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군 은폐’ 37년 만에 진실 밝혀져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 연합뉴스


선임의 지시로 저수지에 들어갔다 숨진 이등병의 유족에게 국가가 4억1000여만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군 수사기관의 은폐로 유족이 37년만에 사건의 진실을 알게 된 데 따른 배상 판결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6부는 1985년 군복무 중 익사한 A씨의 유족 5명이 낸 소송에서 “국가가 유족에게 총 4억10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최근 판결했다.

방위병이었던 A씨는 1985년 6월 26일 전남 장성군 한 육군부대 근처 저수지에서 물에 빠져 숨졌다. 육군은 A씨가 폐결핵을 앓는 부친의 몸보신을 위해 물고기를 잡으러 입수했다 심장마비로 숨졌다고 발표했다.

유족은 A씨의 사망 원인을 믿지 않았다. 입대 후 한 달밖에 되지 않은 이등병이 홀로 저수지에 들어갔다는 설명이 납득되지 않았다. 유족은 30여년이 지나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에 A씨의 사망 원인을 재조사해달라고 요청했다.

위원회는 2022년 5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A씨는 선임과 함께 쓰레기를 버리러 저수지에 갔다가 선임 지시로 낚시 그물을 치러 물에 들어갔다. 부대 막내였던 A씨는 전날 야간 근무를 하고도 퇴근하지 못한 채 선임이 시킨 일을 하다가 물에 빠져 숨졌다. 군은 사고 직후 수사기록을 허위로 작성해 A씨의 개인 일탈에 따른 변사로 처리했다. 국방부는 2022년 9월 위원회의 진상규명 결정을 토대로 A씨의 사망을 순직으로 인정했다.

유족은 지난해 10월 “군 수사기관이 진실을 은폐해 정신적 고통을 받았고, A씨에 대한 보훈 등록도 제때 신청하지 못해 보훈급여를 받지 못했다”며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A씨의 사망 원인에 관한 실체적 진실이 밝혀지지 않은 채 변사로 처리된 것은 군 수사기관이 고의나 과실로 직무상 의무를 위반해 진실 규명을 위한 충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이 같은 위법행위로 A씨 유족의 명예 감정이나 법적 처우에 관한 이해관계가 침해됐다”고 했다.

재판부는 또 “A씨의 부모는 수십년간 아들의 순직 사실 자체를 알지 못하다가 사망했고, 남은 유족은 사망 후 37년이 지나서야 알게 됐다”며 “이들이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겪었으리라는 점은 명백하고 순직에 따른 절차도 밟지 못해 망인의 공헌에 대한 보상과 예우를 받지 못했다”고 했다.

재판부는 A씨가 사망 당시 순직군경으로 인정됐다면 유족이 받았을 연금 등을 고려해 배상액을 책정했다고 밝혔다.

경향신문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44126 “나치보다 먼저 핵무기 개발을” 아인슈타인이 쓴 편지 경매로…예상 낙찰가가? new 랭크뉴스 2024.06.26
44125 윤 대통령-국방부 통화 내역 추가 확인‥거세지는 규명 요구 new 랭크뉴스 2024.06.26
44124 "저한테 미친 여자라 했죠?" 의원 질문에…의협 회장이 한 답변 new 랭크뉴스 2024.06.26
44123 북한 ‘극초음속 미사일 발사’ 실패···탄두 개량하고, 대내외 메시지 노렸나 new 랭크뉴스 2024.06.26
44122 국과수, 화성 화재 참사 "희생자 전원 질식사" 구두소견 new 랭크뉴스 2024.06.26
44121 [단독] 연구개발하랬더니… 토너 700만원어치 산 산업연 new 랭크뉴스 2024.06.26
44120 국회서 "미친 여자 발언 기억하나" 묻자 의협회장 "표현의 자유" new 랭크뉴스 2024.06.26
44119 고속도로 달리는데 ‘레이저 공격’…아찔한 운전 방해 new 랭크뉴스 2024.06.26
44118 “참사 취재하던 기자가 아리셀 유가족이 됐습니다” new 랭크뉴스 2024.06.26
44117 국회 복지위 청문회에서 의대 증원 갈등 책임 공방··· 임현택 막말 사과 요구도 new 랭크뉴스 2024.06.26
44116 아무 때나 자르는 ‘일회용 인간’…이주노동자 불법파견 해놓곤 new 랭크뉴스 2024.06.26
44115 영정도, 위패도 없지만 잇단 추모 발길…이 시각 임시분향소 new 랭크뉴스 2024.06.26
44114 23명 전원 질식사…화성 화재 사망자 국과수 구두소견 new 랭크뉴스 2024.06.26
44113 “자기야, 나의 여신님”…교총 회장, 제자에 부적절 편지 논란 new 랭크뉴스 2024.06.26
44112 홍준표 “완전한 자치권 주장은 과욕…TK특별시 만들어 서울·대구 양대 축 발전” new 랭크뉴스 2024.06.26
44111 신범철 전 국방차관, 채 상병 사건 이첩·회수 날 윤석열 대통령과 3번 통화 new 랭크뉴스 2024.06.26
44110 “이게 모두 복지부 탓”vs “병원 떠난 의사가 잘못”…출구 없는 의료공백 사태 new 랭크뉴스 2024.06.26
44109 서북도서 6년 만에 해병대 포성... 北 도발과 南 대응으로 한반도 격랑 new 랭크뉴스 2024.06.26
44108 청문회서 만난 의·정, “백지화 없다”·“정부 탓” 도돌이표 new 랭크뉴스 2024.06.26
44107 [단독] 대통령실, 유재은에게 직접 전화‥대통령실 기록 회수 주도 정황 짙어져 new 랭크뉴스 2024.06.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