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1994년 수감된 신와르 응급수술 받도록 도와
"생명의 은인"… 신와르 석방 후 끊긴 인연
 이스라엘 기습 때 하마스에 조카가 끌려가
하마스 지도자 야히아 신와르(왼쪽)가 2021년 가자지구 북부 가자시티에서 열린 연설회에서 이스라엘과의 교전 중 사망한 하마스 군사 조직인 알카삼 여단 대원의 아이를 들어 올리고 있다. 가자=AFP 연합뉴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수장 야히아 신와르와 20년 전 그를 살렸던 이스라엘 치과의사 유발 비튼의 얄궂은 사연이 알려졌다. 신와르는 지난해 10월 7일 이스라엘 기습 공격을 진두지휘하면서 이스라엘인 1,400명의 생명을 앗아갔다. 하마스가 끌고간 인질 중에는 비튼의 조카도 끼어 있었다.

2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하마스 수장과 그의 목숨을 구한 이스라엘인' 제하의 기사를 통해 20년간 이어진 두 사람의 기구한 사연을 조명했다. 두 사람의 악연은 2004년 초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수인번호 7333335' 당시 청년이던 신와르는 이스라엘에 협력한 것으로 의심되는 팔레스타인인들을 살해한 혐의로 1989년부터 이스라엘 남부 네게브 사막에 있는 베르셰바 교도소에 수감 중이었다.

의대 졸업 후 이 교도소 의무실에서 근무했던 비튼은 당시 응급 상황에 처했던 신와르의 상태를 재빨리 진단해 교도소 밖 병원으로 이송시켰다. 덕분에 신와르는 악성 뇌농양 제거 수술을 받고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며칠 후 병원에서 회복 중이던 신와르를 찾아간 비튼에게 그는 감사 인사를 전했다. 비튼은 "신와르가 수술을 받지 않았다면 아마 (농양이) 터졌을 것"이라며 "그는 내게 생명을 빚졌다고 말했다"고 NYT에 말했다.

지난해 10월 7일 이스라엘 남부 레임 키부츠의 음악 축제에 참여한 시민들이 하마스의 기습 공격을 피해 달아나고 있다. 엑스 캡처


이후 두 사람은 '조심스럽게 상호 존중'하는 사이가 됐다고 NYT는 전했다. 신와르는 이전까지만 해도 교도소 간수들과 대화하는 일이 없었지만 비튼과는 정기적으로 만나 차를 마시고 대화했다. 다만 비튼은 "신와르와 대화는 개인적이거나 감정적인 것이 아니었다"며 "하마스에 관한 대화를 나눴다"고 회고했다.

두 사람이 이어가던 '적과의 대화'는 2011년 신와르가 전격 석방되면서 끝났다. 2006년 하마스에 납치됐던 이스라엘 병사 길라드 살리트와 팔레스타인인 수감자 1,027명이 맞교환되면서 신와르도 22년간의 수감 생활에 마침표를 찍고 하마스의 품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운명은 참으로 얄궂었다. 비튼은 자신이 생명을 구해줬던 신와르가 하마스 수장으로 지난해 10월 7일 새벽 이스라엘 남부를 기습하는 장면을 TV 긴급 뉴스로 지켜봐야 했다. 더구나 비튼의 조카는 기습 당시 하마스에 인질로 끌려갔다. 비튼은 "애간장이 녹는 심정"이라며 "내 생각에는 그때 내가 적인데도 신와르의 생명을 구했던 것처럼, 신와르도 같은 방식으로 내 조카를 대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하마스가 끌고간 인질 250여 명 중 100여 명만 지난해 11월 일시 휴전 때 풀려났다. 나머지 120여 명 중 30여 명은 이미 사망한 것으로 이스라엘군은 추정하고 있다.

한국일보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24654 EU, 중국산 전기차에 최대 48% ‘관세 폭탄’ 예고 랭크뉴스 2024.06.13
24653 美 "G7서 우크라와 양자 안보협정 체결…미군 참전은 아냐" 랭크뉴스 2024.06.13
24652 37세 '먹방 유튜버' 갑자기 사망…원인은 "비만으로 인한 심장마비 추정" 랭크뉴스 2024.06.13
24651 美 5월 CPI 상승률 3.3%로 둔화…Fed, 연내 금리 인하 진행 부담 줄어 랭크뉴스 2024.06.13
24650 [사설] ‘대북 송금’ 이재명 기소, ‘檢 창작’ 둘러대지 말고 진실 밝혀라 랭크뉴스 2024.06.13
24649 프랑스 가수 프랑수아즈 아르디 80세로 별세 랭크뉴스 2024.06.13
24648 미국 소비자물가지수 3.3% 상승···예상치보다 낮아 랭크뉴스 2024.06.13
24647 美 "하마스와 휴전안 이견 좁히려 노력…흥정할 시간 끝났다" 랭크뉴스 2024.06.13
24646 화난다고 뛰면 더 화나…연구된 분노 해소법은 진짜 쉽다 랭크뉴스 2024.06.13
24645 다급해진 마크롱, 극우 맹공…"제대로 일 못했다" 자책도 랭크뉴스 2024.06.13
24644 [르포]역시 ‘슈푸스타’… 푸바오, 데뷔 첫날부터 낮잠에 관람객은 무한 대기 랭크뉴스 2024.06.13
24643 韓, 카자흐 핵심광물 우선권 확보…SK에코, 리튬광산 개발한다 랭크뉴스 2024.06.13
24642 어머니의 편지 "누가, 왜 구명조끼 없이 수중수색 지시했나요" 랭크뉴스 2024.06.13
24641 서울의대 이어 연세의대도 집단휴진 가세…'빅5' 모두 문 닫나 랭크뉴스 2024.06.13
24640 [단독] 규정 없어 김건희 사건 종결했다는 권익위, 과거엔 “배우자 알선수재 가능” 랭크뉴스 2024.06.13
24639 “윤석열 대통령의 출구...개헌밖에 방법이 없다” [막전막후] 랭크뉴스 2024.06.13
24638 먹성도 장난기도 그대로…푸바오 ‘이상 무’ 랭크뉴스 2024.06.13
24637 "음란물 중독된 아마존 부족" 보도, 가짜뉴스였다…NYT 발끈 랭크뉴스 2024.06.13
24636 맨발로 흙 감촉 느끼며 걸을 땐··· ‘이런 질환’ 조심하세요 랭크뉴스 2024.06.13
24635 뉴욕증시, FOMC 결과 앞두고 인플레 지표에 고무돼 상승 출발 랭크뉴스 2024.06.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