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니콜라스 케이지 ‘드림 시나리오’
<드림 시나리오>에서의 폴 매튜스를 연기한 배우 니콜라스 케이지. 더쿱디스트리뷰선 제공


니콜라스 케이지는 1990년대 전성기를 누렸던 배우다. 영화 <라스베가스를 떠나며>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받았고, 이후 <더 록> <내셔널 트레져> 등의 대형 액션 영화의 주인공으로 인기를 끌었다. 승승장구하던 그는 2000년대 후반 들어 출연하는 영화마다 흥행에 실패하며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어느 순간부터는 대중들에게 영화보다 인터넷 ‘밈’으로 더 익숙한 배우가 됐다.

그의 밈 중 가장 유명한 것은 영화 <뱀파이어의 키스> 속 눈을 우스꽝스러울 정도로 크게 뜬 얼굴에 ‘You don’t say? (그럴 리가?)’ 라는 문구 붙인 것이다. 이것을 시작으로 그의 영화 속 연기 장면을 토막토막 편집해 만든 웃긴 영상, 합성 사진들이 한때 유행처럼 돌아다녔다. 언론 인터뷰에서 “밈이 되기 위해 연기를 한 건 아니다”는 입장을 밝혀야 할 정도로.

<드림 시나리오>에서 갑자기 유명해진 폴 (니콜라스 케이지). 더쿱디스트리뷰션 제공


29일 개봉하는 코미디 영화 <드림 시나리오>에서 주인공 폴 매튜스를 맡은 니콜라스 케이지는 자신이 원치 않게 ‘밈’이 됐던 당시의 혼란스러웠던 감정을 활용한 연기를 보여준다.

주인공 폴 매튜스는 평범한 중년 남성이다. 대학교수인 그는 아내, 두 딸과 함께 큰 저택에 산다. 아내와도 사이가 좋고, 사춘기 딸들과는 아주 친하진 않지만 그렇다고 나쁜 사이도 아니다. 그럭저럭 행복한 인생의 조건들을 갖췄지만 폴은 늘 뭔가 아쉬워 보인다. 사실 폴은 지금보다 더 잘나가고, 유명한 사람이 되고 싶은 욕망이 있지만, 그럴 능력도 기회도 없어 아예 그런 것에는 관심이 없는 것처럼 살아왔다.

<드림 시나리오> 스틸 컷.


폴의 바람은 이상한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전 세계 사람들이 갑자기 폴을 꿈을 꾸기 시작한 것이다. 그를 아는 사람은 물론, 모르는 사람들까지도 매일 밤 폴의 꿈을 꾼다. 꿈속에서의 폴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지나가는 ‘행인 1’ 같은 역할이다. 얼굴이 알려지는 것이 곧 돈이자 권력이 되는 시대. 폴은 하루아침에 ‘드림 인플루언서’가 된다. 텅텅 비었던 강의실은 폴을 한 번 보려는 학생들로 꽉 들어차고, ‘90년대생’이 그에게 작업을 건다. 과학자들은 집단으로 발생한 기현상을 분석하고, 전 세계 언론이 그를 주목한다. 폴은 갑자기 얻은 유명세에 잠시 당황하지만 곧 그 상황을 즐긴다. ‘역시 내 인생은 이래야 했어.’ 뿌듯한 표정으로 이곳저곳 돌아다닌다.

<드림 시나리오> 속 폴이 꿈 속에서 자신을 공격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폴의 일상은 무너진다. ㈜올랄라스토리 제공


상황은 폴이 꿈속에서 사람들을 공격하기 시작하면서 급변한다. 폴이 꿈에서 자신을 망치로 때리거나 목을 졸랐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생긴다. 학생들이 ‘트라우마’를 호소해 수업은 폐강된다. 현실의 폴은 누구의 손끝 하나 건드린 적이 없지만, 사람들은 그를 비판하고 혐오한다. 그의 일상은 순식간에 무너진다.

니콜라스 케이지는 폴의 복잡하고 들뜬 감정을 정확하게 표현해 낸다. 그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드림 시나리오> 대본을 보고 자신이 ‘밈’화 되었을 때의 “혼란스러웠고, 좌절했고, 자극 받았던” 감정을 “드디어 폴 매튜스에게 적용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영화 전체가 현대 사회에 대한 거대한 은유다. 러닝타임 102분.

경향신문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23745 처음엔 몰라서, 이후엔 모른척…법 때문에 탈북민 못되는 탈북민 [사각지대 탈북민 2세들] 랭크뉴스 2024.07.12
23744 노인 1000만 시대…이르면 연말 ‘초고령 사회’ 진입 랭크뉴스 2024.07.12
23743 내년 최저임금 드디어 1만원 넘었다…시급당 얼마 받나? 랭크뉴스 2024.07.12
23742 내년 최저임금 시급 1만 30원…‘1만 원’ 첫 돌파 랭크뉴스 2024.07.12
23741 자영업자 빚 부담 가중… 연체율 뛰는데 대출금리마저 ‘요지부동’ 랭크뉴스 2024.07.12
23740 의대생 96% 국시까지 거부에…"금쪽이냐" 열받은 대학가 [현장에서] 랭크뉴스 2024.07.12
23739 [서미숙의 집수다] 이달 말 임대차2법 시행 4년…전셋값 더 오른다고? 랭크뉴스 2024.07.12
23738 [급발진 불안감 사회] ③ “사망자 다수 발생한 교통사고 처벌 수위 높여야” 랭크뉴스 2024.07.12
23737 나경원 “한동훈, 당보다 개인이 우선…대통령 탄핵 방어 못할 것” 랭크뉴스 2024.07.12
23736 [단독]"VIP 표현 부풀린 것"…임성근 구명설 '멋쟁해병' 5인의 입 랭크뉴스 2024.07.12
23735 [해외칼럼]‘바이든 난제’와 백악관의 두 여인 랭크뉴스 2024.07.12
23734 전국 곳곳 소나기…수도권·충북 오전 미세먼지 '나쁨' 랭크뉴스 2024.07.12
23733 "대선 때 후회"… '노무현 종부세-문재인 금투세' 손보는 이재명 랭크뉴스 2024.07.12
23732 尹 "러북 불법적 협력 무력화할 것…우크라 재건지원 확대" 랭크뉴스 2024.07.12
23731 "당 꼬라지, 정신 못차려 한심"…與 집안싸움에 고개 젓는 대구 랭크뉴스 2024.07.12
23730 나토와 우방국들 "북러 군사협력 강력 규탄"... 尹 "우크라 지원 두 배로" 랭크뉴스 2024.07.12
23729 이래서 수수료 올렸나…배민, 한국서 벌어 독일 4000억 퍼줬다 랭크뉴스 2024.07.12
23728 10년 묵은 편두통, 홈쇼핑에서 고쳤다고? [약 읽어주는 안경진 기자] 랭크뉴스 2024.07.12
23727 고대의료원도 오늘부터 진료 축소…전공의 사직 처리 '눈앞' 랭크뉴스 2024.07.12
23726 최저임금 1만원 넘었다…내년 1만30원으로 1.7% 인상(종합2보) 랭크뉴스 2024.07.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