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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진 중 교통사고 낸 혐의로 재판행
"보행자 통행 여부만 판단해선 안 돼"
보도의 실질적 기준... 재산권도 감안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이 위치한 서울법원종합청사. 연합뉴스


보행자가 통행 가능한 건물 앞 도로에서 교통사고가 났더라도 '보도'(인도)에서 사고 난 것으로 간주해 처벌할 수 없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보도냐, 아니냐에 따라 법 적용 결과가 달라지는 상황에서 '보도'에 대한 일종의 기준점을 제시한 판결로 평가된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13부(당시 부장 김우수)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치상)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벌금형을 선고한 1심을 뒤집고 지난해 9월 공소를 기각했다. 양측 모두 상고하지 않아 판결은 확정됐다. 운전업에 종사하던 A씨는 2021년 경기 고양시의 한 건물 앞 도로에서 후진을 하다 보행자를 들이받아 전치 4주의 상해를 입혔다.

쟁점은 '도로의 어느 부분까지를 보도(인도)로 볼 수 있는가'였다.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보도를 침범하거나 보도 횡단 방법을 위반해 운전한 뒤 사고가 나면 피해자 의사나 운전자의 종합보험 가입 유무와 무관하게 운전자를 처벌한다. 즉, 사고 지점(그래픽 E 구역)이 보도인지, 도로인지에 따라 처벌 여부가 결정되는 것이다.

사고 발생 도로 구조. 그래픽=강준구 기자


1심은 사고 구역을 보도로 판단하고 A씨에게 벌금 150만 원을 선고했다. 차도에 접한 보도와는 다른 색상과 재질로 포장돼 있긴 하지만, 누구나 통행 가능하다면 보도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보도(C)에 연속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2심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지방자치단체가 보도를 설치하면서 만든, 보도와 사고 구역 사이 경계석(D)에 주목했다. 도로교통법은 보도는 '연석선(B) 등으로 경계를 표시해 보행자가 통행할 수 있도록 한 도로의 부분'으로 규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해당 조항의 '경계 표시'에 대해 단순히 차도(A)와의 경계(B)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보도 폭을 정할 수 있는 차도 반대편 경계(D)'도 포함된다고 봤다. 2심 재판부는 보도의 양쪽 경계를 B와 D 지역의 경계석으로 결론 내렸다.

재판부는 해당 구역(E)에선 주·정차 위반을 단속할 수 없다는 지자체의 유권 해석도 근거로 들었다. 보도에선 주정차가 금지돼 단속이 가능하다. 재판부는 "사고는 보도가 아닌 콘크리트 포장 부분에서 발생했다"며 "공소를 제기할 수 없는 경우"라고 판단했다. E 부분은 보도로 볼 수 없다는 얘기다.

여기에 재판부는 대지소유자의 재산권 보호도 감안했다. 해당 구역을 보도로 인정하면, 건물주가 이 공간에 테이블이나 광고판을 설치하는 것도 불가능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건축법에선 이 구역을 시가지 안 건축물에 대해 규정된 대지 내 공지(대지 내 위치한 개방된 공간으로 공공 이용을 위해 남겨진 땅)로 본다. 대지 내 공지는 보행자 편의뿐만 아니라 건축물의 안전과 쾌적한 도시환경 조성 등을 목적으로 일정 부분 확보해야 하는데, 이 구역을 전부 보도로 규정하면 보행자의 통행을 방해하는 광고판 등은 일절 설치할 수 없게 된다. 재판부는 "불특정 다수의 보행자가 통행할 수 있도록 공개돼 있다고 사실상 보도로 인정하면, 대지소유자의 재산권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결과가 발생할 여지가 있다"고 판시했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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