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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 뺑소니 혐의를 받는 트로트 가수 김호중씨가 지난 24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을 나와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음주운전 사실을 숨기려고 온갖 ‘사법 방해’ 행위를 일삼다 구속된 트로트 가수 김호중씨 사건은 우리 사회의 비뚤어진 스타 의식과 팬덤 문화를 되돌아보게 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연예인은 무조건 옹호하고 나서는 일부 극성팬들과 이를 뒷배 삼아 일탈 행위를 서슴지 않는 무책임한 스타 의식이 급기야 사법 시스템까지 농락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김씨 일당에게 엄중한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

지난 24일 음주 뺑소니 혐의로 구속된 김씨가 사건 발생 직후 보여준 행동은 일반인은 감히 상상도 못 하는 것이었다. 연예인도 음주운전 사고를 내면 현장에서 적절한 조처를 하고 법에 따라 처벌을 받는 게 마땅하다. 그런데 김씨는 사고를 낸 뒤 그대로 달아났고, 막내급 매니저에게 수차례 전화해 자기 대신 허위로 자수해달라고 종용했다. 막내 매니저가 이를 거부하자, 다른 매니저가 김씨 옷을 입고 경찰에 허위 자수했다. 김씨 소속사의 다른 직원은 차량용 블랙박스 메모리칩을 삼켰다고 주장했다.

이런 행위들은 모두 공무집행방해와 증거인멸에 해당하는 중대 범죄다. 김씨는 사고 직후 편의점에서 술을 사기도 했는데, 사고가 난 뒤에 술을 마셨다고 주장하려는 꼼수로 보였다. 그는 사고 발생 17시간이 지나서야 경찰서로 가서 음주 측정에 응했다. 하나부터 열까지 범행을 은폐하기 위해 치밀하게 계획한 대로 움직인 것이다. 김씨는 음주 사실을 강하게 부인하면서 공연을 강행했고, 팬들에게는 “모든 진실은 밝혀질 것”이라며 사안을 호도했다. 그러다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소변검사 결과 알코올 부산물이 나오자, 그제서야 말을 바꿔 음주 사실을 시인했다.

김씨의 구속영장을 발부한 판사는 영장실질심사에서 “똑같은 사람인데 김호중은 처벌받으면 안 되고, 막내 매니저는 처벌받아도 괜찮은 것이냐”라고 일갈했다. 김씨의 비뚤어진 스타 의식을 꾸짖은 것이다. 팬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연예인이 도덕적으로도 훌륭하다는 평가를 받기를 원한다. 팬클럽이 연예인의 이름으로 봉사활동을 하거나, 기부를 하는 이유일 것이다. 김씨는 이런 팬들에게 거짓말을 하면서 공연을 강행했다. 수십억원에 이르는 공연 수입과 위약금을 염두에 둔 행동으로 보인다. 팬심을 악용한 김씨 일당의 죄가 무겁지만, “살다 보면 그럴 수 있다”며 그를 감싸고돈 일부 극성팬들의 책임도 결코 가볍지 않다. 이번 사건이 인기 스타와 팬들 모두 더 성숙해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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