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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 생태계에 편입되려는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의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12월 싱가폴에서 젠슨황 엔비디아 CEO가 미디어 간담회를 하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인공지능(AI) 반도체에 필수재가 된 고대역폭메모리(HBM) 제조사 세 곳의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를 대체할 AI 칩이 마땅히 없는 현재로선 엔비디아의 생태계에 편입돼야 AI 붐의 수혜를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엔비디아를 잡아라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 연합뉴스
최근 반도체 업계에선 엔비디아의 HBM 납품 테스트가 화제였다. 메모리 반도체 기업이 AI 칩 제조사에 HBM을 납품하려면 고객사가 요구하는 테스트를 거쳐야 하는데, 삼성전자가 이 절차를 언제 완료할 것이냐를 두고 다양한 추측이 나오면서다. 현재 엔비디아의 오랜 파트너인 SK하이닉스는 HBM을 이미 납품 중이고, 마이크론도 지난 2월 “엔비디아와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며 업계에선 이례적으로 고객사를 공개하며 엔비디아 체제에 편입했다. 전 세계 메모리 1등인 삼성전자에 이목이 집중된 배경이다.

테스트 통과 여부를 두고 논란이 일자 삼성전자는 지난 24일 “다양한 글로벌 파트너들과 HBM 공급을 위한 테스트를 순조롭게 진행 중”이라며 적극 해명했다. 이어서 “HBM의 품질과 성능을 철저하게 검증하기 위해 다양한 테스트를 수행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현재 삼성전자는 4세대 제품인 HBM3, 5세대인 HBM3E의 성능을 검증 중이다.

엔비디아의 HBM 테스트가 이렇게 화제인 이유는 엔비디아 중심의 AI 칩 생태계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전망 때문이다. 엔비디아는 지난 22일(현지시간) 실적 발표에서 매출 260억4400만 달러(35조6000억 원)로 전년 동기 대비 262%, 순이익은 148억8000만 달러(20조3400억 원)로 같은 기간 629%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한때 제기된 엔비디아 ‘고평가론’은 다시 쑥 들어갔다.
HBM 시장 규모 전망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욜 그룹]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차세대 산업혁명이 시작됐고 엔비디아는 다음 성장의 물결을 맞이할 준비가 됐다”며 “신제품 ‘블랙웰’이 제조되고 있으며, 이번 분기에 출하를 시작해 다음 분기엔 생산량이 더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엔비디아가 지난 3월 첫 공개한 블랙웰은 기존 주력 GPU인 H100, H200의 뒤를 잇는 새로운 AI 칩이다. ‘괴물칩’으로 불리는 블랙웰의 수요가 공급을 크게 초과할 거란 분석이 나오면서 엔비디아의 주가는 치솟고 있다.



하이닉스 “수율 80%”, 마이크론 “계약완료”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이 지난달 경기도 이천시 SK하이닉스 본사에서 'AI시대, SK하이닉스 비전과 전략'을 주제로 기자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SK하이닉스
엔비디아 블랙웰에는 이전 제품들보다 더 많은 HBM이 탑재된다. H100과 H200에 4~6개의 HBM이 필요했다면, 블랙웰엔 8개가 들어간다. 엔비디아에 HBM을 납품할 메모리 제조사들엔 기회다. 이에 엔비디아 계약을 조기에 확정하려는 메모리 기업들의 경쟁도 더 치열해지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최근 해외 언론에 수율(완성된 양품의 비율)을 공개했다. 이 회사의 권재순 수율 담당 임원(부사장)은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인터뷰에서 “HBM3E 생산에 필요한 시간을 50% 단축했다”며 “수율이 목표치였던 80%에 거의 도달했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가 수율 정보를 외부에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통상 수율은 기밀 정보에 속하는데, 담당 임원이 이를 외부에 공식 발표한 것. 그만큼 HBM 선두주자로서 SK하이닉스의 기술력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낸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마이크론도 마찬가지다. 마이크론의 마니쉬 바티아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지난 21일 JP모건 투자자 콘퍼런스에서 “마이크론의 HBM 생산 능력은 향후 연평균 50%씩 증가할 것”이라며 “2025년 HBM 공급 협상은 대부분 완료됐으며 내년 실적의 중요한 수익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버지니아주의 마이크론 본사 입구의 로고. AP=연합뉴스


삼성전자 과제는
경쟁사들의 공격적인 행보가 삼성전자에는 부담일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가 현존 최고 용량인 36GB(기가바이트)짜리 HBM3E 12단 개발도 성공했지만, 아직 대형 고객사에 납품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삼성전자 반도체(DS)부문 새 사령탑이 된 전영현 부회장의 최우선 과제도 현재로선 HBM 공급이다. 반도체 업계의 한 관계자는 “엔비디아는 현재 삼성전자든 마이크론이든 그 누구라도 HBM을 제대로 만들어 공급해주길 바랄 만큼 HBM 수요가 큰 상황”이라며 “삼성전자가 제품 경쟁력을 높여 하루 빨리 AI 반도체 물결에 올라타야 한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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