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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 증거인멸’ 술집 CCTV도 삭제
경찰 뿌리치고 소주 원샷 ‘술타기’
운전자 바꿔치기 해도 집행유예
전문가들 “강한 처벌이 답”
음주 뺑소니 혐의를 받는 가수 김호중씨가 지난 24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을 마친 뒤 포승줄에 묶인 채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A씨는 2020년 8월 음주운전을 하다 행인을 들이받아 전치 2주 상해를 입혔다. 그는 2013년, 2016년 두 차례 음주운전으로 벌금형 약식명령을 받았다. 그는 조수석에 탄 지인에게 “이번에 걸리면 삼진아웃이다. 대신 운전한 것으로 해 달라”고 부탁했다. 지인은 경찰에게 “내가 운전했다”며 허위 진술을 했다. A씨는 위험운전치상,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범인도피교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지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아 실형을 면했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가벼운 부상에 그쳤고 금고형 이상 처벌 전력이 없는 점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26일 국민일보가 음주운전 및 증거인멸 등 관련 판결문을 분석한 결과 트로트 가수 김호중씨와 같은 운전자 바꿔치기, CCTV 블랙박스 영상 삭제 등 처벌을 피하기 위한 각종 ‘꼼수’가 횡행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대부분 집행유예 등 낮은 형량이 선고됐다. 전문가들은 수사기관이 증거인멸 등 행위를 철저히 수사하고, 처벌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운전자 바꿔치기’는 가족 등 친밀한 주변 인물들이 동원되는 경우가 많았다. 지난해 11월 광주 남구에서 음주운전 사고를 낸 B씨는 사고 후 어머니와 운전자 바꿔치기를 시도했다. 법원은 이런 정황을 양형에 반영하면서도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는 데 그쳤다.

C씨는 인천에 있는 회사 앞 주차장에서 음주운전 사고를 냈다. 경찰이 음주측정을 요구했지만 C씨는 거부했고, 회사 부하직원을 통해 차량 블랙박스와 회사 건물 CCTV 메모리카드를 제거했다. 충북 청주에서 음주운전을 한 D씨는 술을 마셨던 주점에 CCTV 영상을 삭제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들 모두 증거인멸 교사 등 혐의가 적용됐지만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E씨는 2017년 경찰 음주단속 모습을 보고 급히 차를 세워 편의점에 들어갔다. 만류하는 경찰을 뿌리치며 소주 반병을 들이켰다. 경찰은 E씨의 음주운전 사실을 입증하지 못했고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만 적용했으나 이마저 무죄가 선고됐다. 음주운전 후 추가로 술을 마시는 이른바 ‘술타기 수법’에 처벌 공백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호중씨도 음주운전 사고 후 운전자 바꿔치기 등으로 논란이 됐다. 법원은 지난 24일 김씨를 증거인멸 염려를 이유로 구속했다. 블랙박스 메모리카드 제거 혐의를 받는 소속사 본부장 등도 구속됐다. 경찰은 사고 은폐 과정에 김씨가 가담했는지도 본격 수사할 계획이다. 이원석 검찰총장은 지난 20일 김씨 사건 등과 관련해 “의도적 사법방해에 엄정 대응하라”고 지시했다. 법조계에선 검찰이 김씨에게 본보기로 중형을 구형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음주운전을 끝까지 추적해 반드시 처벌하는 게 가장 중요한 대책”이라고 강조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도 “‘반드시 발각된다’는 메시지가 전달돼야 음주운전 자체를 줄일 수 있다. 함정 단속 수사 등 획기적 방법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명예교수는 “음주운전 후 도주나 증거인멸 행위는 사법방해 행위로 훨씬 더 강하게 처벌하는 등 입법적 보완이 필요하다”며 “음주운전을 하면 더 이상 운전을 할 수 없게 차량을 몰수하고 자동차 구매 때 검증하는 제도도 검토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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