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시사기획창 '아베 야망은 살아있다' 중에서]

닫힌 철문을 열고 들어가면, 시간이 멈춘 듯한 공간을 마주하게 됩니다.

일제강점기 때 일본군 무기를 만들었던 곳, ‘인천 육군 조병창’입니다.

매달 소총 2만 정, 총검 2만 개 생산을 목표로 한 대규모 무기 공장.

<녹취> 김규혁/부평문화원 문화사업과장
일제강점기 때 일반 농민들, 서민들의 놋그릇이라든가 농기구들, 숟가락까지 다 뺏었다고 했잖아요. 실제 그런 공출된 것들이 다 부평에 모이는 거죠.

해방 뒤엔 이곳에 미군 부대가 주둔하면서 개발을 피해, 옛 건물 형태가 그대로 남아있습니다.

일본군은 왜 무기 공장을 인천 부평에 만들었을까.

<인터뷰> 정혜경/ 일제강제동원&평화연구회 대표
중일 전쟁을 하고 있었는데 내륙에서 전쟁을 하기 때문에 저 무기를 일본에서 가지고 와서 보급을 할 수가 없는 거예요. 그래서 인천에서 무기를 만들면 바로 인천항이 있으니까, 그다음에 여기 철도가 있으니까 바로 이것을 해서 수송을 해서 중국으로 가져갈 수 있게 하기 위해서 여기에 만들었어요.

일본군의 극비 문서입니다.

패색이 짙어지자, 일본은 미군의 공습에 대비해 무기 공장 조병창을 지하로 옮기려는 계획을 세우고, 실행합니다.

지하 공장을 어디에, 어떻게 구축할지 상세히 기록했습니다.

<녹취> 김규혁/부평문화원 문화사업과장
지금 여기 있는 산 주변이 그 당시에 일제가 총을 만드는 공장으로 계획된 곳이거든요.
(기자: 아, 여기 소총 구역이라고 되어 있는 곳이 이 지점이에요?

부평 함봉산 일대엔 조병창을 옮기기 위해 파놓은 지하호가 지금까지 27곳이나 발견됐습니다.

<인터뷰> 김규혁/부평문화원 문화사업과장
조선인들이 다 강제로 끌려와서 일본인들이 전쟁을 하기 위한 지하 공장을 만든 거죠. 학교에서 공부해야 할 친구들인데 12시간씩 굴 파는 작업에 동원이 된 건데 이런 구멍을 팠던 거예요. 그러니까 기다란 정을 가지고 대고 뒤에서 망치를 두드리면 이렇게 구멍이 파지는 거고요. 그래서 구멍을 판 다음에 돌가루를 빼내고... 학생들이 2인 1조가 돼서 돌 나르는 작업을 한 거고요.

"여기는 1945년 8월 15일로 시간이 멈춘 장소가 되는 거예요."

조병창에서 무기를 만들었던 99세 생존자입니다.

<인터뷰> 김우식/ 조병창 강제동원 피해자
그때도 다들 배고파서 못 견뎠어요. 훈련 받으면서도 늘 배고파 가지고. 몰래 가서 뭐 사먹으면, 거기 밥 파는 데가 있었어요. 그런데 그걸 몰래 사 먹고서는 배탈 나가지고 ...
총. 방아쇠 그거 깎았어요. (깎는 일은 어떻게 해요?) 주물공장에서 그게 오면 형태만 오거든요. 연마기가 이렇게 왔다갔다 하면서 그걸 깎아. 잘 맞춰서 깎아.

17살에 강제 동원돼 일본군 감시 속에 3년간 무기를 만들다, 위험을 무릅쓰고 탈출해 해방을 맞았습니다.

<인터뷰> 김우식/ 조병창 강제동원 피해자
무작정 탈출한 거예요. 말하자면 탈출. 도망이지 뭐. 그때 가면 뭐 징역 살고 그런 게 아니라 가면 죽게 만든대요. 하여튼.

