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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열린 한·중 회담과 한·일 정상회담에선 공급망 교란에 대응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판' 마련에 대해 공감대가 이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경제안보 분야에서 미국의 압박에 맞서 한국과 접촉면을 넓히려는 중국과 공급망 교란 위기의 충격파를 줄일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려는 한국 간 이해관계가 어느 정도 맞아떨어진 결과로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이 2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와 악수하는 모습. 대통령실.


한·중 수출통제 대화체 출범
2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과 리창(李强) 중국 국무원 총리 간 회담에선 산업부와 상무부 간 대화체인 '한·중 수출 통제 대화체'를 출범해 공급망 협력 강화를 위한 소통 창구로 삼기로 했다. 한·중 간에 수출통제를 논의하는 별도의 채널이 생기는 건 사실상 처음이다.

바이든 미 행정부는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국을 분리해내는 '디커플링'에서 국가 안보에 직결되는 첨단기술 등 특정 분야를 중심으로 중국을 배제하는 '디리스킹'으로 기조를 전환했지만, 중국은 사실상 차이가 없다고 보고 있다. 한·미·일이 공급망 분야에서 협력을 이어가는 가운데 중국 입장에서는 특히 첨단 기술 분야에서 앞서가는 한국과의 협력이 필요한 셈이다. 이와 관련, 대화체 출범도 중국 측이 적극적으로 요청한 결과라고 한다.

한국 입장에서는 이를 대표적인 중국발 공급망 위기였던 2021년 '요소수 대란'같은 상황이 다시 일어날 경우에 대비해 중국 측과 보다 효율적으로 소통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 지금도 주재 공관 차원에서 소통이 이뤄지고는 있지만, 사전 징후를 빨리 포착하지 못해 조기 대응에 실패하거나 직접적 소통이 어려운 경우가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2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리창 중국 총리와의 회담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김현동 기자.


'공급망 위기 관리' 협력 약속
이번 대화체 출범은 여전히 공급망 협력의 주된 축은 한·미 동맹에 두면서도, 국민 실생활에 파급이 미치는 상황에 대비한 최소한의 안전판을 마련하자는 취지로 읽힌다. 양국 모두 표현은 '공급망 협력'이라고 했지만, '공급망 위기 관리'에 가까운 측면이 있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기존 한·중 공급망 협력 조정 협의체와 공급망 핫라인도 더욱 적극적으로 가동해 나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강준영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는 "중국 또한 한국만큼이나 공급망 협력이 절실하기 때문에 이번 회담에선 경제·사회 분야 협력을 적극적으로 논의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제는 사전 모니터링을 통해 양국이 공급망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채널이 만들어졌다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양국은 13년째 중단돼 있던 한·중 투자협력위원회를 재가동하고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2단계 협상을 재개하기로 했다. 한·중 FTA는 2015년 12월 이미 발효된 상태로 당초 서비스·투자 분야 추가 시장 개방을 위한 2단계 후속 협상을 진행하기로 했지만 지연된 상태였다. 이와 관련, 김 차장은 "그동안 추진된 상품 교역 분야 시장 개방을 넘어 서비스 분야, 특히 문화·관광·법률 분야에 이르기까지 교류와 개방을 확대하는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한·중 양국이 고위급 외교안보 대화를 신설하기로 한 점도 주목된다. 외교부 차관와 국방부 국장급이 참여하는 '2+2' 형태다. 다만 한·미·일 대 북·중·러 간 '신냉전 구도'가 고착화하는 가운데 한국에 가장 큰 위협인 북핵 문제 등을 두고 양국 간에 실효성 있는 안보 대화가 이뤄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지적도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2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입구에서 리창 중국 총리를 영접하는 모습. 대통령실.


수소·자원 협력대화 신설
한·일 정상회담에서도 방점은 경제였다. 윤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는 "관계 부처 간 수소·암모니아 및 자원과 관련한 대화를 해 나가기로 했다"며 자원·수소 협력대화 신설에 합의했다.

이는 "핵심 광물 공급망 위기에 같이 협력을 꾀하고 공급망 안정화를 도모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김태효 차장의 설명이다. 핵심 광물 수급과 관련해 공급처를 다변화하는 건 미국이 대중국 견제 차원에서 드라이브를 거는 디리스킹 정책의 핵심이기도 하다.

구체적으로 이런 대화체가 어떤 식으로 운영될지는 아직 구체화하지 않았지만. 2019년 이뤄진 일본의 수출 규제처럼 일방적 '경제 보복'에 제동을 걸 수 있는 장치로 기능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이 2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한일 정상회담에서 악수하는 모습. 대통령실사진기자단. 김현동 기자.


美 발맞추면서도 中 배제 못해
이와 더불어 한·일은 경제안보 분야에서 미국 주도의 공급망 재편에 동참하면서도 현실적 대중 의존도를 고려할 때 이웃 국가인 중국과도 척을 질 수 없다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 이런 측면에서 3국 정상회의를 하루 앞둔 이날 한·일 정상 간에도 미·중 경쟁 국면 속에 경제적 실리를 모색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이 논의됐을 가능성이 있다.

손열 동아시아연구원장은 "미국이 '스몰 야드, 하이 펜스'(small yard, high fence·제한된 분야에서 강도 높은 규제) 전략을 구사하며 중국을 압박하지만, 국가 안보와 직결된 기술·산업이 아니라면 한·일 또한 중국과 협력할 여지가 있다"며 "미국 주도의 디리스킹에 보조를 맞추면서도 중국과 협력의 공간은 열어둔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또한 4년 5개월여 만에 다시 열린 이번 정상회의를 통해 정부는 한·일 협력을 교집합으로 삼아 미국 뿐 아니라 중국과도 3자 협력의 틀을 이어갈 여지가 있다. 이희옥 성균관대 성균중국연구소장은 "정부는 이번 정상회의의 동력을 살려서 한·미·일 및 한·중·일 고위급 소통을 '투 트랙'으로 돌리는 구상을 할 수 있다"며 "이를 위해 북핵, 대만 문제 등 논의가 까다로운 문제보다는 실무적으로 합의가 가능한 사안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한일 정상회담을 하는 모습. 대통령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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