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법조계 "軍 통수권자의 단순 의견 표시" vs "외압 의도 시사"
공수처, 내용·전달과정 등 추적할 듯…'윗선' 수사 불가피


공수처 출석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
(과천=연합뉴스) 박동주 기자 =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 21일 오후 정부과천청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로 출석하고 있다.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외압 의혹을 수사하는 공수처가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과 박 전 단장을 같은 날 소환했다. 2024.5.21 [email protected]


(서울=연합뉴스) 권희원 기자 =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수사외압 의혹의 시발점으로 지목되는 'VIP 격노설'을 뒷받침하는 인적·물적 증거가 속속 추가로 드러나면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수사도 급물살을 타고 있다.

국군 통수권자인 윤석열 대통령이 실제로 격노했는지는 진실 규명의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지만, 보다 구체적 지시가 있었는지를 밝혀내느냐가 수사 범위와 책임소재를 가를 쟁점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법조계에서는 나온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가 확보한 'VIP 격노설' 관련 증거는 지난해 7∼8월 채 상병 사건 조사 결과의 이첩 보류, 자료 회수, 국방부의 재검토 등에 대통령실의 관여가 있었다는 의혹을 뒷받침할 정황으로 꼽힌다.

공수처로서는 현재 피의자로 입건된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나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 등을 넘어 '윗선'으로 수사를 확대할 발판을 마련한 셈이다.

다만 공수처가 윤 대통령의 '격노'를 확인하더라도, 그것만으로는 불충분하다는 것이 법조계의 중론이다.

격노의 내용에 국방부가 경찰에 인계할 수사 서류에서 혐의자 등을 빼라는 '구체적인 지시'가 포함되는지가 향후 수사의 쟁점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는 설령 윤 대통령이 격노한 것이 사실이더라도 군 문제에 관해 의사 표현을 한 것뿐이므로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가 될 수 없다는 최근 여권 일각의 주장과도 일맥상통한다.

한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화를 내면서 '일선 사단장을 처벌할 수 있냐'는 의견을 표시하는 정도는 지휘 라인에 있는 국군 통수권자로서 가능한 부분"이라며 "하지만 '사단장은 입건·처벌하지 않도록 하라'고 명령했다면 독립된 수사권을 건드리는 셈"이라고 말했다.

부장판사 출신인 다른 변호사도 "명시적으로 '혐의자에 사단장까지 포함하는 게 옳지 않다'는 말이 없었고 구체적인 지시가 있었음이 입증되지 않는다면 직권남용죄를 적용할 수 있을지 모호하다"고 평가했다.

군검사 출신인 법무법인 안팍의 장현수 변호사는 "대통령이 '관련자를 다 처벌하면 누가 사단장을 맡겠냐' 정도의 개인적인 견해만 밝혔다면 직권남용 혐의를 적용해 심리하기에는 추상적인 측면이 있다"며 "부적절한 것은 맞지만 구체적인 직권남용 행위가 증명돼야 할 필요성이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다만 대통령의 직권을 폭넓게 해석할 수 있는 만큼 격노했다는 정황만으로도 수사 과정에 외압을 가하려는 의도가 입증된다는 반론도 있다.

구체적 지시 또는 명령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격노, 즉 대통령이 '크게 화를 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하급자들에게는 압박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군법무관 출신 변호사는 "'다음 사망 사건을 처리할 때는 이런 점을 잘 살펴라'는 권고 정도의 수준이 아니라 '사단장을 입건하지 말고 기록도 다시 가져와라'는 취지가 있었던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차에서 내리는 김계환 해병대사령관
(과천=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이 21일 오전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수사외압 의혹 관련 조사를 받기 위해 정부과천청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로 출석하고 있다. 2024.5.21 [email protected]


이는 책임 소재를 어디까지 인정할 것이냐는 쟁점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만약 윤 대통령이 명확한 지시를 한 것이 아닌데도 대통령실 관계자들이 구체적인 요구를 했거나, 혹은 군 관계자들이 압박을 느껴 이첩 보류 등을 결정했다면 이들에게 직권남용의 책임이 한정될 수 있다.

반면 윤 대통령이 구체적 지시를 한 것으로 드러난다면 위법한 지시를 이행한 하급자들은 책임을 덜 가능성도 있다.

