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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을 받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2월5일 1심 선고 공판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 들어서고 있다. 백소아 기자 [email protected]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 사건 항소심이 27일 시작되는 가운데, 검찰이 적용한 19개 혐의에 대해 모두 무죄를 선고한 1심 판단이 뒤집힐지 등 향후 선고 향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검찰은 1심 판단이 승계 작업에 대한 기존 법원 판단과 배치된다고 보고 2심에서 적극적으로 다투겠다는 계획이지만, 삼성은 19개 혐의 모두 무죄가 나온 만큼 1심 판단이 항소심에서 뒤집힐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고 있다.

서울고법 형사13부(재판장 백강진)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재용 회장의 항소심 첫 공판준비기일을 이날 연다. 공판준비기일은 본격적인 재판 진행에 앞서, 일정이나 사건 쟁점 등을 정리하는 절차다. 피고인이 반드시 출석해야 하는 것은 아니어서, 이 회장은 이날 재판에 참석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항소심 쟁점은 크게 두 가지로 압축된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을 둘러싼 판단과 주요 증거자료의 증거능력 인정 여부다. 앞서 검찰은 삼성 총수 일가의 경영권 승계 작업을 총체적 불법으로 결론짓고 2020년 이 회장과 옛 삼성그룹 미래전략실(미전실)의 최지성 실장 등을 재판에 넘겼다. 이들이 최소 비용으로 그룹 계열사에 대한 이 회장의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 이른바 ‘프로젝트-지(G)’라는 승계 계획에 따라, 사업 분야가 전혀 다른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을 2015년 인위적으로 결합했다는 것이다.

이재용 회장의 경영권 승계 역사는 199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선대 이건희 회장에게서 증여받은 종잣돈(61억원)을 활용해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CB)를 사면서다. 이를 통해 에버랜드 최대 주주에 오르면서 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그룹 승계 기반을 구축했다. 에버랜드는 삼성생명 2대 주주였고, 삼성생명은 삼성그룹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삼성전자 최대 주주(지분 7.21%)였기 때문이다.

이 회장은 삼성전자 2대 주주(지분 4.1%)였던 삼성물산에 대한 지분은 없었다. 문제는 에버랜드에서 사명을 바꾼 제일모직의 최대 주주였던 이 회장이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으로 통합삼성물산 최대 주주에 올랐다는 점이다. 2015년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비율은 1대 0.35였다. 제일모직 주식 1주를 삼성물산 주식 3주와 맞바꾸는 비율이었다. 삼성물산이 제일모직보다 자산은 3배, 매출은 5배가 많았는데도 제일모직 가치를 높게 쳐주면서 당시 논란이 일었다.

검찰은 이 회장 등이 그룹 지배력을 확보하기 위해 삼성물산 법인과 주주들에게 손해를 끼치면서까지 모직-물산 두 회사를 무리하게 합병했다고 보고 있다. 이 회장이 에버랜드를 통해 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그룹 지배구조의 한 축을 강화했다면, 모직-물산 합병을 통해 삼성물산→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지배구조의 또 다른 한 축을 강화했다는 것이다. 검찰이 두 회사 합병을 두고 ‘경영권 불법 승계의 완성판’이라고 주장한 이유다. 또한 검찰은 이 회장 등이 합병 과정에서 제일모직의 기업 가치를 높이기 위해 제일모직 자회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자산을 부풀리는 분식회계 등에 관여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하지만 1심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재판장 박정제)는 이런 검찰 쪽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합병의 주된 목적이 이 회장의 경영권 강화와 삼성그룹 승계에만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1심 재판부는 검찰이 ‘약탈적 불법 합병’의 핵심 증거로 제시한 미전실의 승계 계획안 ‘프로젝트-지’ 문건 등을 놓고서도 “승계라는 유일한 목적만으로 문건이 작성됐다고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시했다. “사업상 목적으로 합병을 추진했다”는 삼성 쪽 주장을 받아들여 “이 회장과 미전실의 독단적 결정으로 추진된 약탈적 불법 합병”이었다는 검찰의 기소 전제가 잘못됐다고 판단한 결과다.

검찰은 항소심에서 그룹 지배권 ‘승계 작업’을 인정한 대법원 판결을 들어 1심 판단의 부당함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검찰은 지난 2월 항소하며 “1심 판결과 견해차가 크다. 앞서 승계 작업을 인정한 대법원 판결과도 배치되는 점이 다수”라고 밝힌 바 있다. 대법원은 2019년 8월 이 회장의 국정농단 관련 재판에서 물산-모직 합병을 놓고 “그룹 주요 계열사인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에 대한 이 회장의 지배권 강화라는 뚜렷한 목적을 갖고 미전실을 중심으로 삼성그룹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승계작업을 진행했음을 알 수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당시 대법원이 삼성의 승계작업 존재 자체를 인정하면서도 합병 과정에서 불법행위가 있었다고 명시적으로 판단한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검찰과 삼성 쪽의 치열한 공방이 다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이 압수한 디지털 자료의 증거능력을 둘러싼 판단도 항소심 주요 쟁점 가운데 하나다. 1심 재판부는 검찰이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바이오에피스의 회계 부정 혐의와 관련해 2019년 5월 압수한 18테라바이트 규모의 삼성바이오로직스 백업 서버 등의 증거능력을 모두 인정하지 않았다. 이 증거 자료는 검찰 수사에 대비해 삼성 쪽이 삼성바이오로직스 공장 바닥 등에 숨겨 놓은 것들이다.

재판부는 검찰이 이 자료를 토대로 얻어낸 진술도 모두 증거로 삼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혐의와 관련한 자료만 추려 압수하지 않고 통째로 서버를 압수한 것은 절차상 위법하다는 삼성 쪽 주장을 받아들인 것이다. 재판부는 검찰이 장충기 전 미전실 차장의 휴대전화를 압수수색해 얻은 증거도 같은 이유로 증거능력이 없다고 봤다. 검찰은 압수한 자료의 증거능력에 대한 판단을 항소심에서 다시 받아볼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부정 의혹도 항소심에서 다시 따져볼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삼성은 1심 판단이 항소심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 관계자는 “1심 재판이 지난 3년5개월 동안 이어져 오면서 쟁점에 대한 공방이 충분히 이뤄졌고, 이를 토대로 재판부가 이 회장의 19개 혐의를 모두 무죄로 판단했다는 점에서 1심 판단이 항소심에서 크게 바뀔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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