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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농사꾼들
딱딱한 흙, 물은 썩어서 초록색
펜디메탈린 노출되는 농부들
잔디를 베어내 황량한 잔디논.

토종씨드림에서 2024년 4월 한 달간(총 6회) 전라남도 장성군 토종 씨앗을 수집했다. 벚꽃이 한창 만개하던 때 시작해 녹음이 푸르러지는 때 마쳤다. 네이버 위성지도를 켜 마을을 샅샅이 살펴본다. 축사가 많고 비닐하우스가 많다면 이곳은 상업농이 많은 지역이다. 토종 씨앗이 살아 있을 확률이 낮다.

길도 꼬불꼬불, 옹기종기 모여 있는 옛집들, 다랑논 등 옛 모습이 잘 살아 있는 곳이라면 그곳엔 토종 씨앗이 있을 가능성이 크다. 지도 확인 뒤 씨앗을 찾아나서는 방법은 간단하다. 직접 마을을 둘러보는 것이다. 그렇게 수집이 끝나고, 총 328점의 소중한 씨앗을 거둬들였다. 하지감자, 바닥고추, 수수, 메주콩, 앵두폿(팥의 하나) 등. 귀한 종자를 오랫동안 간직해주신 어르신들 덕분이다.

장성의 한 마을을 찾아갔을 때였다. 논에 잔디밭이 펼쳐져 있었다. 한쪽엔 이미 잔디를 베어내 황량하게 빈 곳도 있었고, 또 다른 쪽엔 한창 잔디를 거둬들이는 곳도 있었다. 잔디도 농사짓는구나. 새로운 발견이었다. 가까이 들여다봤다. 잔디를 뜯어 허여멀겋게 드러난 곳을 만져보니 시멘트를 부은 것처럼 딱딱했다. 손톱으로 긁어도 긁히지 않을 정도였다. 근처 물은 썩어 초록색으로 변해 있었다.

농민을 만났다. 어떤 보호장구도 끼지 않고 제초제를 붓고 있었다. 자기는 오랫동안 부어서 괜찮다고 했다. 그 양은 실로 어마어마했다. 1t 트럭 위에 100ℓ 이상은 들어갈 통을 싣고 제초제를 넣고 있었다. 제초제엔 펜디메탈린이란 성분이 들어가 있었는데, 찾아보니 발암 가능 추정 물질로 분류돼 있었다. <현대건강신문> 2013년 기사에 따르면, 이 성분에 장기간 노출되면 악성종양과 신경계·생식기계·호흡기계 등의 만성질환 발생 가능성이 높다. 맹·고독성뿐만 아니라 저급성 농약 또한 노출 빈도가 증가할수록 우울 증상 위험도가 높아진다는 논문 결과가 발표된 바 있다.

마을에서 한 할머니를 만났다. 할머니에게 혹시 “친정어머니, 시어머니 때 대물림받아서 계속 심고 계신 재래종 씨앗, 토종 씨앗 농사 하시나요?”라고 여쭸다. 할머니는 몸이 아파서 지금은 밭농사하지 않는다고 했다. 난소암을 3년간 앓고 있다고 했다. “농약 때문 아니에요?” 묻자, 아니라고 했다. 오랫동안 농약을 쳐온 다른 사람들은 건강하다고 했다. 혹시 농약 때문에, 암에 걸리신 건 아닐까. 괜스레 걱정됐다.

이런 잔디는 대부분 골프장으로 간다. 골프장도 잔디에 치는 농약으로 골머리를 썩인다. 해가 갈수록 농약 치는 양은 많아진다. 하천, 땅, 지하수 모두 오염된다. 자그마한 공을 치기 위해 치르는 희생이 큰 셈이다.

씁쓸했다. 단순히 돈이 된다는 이유로 벼농사는 잔디 농사로 바뀌었다. 2022년 경남 밀양 단장면 감물리에서 했던 벼농사가 생각났다. 맑은 물에서 고운 진흙과 함께 검은색, 분홍색, 갈색 토종벼가 자라났다. 그곳엔 도롱뇽, 물방개, 우렁이 등 다양한 생명이 함께 존재했다. 그 진흙을 온몸에 비비며 모내기하고 친구들과 새참을 먹으며 쉬었던 나날들. 크리족 인디언 시애틀 추장은 이런 시를 읊었다.

“마지막 나무가 사라진 후에야/ 마지막 강이 더럽혀진 후에야/ 마지막 남은 물고기가 잡힌 후에야/ 그대들은 깨닫게 되리라/ 돈을 먹고 살 수 없다는 것을.”

글·사진 박기완 토종씨드림 활동가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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