물론 이는 당시 이 전 장관 등의 이첩 보류 및 자료 회수 등 지시가 직권남용에 해당한다는 법리적 판단을 전제로 한다.

이 전 장관 측은 지난 24일 공수처에 제출한 3차 의견서에서 "(이첩 보류 등 조치가)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보더라도 그것이 위법하냐"고 반문하며 "그렇다면 장관은 지시에 따라 의무 없는 일을 억지로 한 피해자인 셈인데 왜 피고발인 신분이 되느냐. 의혹 제기 자체로 말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격노 유무와 관련해서도 "지난해 7월 31일 대통령의 격노를 접한 사실이 없다"며 "이 전 장관은 대통령을 보좌하며 대통령의 위임을 받아 자신의 판단과 결정으로 국방 사무를 관장했다. 제기된 의혹과 같은 피해를 입은 사실이 없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공수처의 향후 과제는 'VIP 격노설'이 존재했는지를 넘어 구체적으로 어떤 형태로 처음 등장했고 어떤 과정을 거쳐 군에 전달됐는지, 이것이 직권남용에 해당하는지 등을 밝히는 것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서는 결국 대통령실과 국가안보실 등 '격노설'의 전달 과정과 관련된 이들로 수사 확대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email protected]

연합뉴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27230 바이든 첫 발언에 민주당 경악…트럼프 미소지었다 [미 대선 첫 TV토론] 랭크뉴스 2024.06.29
27229 美민주 안팎, 첫 TV토론 폭망한 바이든 후보교체 놓고 공방 격화 랭크뉴스 2024.06.29
27228 아르헨 경제개혁법안, '차·포' 떼고 의회 통과…밀레이 "환영" 랭크뉴스 2024.06.29
27227 “비밀이었는데…” 손흥민 ‘아차산 깜짝축구’ 전말 랭크뉴스 2024.06.29
27226 EU, '팔 무장세력 자금줄 겨냥' 개인 6명·법인 3곳 추가제재 랭크뉴스 2024.06.29
27225 美 유밸디 총격 늑장대응 경찰 2명 기소…2년만에 첫 형사재판 랭크뉴스 2024.06.29
27224 김새롬 "멘탈갑인 나도 힘들었다"…'정인이 논란' 3년만에 밝힌 심경 랭크뉴스 2024.06.29
27223 ‘만 나이 통일법’ 시행 1년…국민 88.5% “만 나이 계속 쓰겠다” 랭크뉴스 2024.06.29
27222 미국 겨냥한 푸틴 “러시아, 중·단거리 미사일 다시 생산할 필요” 랭크뉴스 2024.06.29
27221 외교부 "일본 여행경보 해제, 이란 '여행자제'로 하향" 랭크뉴스 2024.06.29
27220 바이든 첫 발언에 민주당 경악…트럼프는 미소지었다 [미 대선 첫 TV토론] 랭크뉴스 2024.06.29
27219 '6조원대 사기 혐의' 브라질 최대 마트체인 前CEO 체포 랭크뉴스 2024.06.29
27218 '만취 포르쉐'가 덮쳐 10대 사망했는데…사고 낸 남성 그냥 보내준 경찰 랭크뉴스 2024.06.29
27217 바이든 "옛날만큼 토론 못하지만 11월 이길것"…후보교체론 일축(종합) 랭크뉴스 2024.06.29
27216 ‘中 간첩설’ 휩싸인 필리핀 시장, 진짜 간첩?…중국인 지문 대조해보니 랭크뉴스 2024.06.29
27215 브라질 올해 3~5월 실업률 7.1%…10년 만에 최저 기록 랭크뉴스 2024.06.29
27214 바이든 "옛날만큼 토론 못하지만 11월 이길것"…후보교체론 일축(종합2보) 랭크뉴스 2024.06.29
27213 “피고가 성인이었다면…” 성 착취물 만든 10대男에 재판부가 내린 판결 랭크뉴스 2024.06.29
27212 [오늘의날씨] 전국 대부분 장마 영향권…낮에는 후텁지근 랭크뉴스 2024.06.29
27211 외국인이라서… 국적 따라 '목숨값' 다르고, 살아도 '차별' [화성 공장 화재] 랭크뉴스 2024.06.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