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정년이 보장되는 안정적인 직장이지만, 거액의 돈을 줘야 들어갈 수 있는 곳" 부산항운노조를 바라보는 세간의 부정적인 시선입니다. 대규모 검찰 수사가 있을 때마다 노무 독점권을 내려놓겠다며 쇄신을 약속했지만, 헛구호에 그쳤는데요. 이번 검찰 수사에서도 채용 비리에 연루된 부산항운노조 간부 15명이 구속되는 등 모두 73명이 무더기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 부산항운노조가 '또'…채용, 승진 대가로 27억 원 챙겨

부산지방검찰청 반부패수사부는 지난해 5월부터 최근까지 1년 동안 부산항운노조 간부들의 채용 비리 관련 수사를 벌여 노조 상임 부위원장 2명과 지부장 3명, 노조신용협동조합 전무 1명 등 간부 15명을 구속기소 했습니다.

이들은 채용이나 승진을 대가로 수천에서 수억 원의 금품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는데요. 이들이 받은 금액은 무려 27억 원에 달했습니다. 이 가운데 한 60대 간부는 채용이나 승진을 약속하며 10년여간 10억 원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는데, 실제 채용이나 승진을 시켜주지도 않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부산지검이 부산항운노조 간부들로부터 압수한 현금과 수표, 상품권 등

이뿐만이 아닙니다. 부산항운노조 신용협동조합 전무는 승진 대가로 1억 원이 넘는 금품을 챙긴 것도 모자라 신협 자금도 횡령해 해외 원정 도박을 한 것으로 검찰 수사 결과 드러났습니다. 게다가 고문 변호사는 수사를 받고 있는 노조 간부의 진술 조서 사본을 유출하기도 했습니다.

■ 앉아서 월 천만 원 버는 간부…"돈 주면 더 좋은 자리 줄게"

부산항운노조는 직업안정법에 따라 부산항 내에서 하역 업무를 하는 노동자 공급 허가를 받은 유일한 노동조합으로, 독점적인 노동자 공급 권한을 갖고 있습니다. 정 조합원 7천 2백여 명, 임시 조합원 2천 4백여 명으로 전국 최대 규모 항운노조인데요.

노조 간부들은 항만에 원활하게 노동력을 공급하도록 부여받은 '조합원 선발·추천권'을 수십 년간 이를 불법 행사해왔습니다. 시급제로 일하는 임시 조합원들에게 정식 조합원이 되는 대가로 금품을 받거나, 청탁 금액에 따라 급여나 복지 혜택이 좋은 업체에 우선 채용시킨 겁니다.

간부들은 육체 노동을 하지 않고 평조합원보다 근무 시간이 훨씬 적은데도 반장 기준 세후 월 천만 원의 고임금을 받았는데요. 이 때문에 임시 조합원은 정 조합원이 되기를, 정 조합원은 간부로의 승진을 원했고, 간부들은 이를 이용해 채용과 승진 대가로 거액의 금품을 수수해온 겁니다.

부산지검

■ '처벌받아도 돈 챙기면 그만'…반백 년 비리 고리 끊기나?

부산항운노조의 채용 비리 문제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닙니다. 검찰은 2005년 11억 원 규모의 청탁 비리를 적발해 50명을 재판에 넘겼고 이 중 29명을 구속했는데요. 2019년에도 16명이 구속되는 등 31명이 기소됐습니다. 그런데도 비리가 끊이지 않자 다시 검찰이 수사에 나선 겁니다.

이처럼 반복되는 처벌에도 비리가 반복되는 건 얻은 이익에 비해 형사 처벌이 상대적으로 약하고, 범행이 드러나더라도 범죄 수익을 그대로 가질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인 것으로 검찰은 파악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검찰은 이번 수사로 드러난 범죄수익 27억 원 가운데 1억 5천만 원 상당의 현금과 수표를 압수하고 12억 원을 추징·보전하기도 했습니다.

항운노조 채용 추천권 포기 관련 부산항 노사정 협약식 모습

부산항운노조는 검찰이나 경찰 수사 결과가 나오면 관행적으로 자정 결의를 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해 왔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검찰 수사가 한창인 올해 3월 말에는 "46년 동안 독점적으로 행사한 '조합원 추천권'을 내려놓겠다"고 기자들을 불러 놓고 공식 선언을 했습니다. 부산항운노조의 채용 비리 적발, 이번이 마지막이 될지 지켜볼 일입니다.

■ 제보하기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email protected]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네이버, 유튜브에서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KB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23792 “쓱닷컴 지분 연말까지 팔아줄게” 신세계 자신만만한 배경은 랭크뉴스 2024.06.11
23791 밀어붙인 민주당, '법대로' 원 구성 외치며 다수결로 뭉갰다 랭크뉴스 2024.06.11
23790 본회의서 야권 단독 11개 상임위원장 선출 랭크뉴스 2024.06.11
23789 尹, 국빈 방문에 투르크 60억 달러 플랜트 수주 기대감↑ 랭크뉴스 2024.06.11
23788 의료계 '집단휴진' 강행 고수… 정부, 진료·휴진신고명령 강경 대응 랭크뉴스 2024.06.11
23787 재개발 ‘가이드라인’이 갈등 ‘불쏘시개’ 됐다[올앳부동산] 랭크뉴스 2024.06.11
23786 "굴릴 곳 마땅찮네" 대기자금 다시 여기 왔다…올해 28조 증가 랭크뉴스 2024.06.11
23785 정치 실종이 부른 ‘권위의 충돌’…시민들 “의료현장 돌아오라”[뉴스분석] 랭크뉴스 2024.06.11
23784 ‘품질의 대명사’ 일본차가 어쩌다...세계 최대 車 도요타의 추락 랭크뉴스 2024.06.11
23783 ‘한방’ 없었던 애플 인텔리전스… MS ‘AI 생태계’ 주도권 강화할 듯(종합) 랭크뉴스 2024.06.11
23782 도이치모터스 수사 급물살…檢 "김여사 명품백 소환때 동시조사" 랭크뉴스 2024.06.11
23781 중환자실 갔던 유재환 “살아나버렸다”…5일 전 유서엔 랭크뉴스 2024.06.11
23780 동네의원까지 휴진 동참에 의정 갈등 재점화…환자는 또 '뒷전' 랭크뉴스 2024.06.11
23779 巨野 사상초유 독주, 與 국회 거부 태세…'반쪽 개원'에 정국 급랭 랭크뉴스 2024.06.11
23778 국무부 “남북 긴장 고조 예의주시…북·러 군사협력 가장 우려” 랭크뉴스 2024.06.11
23777 “엄인숙, 남편 입원중 강제관계 임신…사망 보험금 타” 랭크뉴스 2024.06.11
23776 [김대일 칼럼]등록금 자율화해야 사학과 대한민국이 산다 랭크뉴스 2024.06.11
23775 [영상] "평화는 돈으로 구걸하는 게 아니라 힘으로 쟁취하는 것" 랭크뉴스 2024.06.11
23774 "예쁜 사진 질렸다"…中서 난리난 '못생기게' 만드는 AI 필터 [세계 한잔] 랭크뉴스 2024.06.11
23773 한일 화해무드 1년에도 한국 58%·일본 46% "부정 평가" [한일 여론조사] 랭크뉴스 2024.06.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