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지난 24일 경기 평택항 기아 자동차 수출 전용 부두 야적장에 선적을 앞둔 차량이 주차돼 있다. 평택 | 김경학 기자


지난 24일 오후 경기 평택항 4·5번 부두. 남북으로 약 450m, 동서로 약 300m 야적장에는 차량 6300여대가 늘어서 있었다. 2008년 2월 준공된 이 부두는 기아의 자동차 수출 전용 부두다. 평택항 1~3번 부두도 자동차 부두이긴 하지만 수출 전용 부두는 4·5번밖에 없다. 야적된 차량은 모두 국내에서 생산한 기아 차량이었다.

이날 섭씨 21도에 바람도 있는 선선한 날이었지만, 그늘 한 점 없는 땡볕에 장시간 노출돼 있는 건 차량에 좋을 리 없다. 통상 하루 배에 싣는 대수는 2500대라 운이 나쁜 차량은 3일가량 야적장에서 대기해야 한다. 대기 중인 차량 모두 후드와 천장, 트렁크에 하얀 비닐을 쓰고 있었다. 차량 내부 온도가 급속도로 올라가는 걸 막고, 혹시 모를 오염을 막는 등 외관을 보호하기 위해서였다.

지난 24일 경기 평택항 기아 자동차 수출 전용 부두 야적장에 선적을 앞둔 차량이 주차돼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가지런히 줄 서 있는 차량의 종류는 다양했다. 국내에서도 인기 있는 쏘렌토·스포티지와 같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뿐 아니라 EV6·EV9 등 전기차도 적지 않았다. 기아 자료를 보면 기아가 지난해 수출한 104만8578대 중 내연기관 차량은 70만4107대(비중 67%)고, 전기차(17만8412대·17%)를 포함해 하이브리드 등 친환경 차량은 총 34만4471대(33%)다. 특히 내연기관 차량 중 눈에 띈 건 차량 크기가 상대적으로 작은 경차 모닝이었다. 정세원 기아 수출선적팀장은 “북미에서는 상대적으로 EV9과 같은 큰 전기차를 선호하고, 모닝은 유럽에서 선호도가 높다”고 말했다.

차량을 싣고자 정박 중인 배의 목적지는 달랐다. 스페인·영국·벨기에·네덜란드 등 유럽으로 향하는 5번 부두의 ‘돈 카를로스’호는 총 톤수가 6만7141t으로, 차량 7000대를 실을 수 있다. 길이는 228m로 서울 삼성동 무역센터를 눕혀놓은 것과 같았다. 최근 중동 정세가 불안정해 홍해와 수에즈 운하가 아닌 아프리카 희망봉을 거쳐 가는데 운하 통과보다 약 9일 정도 더 걸린다고 했다.

4번 부두에서 선적을 진행하는 ‘글로비스 스타’호는 미국 서부 와이니미와 샌디에이고로 향한다. 길이는 200m로 조금 짧았지만 총 톤수는 7만1177t에 달했다. 이날 싣는 차량은 현대자동차·기아 5200대로, 이 가운데 전기차는 570대가량이었다. 안전 장구를 착용하고 야적장에서 걸어가 승선한 차량도 직접 확인했다. 배 안은 철판이 깔린 야외 주차장과 비슷했다. 이 배의 경우 12층으로 구성돼 있는데, 야적장에서 들어가는 입구는 5층에 해당했다. 공간을 조금이라도 더 아끼기 위해 차량은 30~50㎝ 간격을 두고 빼곡히 들어서 있었다.

지난 24일 경기 평택항에 정박한 글로비스 스타호에 실린 차량들이 고정돼 있다. 평택 | 김경학 기자


이날 평택항을 방문한 기자단과 동행한 강경성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은 올해 자동차 수출 흐름이 견고하다며 목표치를 상향 조정했다. 강 차관은 “올해 초 자동차 수출 984억달러(차 750억·부품 234억)를 목표로 설정했지만 현재 흐름상 1000억달러(차 760억·부품 240억)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행여 1000억달러에는 못 미치더라도 사상 최고치였던 지난해(부품 포함 939억달러)은 돌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부가 이 같은 자신감을 내비친 데는 이유가 있었다. 지난해 사상 최고치였던 자동차 수출은 올해도 호조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올해 1~4월 대미 수출 실적은 424억달러로 같은 기간 역대 1위를 기록했다. 지난달 대미 수출 자동차는 359억달러, 자동차 부품은 7억4229만달러로 각각 역대 월별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정인교 통상교섭본부장은 이날 열린 ‘제5차 수출지역 담당관 회의’에서 “5월에도 흐름이 이어지며 무역수지 흑자를 견인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정부도 이러한 수출 호조세가 올해 최대 수출실적 달성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총력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경향신문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23475 가족에 들킬까 봐…방에서 출산 후 발로 눌러 숨지게 한 미혼모 랭크뉴스 2024.06.10
23474 "여자친구 팔겠다"‥1,560% 사채 운영하며 협박·공갈 일삼은 조폭 실형 랭크뉴스 2024.06.10
23473 "이정재 믿고 손잡았는데, 경영권 편취 당했다" 래몽래인 반박 랭크뉴스 2024.06.10
23472 北 공작원과 연락한 전북 시민단체 대표에 징역 8년 구형(종합) 랭크뉴스 2024.06.10
23471 하루살이가 많아졌다고? 오히려 줄었다…문제는 인간인 것을 랭크뉴스 2024.06.10
23470 베트남서 ‘성관계 거절’ 여성 살해한 한국 남성, 전직 프로게이머였다 랭크뉴스 2024.06.10
23469 푸바오 학대 의혹 풀릴까?…중국, “12일부터 대중에 공개” [지금뉴스] 랭크뉴스 2024.06.10
23468 [르포] "적 도발, 끝까지 응징한다" 표적 향해 불 뿜은 전차 포구 랭크뉴스 2024.06.10
23467 ‘미군 얼차려’는 다르다…전체 군기훈련은 교관도 함께 랭크뉴스 2024.06.10
23466 기름 넣었는데, 달리다 멈춘 車…주유소 '빗물 휘발유' 날벼락 랭크뉴스 2024.06.10
23465 ‘베르사유 궁전 예매’에 ‘출장보고서 대리 작성’까지…권익위, 전수조사 랭크뉴스 2024.06.10
23464 "2200만원 돈 목걸이 받아보셨나요?"…동생 결혼식에 누나들이 선물 화제 랭크뉴스 2024.06.10
23463 금감원 “공매도 전산 시스템 내년 3월까지 구축하겠다” 랭크뉴스 2024.06.10
23462 울주군, ‘과열’ 케이블카 올라탔다…영남알프스 환경영향평가 제출 랭크뉴스 2024.06.10
23461 밀양 성폭행 사건 가해자 신상공개 유튜버 고소·진정 16건 접수 랭크뉴스 2024.06.10
23460 “경영권 탈취 중단하라”… 래몽래인 대표, 이정재 회사 소송에 반박 랭크뉴스 2024.06.10
23459 NFT인데 대량 발행?…앞으로 가상자산으로 법 적용 받는다 랭크뉴스 2024.06.10
23458 ‘음대 입시 비리’ 현직 교수 5명 연루…“고액 과외생 합격시켜” 랭크뉴스 2024.06.10
23457 “SM이 개인 매출 10% 요구해”… 엑소 첸백시, 오늘 긴급 기자회견 랭크뉴스 2024.06.10
23456 합참 “밤사이 오물 풍선 310여 개”…“특이 동향 없어” 랭크뉴스 2024.06.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