약 80년 전 일이지만 공포스러웠던 일본인 소장의 모습은 또렷이 기억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우식/ 조병창 강제동원 피해자
하기노 소장이라고 했는데 멀리서 저기 나타나면 경례했어. 그 사람이 쳐다보거나 말거나. 그리고 어떤 때는 백마를 타고 다닐 때도 있어. 백마. 그런데 지금 독도를 자꾸 일본 사람들이 자기 땅이었다고 고집하는데 그런 건 왜 그런지 모르겠어. 그렇게 안 해야 되는데...

일제강점기와 해방, 6.25 전쟁, 미군기지를 거쳐 오늘에 이르기까지...
80여 년 근현대사를 고스란히 품은 곳.

그러나 조병창 건물 일부는 곧 사라질 위기에 처했습니다.

오염된 토양을 정화하는 과정에서 철거 논란에 휩싸였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최진수/ 인천 부평구 주민
건물들도 오래돼서 낡고 이거를 굳이 어마어마한 돈을 들여서 남길 필요가 있겠느냐. 하루라도 빨리 오염을 완전하게 정화하고 주민에게 쉴 수 있는 공간을 돌려줘라 이겁니다.

<인터뷰> 김형회/ 인천 부평구 주민
철거를 하지 않고 정화할 수 있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에 그거를 반대했고요. 이거를 건물 있는 그대로 살려서 아이들의 교육 현장으로 되어야 한다고 생각을 합니다.

평범한 수족관처럼 보이지만 건물 안으로 들어가면, 독특한 내부 구조가 드러납니다.

<녹취> 조건/ 동국대 역사교육과 교수
일직선으로 되어 있는 게 아니라 바둑판 모양으로 이게 얼기설기 얽혀 있어요
확장된 공간별로 또 이렇게 연결하는 이런 통로같은 형태가 돼 있고요.

일본 군사시설의 특징인 둥근 아치형 터널.

바닥 양옆으로 배수 시설까지 갖췄습니다.

<녹취> 조건/ 동국대 역사교육과 교수
일제 말기에 일본군이 구축했던 그런 지하 시설과 굉장히 흡사해 보이고요. 그리고 여기 아래 배수로 같은 것들을 당시에도 이런 콘크리트 구조물 같은 경우에 배수 시설을 위해서 만든 그런 사례를 많이 찾아볼 수 있거든요. 이 시설물, 자연 동굴처럼 보이는 이 암반 구조물로 봤을 때는 더 안쪽으로 더 파서 더 큰 시설을 만들 가능성도 있었지 않겠는가.

일본이 패망 직전, 결사 항전을 다짐하며 군사령부를 옮기려고 대규모 지하 시설을 만든 곳, 대전이었습니다.

당시 총독부 관리의 기록을 보면 ‘미군이 상륙해 남조선이 전장이 될 때 군 사령부는 대전으로 이전하는데,
그때 쓰기 위해 대전 공원 중에 대규모 방공호를 팠다‘고 돼있습니다.

대전이란 기록만 있을 뿐 구체적인 장소는 밝혀지지 않았는데,
최근 학계에선 보문산에 있는 이 수족관 일대를 유력한 장소로 보고 있습니다.

<녹취> 조건/ 동국대 역사교육과 교수
이곳의 전체적인 모습이 일본 나가노현에 있는 마쓰시로 지하 대본영이라고 하는 본토 결전 마지막에 최후 결전 시설로 만든 그런 공간이 있었는데요. 그곳의 축소판 같은 그런 모습을 하고 있어서

마쓰시로 대본영은 미국의 본토 상륙이 임박하자,
일본이 왕실과 정부 기관 등을 옮기기 위해 조선인 약 7천 명을 강제 동원해 극비리에 만든 지하 시설.

지하사령부 장소로 추정되는 대전의 수족관과 유사한, 바둑판 구조를 갖추고 있습니다.

보문산 일대엔 여러 개의 동굴도 속속 발견되고 있습니다.

