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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기장소방서 현장대응단 이영철 주임(소방위)이 지난 16일 오후 심정지 환자를 구하는 모습. YTN 캡처

“돌아가 보자”

누군가의 이 한마디에 생사의 기로에 놓여있던 한 남성이 목숨을 구했습니다. 조금은 번거로워도 타인을 위해 ‘귀찮음’을 기꺼이 감수했기에 기적이 일어날 수 있었습니다. 지난 16일 오후 1시5분쯤 부산 금정구 개좌고개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부산 기장소방서 현장대응단 이영철 주임(소방위)은 이날 오후 부인 정준희(해운대교육지원청 소속)씨와 함께 모처럼 ‘데이트’에 나섰습니다. 이 주임은 비번이었고, 정씨도 마침 육아휴직이었던 터라 근처로 드라이브를 하러 간 것이죠. 오후의 여유로움을 즐기던 부부는 창밖으로 한 남성이 자전거 옆에 누워있는 것을 목격했다고 합니다.

개좌고개는 산악자전거를 즐기는 사람들에게 손꼽히는 인기 코스 중 하나입니다. 그래서 이 주임 부부는 남성이 단지 쉬고 있는 것으로 생각했다고 합니다. 그렇게 남성을 지나쳐 이동하던 중, 정씨가 남편을 멈춰 세웠습니다. 아무래도 이상하다며 “혹시 모르니까 되돌아 가보자”고 제안한 것입니다.

이 주임은 정씨의 뜻대로 남성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차를 돌렸습니다. 그렇게 현장에 도착해보니 남성은 호흡과 맥박이 불안정했고, 통증에도 반응이 없는 상태였죠. 이 주임은 곧장 심폐소생술(CPR)을 실시했고, 정씨는 119에 신고해 상황을 알렸습니다.

119구급대가 약 7분 뒤 현장에 도착할 때까지 이 주임은 CPR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구급차량 블랙박스 영상을 보면 구급대원이 차에서 내리는 것을 보면서도 손을 멈추지 않는 이 주임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주임은 구급대원이 CPR을 이어받은 뒤에야 자리를 벗어났습니다.

왼쪽부터 이 주임, 부인 정준희(해운대교육지원청 소속)씨. YTN 캡처

부부의 환상적인 호흡 덕분에 남성은 신속히 병원으로 이송됐고, 안정을 찾았습니다. 병원에서 응급치료를 받았으며, 현재 건강을 회복하고 있다고 합니다. 남성의 가족은 최근 이 주임 부부에게 전화를 걸어 감사의 인사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문득 감지한 ‘이상함’을 모른척하지 않은 정씨, 그리고 그런 아내의 직감을 믿어준 이 주임 덕분에 남성은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었습니다. 이 주임은 부산시소방본부를 통해 이 사연이 알려지자 시민들에게 이런 부탁을 남겼습니다.

“심폐소생술은 사람의 생명을 살릴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응급처치입니다. 1~2회 정도만 배우면 되는 간단한 응급처치술이니까 다른 시민분들도 (기회가 된다면) 꼭 배워두시면 좋겠습니다.”

자신의 선행을 과시하는 대신 어딘가에서 위험에 처해 있을지도 모르는 또 다른 누군가를 위해 걱정 어린 당부를 남긴 이 주임. 왠지 그의 부탁을 꼭 들어주고 싶어집니다.

[아직 살만한 세상]은 점점 각박해지는 세상에 희망과 믿음을 주는 이들의 이야기입니다. 힘들고 지칠 때 아직 살만한 세상을 만들어 가는 ‘아살세’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세요. 따뜻한 세상을 꿈꾸는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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