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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ld of Work
일본에서 퇴사하면 시작되는 ‘알룸나이 제도’
인력 부족 속 퇴사자 다시 채용 기업 늘면서
졸업생 네트워크·컴백채용 시스템 도입 확산
도요타·파나소닉·스미토모상사·일본제철 등
종신 고용 문화서 중도퇴직자는 “이탈자” →
고용 환경 바뀌면서 새로운 전력으로 재평가
정기모임, 재입사, 퇴직자와 공동사업 사례도
최근 일본 기업에서는 퇴사 직원의 재채용을 허용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DALL?E

[서울경제]

잊을만하면 온라인에 올라오는 오래된 ‘퇴사 짤(이미지)’이 있다. 한 직장인이 상사 면전에 시원하게 사표를 날리는 그림이다. 상대방 얼굴에 ‘착’하고 감기는 봉투는 그동안 쌓아둔 스트레스와 분노도 담아 ‘다신 보지 말자’고 외치는 듯하다. 그런데 사람일 어찌 될 지 모르는 게 인생사다. 사표와 함께 ‘인연 끝’이라고 생각하면 큰일 나는 게 뒷일이기도 하다. 일본에서는 퇴사했다고 퇴사한 게 아닌, 그만두면 또 다른 인연이 시작되는 특이한 시스템이 고용 시장에 속속 도입되고 있다. '졸업생 제도', '컴백 채용' 등으로 불리는 ‘알룸나이(Alumni)’제도로 회사에서 나간 사람을 추후 다시 불러들이는 재고용 시스템이다.



사표와 함께 인연 끝…인줄 알았다간 진짜 끝난다



온라인상에서 자주 볼 수 있는 퇴사 이미지/온라인 커뮤니티


일본 취업 정보 서비스 기업 리크루트가 지난해 3월 기업 인사 및 채용 담당자 2761명을 대상으로 현 채용 방식을 설문한 결과 알룸나이 네트워크를 통해 직원을 뽑은 곳은 12.3%로 아직은 일부 기업에 한정돼 있었다. 다만, '알룸나이 제도'라는 틀이 따로 있지 않을 뿐 '복귀 사원을 받아들이고 있느냐'는 질문에는 절반 이상(55.5%)이 '그렇다'고 답했다.

일본 리쿠르트 기업 설문조사(2023)



집 나갔던 직원이 다시 돌아온다고요?

‘이탈자→객관 평가 가능한 새 동력’ 생각 바뀌어



현재 일본에서는 도요타 자동차, 파나소닉 그룹, 스미토모 상사, 일본제철 등이 제도를 도입해 전용 사이트를 만들어 퇴사자들의 교류를 도모하고 있다. 리쿠르트 설문조사에서 기업 세 곳 중 한 곳(31%)은 알룸나이 네트워크 구축에 힘쓰고 있다고 답했고, '노력하고 있지 않다'고 응답한 기업 중 11.2%는 대응할 예정에 있다고 답했다.

일본 리쿠르트 기업 설문조사(2023)


각 회사가 알룸나이에 주목하는 것은 비즈니스 환경이 빠르게 변하는 가운데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우수 인재를 다양한 루트로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종신고용’이 지배하던 과거 일본의 기업 문화에서는 중도 퇴직자가 부정적으로 평가 받는 경향이 강했다면 지금은 고용 전반에 대한 인식과 환경 자체가 바뀌었다. 리쿠르트의 츠다 이쿠 연구원은 “지금까지 일본의 대기업은 신규 졸업자 일괄 채용, 장기고용의 관습에 의해 구성원이 변하지 않고 폐쇄적인 커뮤니티가 구축돼 왔다”며 “그 안에서 퇴직자는 동질적 커뮤니티에서 이탈한 존재로 평가됐다”고 말한다. 그러나 저출산 고령화와 인력 부족, 인재 영입 경쟁이 심화하면서 근로(채용) 구도가 바뀌기 시작했다. 근로자가 직장을 선택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기업들은 우수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과거 함께 일했던 동료를 ‘다시 전력화할 필요’를 느끼고 있다. 회사 밖의 세계를 경험한 '컴백 직원'은 이전보다는 조직에 대해 상대적으로 객관적이고 새로운 의견을 던질 수 있다. 회사의 업무 진행 방식과 사내 인간 관계를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다는 점도 강점이 된다. 츠다 연구원은 “(이전 방식의, 구성원 이동이 한정된) ‘닫힌 직장’에서는 혁신을 계속 일으키는 기업이 될 수 없다”며 “출입의 자유를 허용하는 개방적인 직장으로 바뀔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알룸나이 커뮤니티를 실질적인 ‘인재 풀’로 활용하려는 기업들의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외국계 컨설팅 회사 베인앤드컴퍼니는 연말이면 알룸나이 모임 행사를 연다. 일본 법인 사원 수는 약 300명인데, 알룸나이 네트워크 참가자는 약 500명이며 이들은 금융 및 제조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 중이다. 베인은 회사 현황을 전하는 뉴스레터나 새로운 경영 분석 리포트를 정기적으로 발송하는 등 일상에서 ‘동료 의식’을 전달하려 애쓴다. 현재 이 회사에서 파트너를 맡고 있는 모리구치 켄티로씨는 한 차례 베인을 퇴사한 뒤 의료 관련 기업과 컨설팅 회사에서 일하다 3년 전 재입사했다. 외부에서의 경험을 통해 베인의 장점을 더 깊게 알게 됐다고. 그는 “이전에 근무할 때 하지 못했던 일에 도전하고 싶어 재입사를 결정하게 됐다”고 말한다.




퇴사자와 공동펀드 만들고, 사업하는 곳도



스미토모 상사는 퇴사자와 의기투합해 중소기업용 펀드를 만들어 운용한다. 이 회사의 알룸나이 네트워크에는 600여명이 등록돼 있는데, 정기 모임에서 근황을 주고받다가 사업 이야기가 나왔고, 가능성을 확인한 회사 측과 협업이 성사된 것이다. 스미토모상사는 퇴사한 직원이 세운 의료 스타트업과도 애플리케이션을 공동 개발했다. 마루베니 상사도 다이렉트 메시지, 게시물 업로드, 대화방 등 기능을 가진 알룸나이 사이트(약 260여명)를 운영하는데 여기엔 퇴사자는 물론 현역 50여명도 가입해 사업 매칭 및 재고용 연결 기회를 모색한다.

이렇게 훈훈한 관계도 어디까지나 ‘좋게 끝냈을 때’ 가능한 이야기다. 과도한 붙잡기나 설득, 일방적인 통보 등이 문제가 돼 얼굴을 붉히는 경우도 허다하기 때문이다. 이에 알룸나이와 함께 퇴직 의사 전달부터 실제 퇴사에 이르는 퇴직 과정, 일명 ‘오프 보딩’ 관리 및 강화의 중요성도 커지는 추세다.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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