<인터뷰> 박분선/ 88세 주민
(기자: 언제 이 동굴을 만들었다고 들은 적 있으세요?)
그거를, 언제 만들었다고 했는데...
(기자: 일제시대하고 6.25전쟁 때 있었어요?) 그 전에 한 거 같아. 전쟁 전에. 그 얘기만 들었어.
(일본군이) 놋그릇, 놋수저 하여튼 싹 다 가져갔어. 내가 어렸을 적에 기억해도 다 가져가고 나무 수저를 갖다주더라고 대신. 그 나무 수저로 밥 먹은 기억이 나. (그거 왜 가져간다고 얘기해줬어요?) 뭐 전쟁하는데 쓴다고 그냥 어렸을 적에 들은 얘기인데 그렇게 들었어.

<녹취> 조건/ 동국대 역사교육과 교수
거기를 사령부로 두고 신상동 일대에 이런 산등성이에 이런 굴들을 많이 파서 이곳을 이제 관련된 군수품 창고나 또는 생필품 창고로 활용하려고 했던 게 아닌가 그렇게 판단이 됩니다.
좀 더 관심을 가지고 보전부터 시작해서 안전, 활용 그리고 더 나은 역사 교육이랄까, 미래 가치, 이런 것들 같이 생각해서 바라볼 필요가 있어 보여요.

관련 방송 : 2024년 5월 21일 (화) KBS 1TV, 22:00 <시사기획창> '아베 야망은 살아있다'

'시사기획 창' 홈페이지 https://news.kbs.co.kr/vod/program.do?bcd=0039&ref=pMenu
유튜브 https://www.youtube.com/channel/UCEb31RoX5RnfYENmnyokN8A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changkbs
WAVVE '시사기획 창' 검색

■ 제보하기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email protected]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네이버, 유튜브에서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KB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44702 황보라, 의료파업 피해 고백…"제왕절개 때 국소마취 못 맞았다" new 랭크뉴스 2024.06.17
44701 ‘얼차려 사망 훈련병’ 동기들 수료식 맞춰 시민 분향소 열린다 new 랭크뉴스 2024.06.17
44700 푸틴, 24년 만에 북한 방문…내일부터 이틀간 new 랭크뉴스 2024.06.17
44699 푸틴, 김정은 초청으로 18∼19일 북한 방문 new 랭크뉴스 2024.06.17
44698 서울대병원 오늘부터 무기한 휴진…교수 과반 “진료 중단” new 랭크뉴스 2024.06.17
44697 서울아산병원 교수들 “7월 4일부터 1주일 휴진” new 랭크뉴스 2024.06.17
44696 '개인 파산' 홍록기 금호동 아파트, 경매서 16억원에 팔렸다 new 랭크뉴스 2024.06.17
44695 승인 권한 없는 윤 대통령이 동해 석유 5차공까지 ‘승인’ new 랭크뉴스 2024.06.17
44694 액면분할 간과한 법원, 최태원 기여분 10배 늘려 ‘노소영 몫’ 산출 new 랭크뉴스 2024.06.17
44693 서울아산 교수들 "7월4일부터 일주일 휴진…정책 따라 연장결정" new 랭크뉴스 2024.06.17
44692 이승기, ‘94억’ 주고 장충동 땅 190평 매입 new 랭크뉴스 2024.06.17
44691 서울아산병원 교수들 "7월 4일부터 1주일 휴진" new 랭크뉴스 2024.06.17
44690 이승기, 94억 주고 187평 땅 샀다…'서울 부촌' 소문난 이 동네 new 랭크뉴스 2024.06.17
44689 2만원이면 논문 껌이다…PPT도 1분만에 만드는 'AI 조교' new 랭크뉴스 2024.06.17
44688 푸틴, 18일부터 이틀간 북한 방문 new 랭크뉴스 2024.06.17
44687 사라진 1000만원 샤넬 시계…피부관리사가 졸피뎀 먹인 뒤 '슬쩍' new 랭크뉴스 2024.06.17
44686 러시아 "푸틴, 18∼19일 북한 방문" 공식 발표 new 랭크뉴스 2024.06.17
44685 큰 혼란 없다지만 불안한 환자들‥휴진 첫날 병원 표정 new 랭크뉴스 2024.06.17
44684 푸틴, 김정은 초청으로 18~19일 北 방문… 24년 만 new 랭크뉴스 2024.06.17
44683 [속보] 서울아산병원 교수들 "7월 4일부터 1주일 휴진" new 랭크뉴스 2024.06.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