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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런 버핏이 이끄는 벅셔해서웨이는 배당을 한 푼도 하지 않습니다. 미국이라는 주주자본주의 국가에서. 그럼에도 주주총회를 하면 본사가 있는 시골 동네 오마하는 축제의 장으로 바뀝니다. 버핏은 회사 설립 후 딱 한 번 배당했습니다. 1967년 주당 0.1달러. 그마저 버핏은 이후에 “실수였다”는 투로 말했습니다. 배당을 하지 않는 버핏이지만 배당주는 좋아합니다. 지난해 벅셔해서웨이가 투자한 회사들로부터 배당받은 금액은 7조원을 넘었다고 합니다. “배당은 안 하지만, 배당주는 좋아한다.” 좀 이상하지요?

2008년 벅셔해서웨이 주총은 그 답을 한 것으로 유명합니다. 12살짜리 투자자가 질문합니다. “당신의 멘토 벤저민 그레이엄은 배당을 믿는다고 했는데 왜 당신은 배당을 믿지 않나요?” 버핏은 “나는 배당을 믿는다”고 답했습니다. 이어 설명합니다. 요지는 “기업이 배당을 하지 않고 그 돈을 투자해 더 많은 이익을 내고 주가가 오르면 주주에게 더 이득”이라는 것이었습니다. 버핏은 수십 년간 연평균 20%에 가까운 수익률을 기록했습니다.

국내 증시에서는 ‘밸류업’이 이슈입니다. 좋은 일입니다. 배당을 늘리고 자사주를 소각해 주가를 올리는 것에 누가 반대하겠습니까. 국내 기업들은 미국, 일본은 물론 중국, 대만보다 배당을 적게 했으니 당연한 문제제기일 것입니다. 전반적으로 주주를 홀대한 것도 사실입니다. 현금을 쌓아놓는 비효율을 없애고 자사주를 대주주가 지배구조 개편의 도구로 사용하는 것을 막는 것도 꼭 필요한 조치입니다.

그러나 지배구조에 정답이 없듯 회사의 가치를 높이는 방법에도 정답은 없습니다. 미국에서도 애플은 스티브 잡스 사후에야 배당을 시작했고 구글이 배당을 시작한 것도 몇 년 안 됐습니다.

그렇다면 어떤 회사는 배당이나 자사주 소각을 더 해야 하고, 어떤 회사는 배당보다 투자에 집중해야 할까. 버핏은 이에 대해 “1달러로 1.1달러나 1.2달러의 가치를 만들 수 있으면 투자를 해야 하고 그 능력이 없으면 배당을 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벅셔해서웨이는 배당은 안 했지만 1965년부터 2022년까지 주가 상승률이 378만%에 달했습니다. 버핏식 보답이었습니다. 그러나 자신이 인수한 시즈캔디에서는 버는 족족 배당으로 다 빼왔습니다. 그는 “시즈캔디는 번 돈을 지능적으로 쓸 능력이 없기에 버는 모든 것을 우리에게 배당했다”고 했습니다. 벅셔해서웨이의 길을 갈 것인가, 시즈캔디의 길을 갈 것인가는 기업의 선택입니다. 가장 비극적인 상황은 버핏의 능력을 갖고 시즈캔디의 길을 가거나, 시즈캔디의 능력으로 버핏의 길을 가는 것일 테지요.

국내에서 삼성전자 같은 회사는 배당보다 투자에 나서야 합니다. 최근 반도체 시황이 좋지 않아 어려웠지만 삼성전자처럼 ROE(자기자본수익률)가 높은 회사들은 투자를 하는 편이 주주와 기업, 사회를 위한 좀 더 나은 선택일 수 있습니다.

최근 주가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현대차 사례도 곱씹을 만합니다. 현대차 순이익은 2001년부터 1조원을 넘어서기 시작합니다. 그러나 넉넉한 편은 아니었습니다. 그럼에도 돈을 버는 대로 해외 공장을 지었습니다. 2002년 중국 베이징을 시작으로, 2005년 미국 앨라배마, 2009년 체코, 2012년 브라질까지 거침없이 투자했습니다. 디자인 연구개발에도 과감히 투자했습니다. 그 결과 현대차그룹은 세계 3위에 올랐습니다. 기술적으로는 기존 내연기관부터 하이브리드, 전기차, 수소차까지 모든 라인업을 갖고 있어 산업 변화에 대응할 준비도 마쳤습니다. 2018년 배당 성향이 급격히 높아지기 전에 이뤄진 투자의 결과였습니다.

투자의 힘은 미국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미국은 수년간 자체적으로는 인프라 투자를 확대하고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의 공장을 유치(?)했습니다. 그 결과 고용이 늘고 경기는 살아났습니다. 텍사스주 오스틴 같은 시골이 미국에서 가장 핫한 동네가 되는 일도 벌어졌습니다. 제조업의 힘이겠지요.

이번 주 한경비즈니스는 지난 10년간 한국 100대 그룹의 변천사를 다뤘습니다. 자산 5조원을 넘긴 그룹은 2014년 63개에서 지난해 88개를 넘어섰습니다. 이것도 투자의 결과였겠지요. 하지만 주가는 이 성장을 반영하지 못했습니다. 아마도 버핏의 길과 시즈캔디의 길 사이에서 방황한 결과가 아닐까 합니다. 시장은 다시금 질문하고 있습니다. “당신의 회사는 어느 길을 가고 있습니까?”


한경비즈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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