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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부머, 과거 노년층과 달리
유산 남기기·기대 수명 증가에 노후 걱정
축적한 富 소비하기보다 저축
한국·미국·독일 노년층 저축률 증가


베이비부머 세대의 은퇴 시점이 다가오고 있는 가운데 이들이 과거 노년층처럼 젊은 시절에 축적한 재산을 소비하기보다 재산을 유지하거나, 심지어 늘리려고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 노년층이 소득보다 더 많은 금액을 지출한 것과 다른 성향이다. 이에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26일(현지 시각) “2020년대와 2030년대에 세계 경제가 직면한 문제는 베이비부머가 지출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베이비부머는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1946년에서 1964년 사이에 태어난 세대로 역사상 가장 운이 좋은 세대로 꼽힌다. 이들은 전 세계 경제가 강력하게 성장하던 시기에 유년기를 보냈다. 경제활동을 한창 하던 시기에는 이자율 하락, 수입 증가, 주택건설 감소 등으로 부를 축적할 수 있었다. 베이비부머는 미국 인구의 20%를 차지하고, 순자산의 52%를 소유하고 있다. 이는 76조 달러 상당이다.

미국 플로리다 주 새러소타에 있는 보건부 새러소타 코로나19 백신 접종 클리닉에서 지난 2021년, 65세 이상의 노인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던 모습. / 로이터

경제학에서 흔히 말하는 ‘생애주기 가설’에 따르면 노년층은 그들이 버는 것보다 더 많이 소비하고, 집과 같은 자본은 팔면서 생계를 유지한다. 이에 경제학자들은 베이비부머가 은퇴하면서 이들이 부를 축적하기보다 소비로 전환하면서 인플레이션이 발생하고, 이로 인해 기준 금리가 높게 유지될 것으로 봤다.

하지만 최근 조사를 보면 베이비부머는 은퇴 이후에도 소비에 집중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례로 노년층 비중이 높은 일본과 이탈리아는 수년 동안 낮은 인플레이션과 이자율을 유지하고 있다. 경제학자인 니미 요코와 찰스 호리오카가 2019년 작성한 논문에 따르면 일본 노인들은 1년 동안 순자산의 1~3%만 지출한다. 이탈리아의 경우, 은퇴한 노인의 40%가 계속해서 부를 축적하고 있다. 이를 두고 경제학자들은 베이비부머가 생애주기 가설보다 ‘부의 축적 퍼즐’(wealth decumulation puzzle)에 더 적합하다고 본다. 부의 축적 퍼즐은 생애주기 가설보다 더 천천히 자신의 부를 소비한다는 새로운 이론이다.

미국 관련 데이터를 봐도 이런 변화를 확인할 수 있다. 1990년대 중반 당시 65~74세의 노년층은 자신들이 버는 것보다 10% 더 많이 지출하면서 부를 탕진했다. 하지만 2015년부터 이 연령대 사람들은 소득의 약 1%를 저축한다. 이는 연방준비은행 조사에서도 나타난다. 1995년 조사에서 은퇴 가구의 46%가 지난 1년 동안 저축한 것으로 집계됐다. 2022년에는 그 비중이 51%로 증가했다.

한국, 캐나다, 독일 노년층 중에서도 저축률이 늘고 있다. 2019~2023년까지 한국의 65세 이상 저축률은 26%에서 29%로 급증하면서 다른 연령층보다 더 크게 늘었다. 캐나다에서 65세 이상인 이들의 저축률은 감소세를 이어가다가 2015년경 베이비부머 세대가 은퇴하기 시작한 이후 저축률 감소세가 멈췄다. 독일에서도 2017년 은퇴한 사람들의 저축률이 17%였으나 2022년에는 22%로 늘었다.

베이비부머가 지출을 꺼리는 것은 자식들에게 유산을 남기고 싶다는 마음과 더불어 늘어난 수명으로 노후에 대한 걱정이 늘었기 때문이다. 미국인들은 1980년대와 1990년대보다 2000년대 들어와 매년 약 50% 더 많은 상속을 받는 중이다. 또한 100세 시대가 도래하면서 노후를 대비해야 한다는 압박감도 커졌다. 싱크탱크인 복리후생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미국에서 은퇴 후 충분한 돈을 가질 것이라고 확신하는 퇴직자는 2000년대 중반 40% 이상이었으나, 최근 들어 30% 미만으로 감소했다. 이런 두려움은 행동을 변화시킨다. 영국의 싱크탱크인 재정연구소의 연구에 따르면 장기 요양 비용을 지불해야 할 가능성이 ‘0′이라고 믿는 사람들은 재산을 더 빨리 소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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