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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부터 사실상 사라진 경제 뉴스가 하나 있다. 삼성전자가 몇 나노급 반도체를 세계 최초로 개발하고 양산한다는 뉴스다. 무어의 법칙(2년마다 반도체 성능이 2배씩 증가한다)이 더는 통하지 않을 정도로 집적 기술이 한계에 이른 탓도 있지만, 챗지피티 등장 이후 인공지능(AI) 경쟁이 본격화하면서 반도체 산업의 판도 자체가 바뀌었기 때문이다. 핵심 프로세서(연산처리장치) 기능을 시피유(CPU·중앙처리장치)가 아닌 지피유(GPU·그래픽처리장치)가 담당하게 됐고, 디램(DRAM)을 층층이 쌓아 올리는 고대역폭 메모리인 에이치비엠(HBM)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지피유와 에이치비엠 각각의 일인자인 미국의 엔비디아와 에스케이하이닉스 주가가 급등하는 이유다.

메모리반도체의 절대 강자인 삼성전자가 에이치비엠 경쟁에서 밀리게 된 이유는 익히 알려져 있다. 하이닉스가 2013년 12월 세계 최초로 에이치비엠을 개발했지만, 2세대인 에이치비엠2 양산은 삼성이 먼저 하는 등 엎치락뒤치락했는데, 삼성은 2019년 에이치비엠 개발팀을 돌연 해체했다. 비용 대비 성능이 떨어져 성장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오판한 것이다. 2021년 다시 뛰어들었지만, 2년여의 공백을 따라잡느라 허덕이고 있다. 최근 외신 보도로 삼성이 엔비디아 테스트 통과에 실패했다고 알려진 5세대 에이치비엠3E는 하이닉스가 이미 엔비디아에 독점 공급하고 있는 제품이다.

삼성의 굴욕은 이것만이 아니다. 엔비디아는 반도체 설계업체(팹리스)여서 생산을 대만의 티에스엠시(TSMC)에 맡기고 있는데, 기존 시피유 시대의 디램과 달리, 인공지능 반도체는 지피유와 에이치비엠을 동시에 패키징해야 해서 삼성의 에이치비엠 성능 테스트를 사실상 티에스엠시가 하고 있다. 티에스엠시가 파운드리(비메모리) 분야의 경쟁자인 삼성에 더 깐깐하게 굴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한국의 에이에스엠엘(ASML)이라 할 수 있는 반도체 장비 회사 한미반도체와의 악연도 발목을 잡는다. 한미반도체는 에이치비엠을 만드는 핵심 장비인 ‘듀얼 티시(TC)본더’를 생산하는데, 하이닉스와 미국의 마이크론테크놀로지에만 공급하고 있다. 한미반도체는 과거 삼성에 패키징 장비를 납품했다가 기술을 탈취당해 소송까지 가서 승소한 뒤 삼성과 관계가 끊긴 상태다.

삼성은 임원들의 주 6일 근무, 올드보이의 사령탑 복귀 등 복고적 대책을 내놓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또 다른 위기가 진행 중이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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