서로의 젊은 날을 떠올렸을까요. 이날 두 사람이 서로의 눈을 통해 바라본 건 무엇이었을까요. 50년 세월을 뛰어넘는 두 사람의 우정에, 그리고 환하게 미소 짓는 이들의 표정에 괜스레 마음이 뭉클해집니다.

[아직 살만한 세상]은 점점 각박해지는 세상에 희망과 믿음을 주는 이들의 이야기입니다. 힘들고 지칠 때 아직 살만한 세상을 만들어 가는 ‘아살세’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세요. 따뜻한 세상을 꿈꾸는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국민일보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24336 까다로운 한국서 통하면, 세계를 홀린다…삼성동 그 파도처럼 [비크닉] 랭크뉴스 2024.07.13
24335 야당, ‘채 상병 특검 거부권 규탄’ 범국민대회 참석…여당 “생떼” 비판 랭크뉴스 2024.07.13
24334 기득권 된 586이 불편해?…현실 정치 속살 가른 ‘해체 쇼’ 랭크뉴스 2024.07.13
24333 “이렇게 안 팔릴 줄이야”...폭망한 애플의 ‘야심작’ 랭크뉴스 2024.07.13
24332 北중학생 30명 공개 총살…“대북 풍선 속 韓드라마 담긴 USB 주워 본 죄” 랭크뉴스 2024.07.13
24331 출고 한달 안 된 신차 전복사고…급발진 주장에 국과수 답변 랭크뉴스 2024.07.13
24330 나경원 “한동훈은 지금 ‘이재명 따라하기’···당권과 대권 중 하나만 해야” 랭크뉴스 2024.07.13
24329 ‘스콧 보라스’ 꿈꿨던 변호사들…스포츠 에이전트의 현실은 ‘장롱 자격증’ 랭크뉴스 2024.07.13
24328 멜라니아 美대선 무대 등판…'트럼프 후보 지명' 전당대회 참석 랭크뉴스 2024.07.13
24327 [영상] 이재용 회장, 아시아 최고 갑부 막내아들 결혼식에서 포착 랭크뉴스 2024.07.13
24326 김종인 “한동훈, 대통령 배신 못해…尹 실패하면 차기 대선 희망 없다” 랭크뉴스 2024.07.13
24325 印재벌 막내 결혼식 전세계 거물 총출동…"이재용, 뭄바이 도착" 랭크뉴스 2024.07.13
24324 바이든 기자회견 2천300만명 시청…오스카 시상식보다 흥행 랭크뉴스 2024.07.13
24323 양주 태권도장서 5살 남아 심정지…30대 관장 ‘CCTV 삭제’ 랭크뉴스 2024.07.13
24322 '태권도장 5세 남아 심정지' 전말…거꾸로 매트 사이에 넣어 10분 넘게 '방치' 랭크뉴스 2024.07.13
24321 "사두기만 하면 돈 번다"...최고 ‘안전자산’은 수도권 아파트 랭크뉴스 2024.07.13
24320 나토 정상들 '바이든 말실수' 감싸도…유럽 언론 "그는 끝났다" 랭크뉴스 2024.07.13
24319 정부 엇박자에 고삐 풀린 주담대…가계빚 어떻게 잡을까 랭크뉴스 2024.07.13
24318 인천 교차로서 오토바이-화물차 충돌‥20대 오토바이 운전자 사망 랭크뉴스 2024.07.13
24317 넷플릭스에 '포용 전략팀'이 있는 이유[김한솔의 경영전략] 랭크뉴스 2024.07.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