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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보름, 시인 닷새 만에 구속···법원 ‘증거인멸 염려 있어’
과거 연예인 도주우려 無 등 불구속 수사·재판 받아 이례적
거짓 진술하다 시인, 조직적 은폐 시도 등 사태 키웠다 지적
정상 운전 가능했는지 등이 처벌 수위 결정 핵심 혐의이지만
혈중알코올농도 파악 못하고, 핵심 증거 블랙박스도 사라져
혐의 추가 여부는 물론, 향후 입증 여부 등 법정 다툼 예고해
음주 뺑소니 혐의를 받는 가수 김호중이 24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을 나와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경제]

가수 김호중(33)씨가 24일 구속되면서 앞으로 있을 수사·재판 향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경찰이 음주 운전을 하다 사고를 내고 달아난 뒤 운전자 바꿔치기를 한 혐의로 그의 신병을 확보하기는 했지만, 실제 어느 정도 술을 마셨는지는 물론 사고 은폐 과정에 관여했는지 등 여전히 풀어야 할 의혹이 산재했기 때문이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김씨가 뒤늦게 음주 사실을 인정하기는 했으나 앞으로 수사·재판 과정에서 음주량 등을 두고 검·경과 치열한 공방을 이어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신영희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4일 김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하고, 그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는 사고 보름 만이자 김씨가 뒤늦게 음주 운전을 시인한 지 닷새 만이다. 함께 구속영장이 청구된 소속사 생각엔터테인먼트 이광득(41) 대표와 전모 본부장도 구속됐다.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는 게 법원이 이들의 구속영장을 발부하면서 밝힌 사유다. 김씨는 지난 9일 오후 11시 40분께 술을 마신 채 차를 몰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한 도로에서 반대편 도로의 택시를 충돌하는 사고를 낸 뒤 달아난 혐의를 받는다. 사고가 발생하고 3시간여가 지난 뒤 김씨 매니저가 ‘내가 사고를 냈다’며 거짓으로 자백했다. 김씨는 사고 17시간이 지나서야 경찰에 출석하면서 김씨와 소속사가 ‘운전자 바꿔치기’ 등 조직적으로 사고 은폐를 시도했다는 의혹이 일었다. 또 폐쇄회로(CC)TV 영상과 술자리 동석자 발언 등 잇단 음주 정황에도 김씨는 음주를 부인하다가 사고 열흘 만인 지난 19일 돌연 입장을 바꿔 혐의를 시인했다. 경찰은 지난 22일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위험운전치상·도주치상, 도로교통법상 사고 후 미조치, 범인도피방조 혐의 등으로 김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한 바 있다.

과거 음주운전으로 물의를 일으켰던 연예인 대부분이 도주 우려가 크지 않거나, 심각한 인명 피해를 일으키지 않았다는 이유로 불구속 수사·재판을 받아왔던 점에서 김씨 구속은 다소 이례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만큼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고 막고 있는’ 모양새라는 지적이다. 김씨가 사건 발생 직후 뺑소니를 하지 않고, 사고 피해자를 병원에 데리고 가는 등 적절하게 대처했다면, 구속까지 되지는 않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피해자의 진단서 제출 유무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는 하나, 김씨가 즉각 음주 사실을 인정했다면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치상) 또는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으로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재판을 받았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거짓 진술, 조직적 사고 은폐 시도 등이 사태를 키웠다는 얘기다.

25일 경북 김천시 교동 ‘김호중 소리길’이 주말임에도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 길은 가수 김호중 씨를 상징해 김천시가 조성한 관광 특구 거리다. 김천=연합뉴스


법조계 안팎에서 앞으로 김씨에 대한 처벌 수위를 결정할 주요 혐의로 특정범죄가중법상 위험운전치상을 지목한다. 특정범죄가중법 제5조의 11(위험운전 등 치사장)에 따르면 음주 또는 약물의 영향으로 정상적인 운전이 곤란한 상태에서 자동차 등을 운전해 살마을 상해에 이르게 한 사람은 1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상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피의자가 정상적인 운전을 하지 못할 상태였는가 여부가 유무죄 판단의 핵심 요인이지만,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김씨의 정확한 혈중 알코올 농도 수치를 파악하지 못했다. 또 핵심 증거인 블랙박스가 사라져 당시 상황을 재현하기도 쉽지 않다. 구속 기간 20일 동안 경찰·검찰이 사고 은폐 과정에서 김씨의 관여 정도를 추가 수사해 혐의를 추가할 수 있을 지도 향후 주목할 대목이다. 경찰도 음주운전 혐의 뿐 아니라 사고 은폐 과정에 김씨가 실제 관여했는지 등을 중점적으로 살펴볼 전망이다. 지금까지 확보한 증거를 토대로 위드 마크 공식을 활용, 음주는 물론 실제 마신 양까지 철저히 조사할 수 있다. 이원석 검찰총장이 김씨 음주운전 교통사고 후 미조치(뺑소니) 은폐 사건을 ‘사법방해’로 규정하고, 엄정 대응을 지시한 만큼 검찰도 향후 증거 확보 등 김씨에 대한 혐의 입증에 한층 힘을 실을 수 있다.

검사 출신인 김은정 법무법인 리움 변호사는 “당시 상황이나 (피해자가) 진단서를 제출한 사고였다는 점에서 특정범죄가중법상 도주치상에 대해서는 법정에서 다툴 소지가 크지 않다”며 “경찰이 마신 술양 양과 시간 등을 고려해 음주 농도를 밝혀내려고 하겠지만, 사고 당시 정상적인 운전이 곤란한 지에 대해서는 법정에서 치열한 공방이 이뤄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혈중 알코올 농도를 제대로 측정하지 못한 데다, 블랙박스 메모리 카드 등 주요 증거가 없는 만큼 음주량이나 당시 상황을 두고 재판에서 검찰과 김씨 측 사이 법리 다툼이 있을 수 있다는 얘기다. 영장실질심사에서는 어느 정도 개연성을 추측할 수 있는 혐의 소명이 이뤄지면 판사가 영장을 발부한다. 소명은 ‘범죄 사실에 관해 어느 정도 개연성을 추측할 수 있는 상태’는 뜻한다. 반면 형사 재판에서는 범죄 사실의 엄격한 증명이 요구된다. 입증 정도를 기준으로 볼 때 증명은 ‘범죄 사실의 존재에 대한 확신을 얻는 단계’다.

김 변호사는 이어 “재판에서 검찰은 수사 단계에서 확보한 증언 등을 앞세워 재판에 임할 것”이라며 “하지만 피고인 측에서 말을 바꿀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수사 조서가 법정 증거 능력을 인정받을 수 없는 만큼 법정 다툼이 김씨 운명을 좌우할 본 무대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법조계 안팎에서 김씨 측이 ‘구속되더라도 재판에서 최대한 형량을 낮추자’는 전략을 대응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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