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NOAA “세계 산호 60.5% 백화 현상”
역대 최대 수치…바다 고수온 영향
전 지구적 기후변화·엘니뇨 강해진 탓
‘서식처 소멸’ 생태계 황폐화할 수도
어획량 감소로 먹거리 수급 영향 가능성
지난달 브라질 연안에서 서식 중인 산호초에서 백화 현상이 발생한 모습. 현지 정부는 백화 현상이 관광과 수산업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올해 3월 호주 연안의 산호 밀집 수역인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 모습. 수온 상승으로 인해 산호가 광범위한 백화 현상을 겪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호주 해안의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라고 불리는 수역으로 수중 카메라가 천천히 들어간다. 이곳은 전 세계에서 산호가 가장 많이 사는 곳이다.

카메라가 수면 아래로 잠기자 렌즈에는 자그마한 나무처럼 생긴 물체들이 잔뜩 잡힌다. 산호다. 식물처럼 보이지만, 동물이다. 산호는 전 세계 열대와 아열대 바다에 2500여종이 분포한다.

그런데 이 산호들, 색깔이 심상찮다. 전부 하얀색이다. 산호는 본래 몸통 안에 ‘조류’, 즉 바닷속 미생물을 품어 알록달록한 색을 내야 하는데 이상한 일이다. 이 모습은 동영상 공유 웹사이트에서 볼 수 있는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의 올해 풍경이다. 이렇게 산호가 하얗게 변한 것을 두고 ‘백화 현상’이라고 부른다.

백화 현상은 이전에도 있었다. 하지만 올해는 상황이 특히 심각하다. 지난 1년간 전 세계 산호의 약 3분의 2가 백화 현상을 겪었다. 이렇게 광범위한 백화 현상은 사상 처음이다. 바닷속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조류 이탈하며 ‘60.5%’ 백화

로이터통신과 에코워치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해양대기청(NOAA)은 이달 중순 개최한 월간 브리핑을 통해 “지난 1년간 전 세계 산호의 60.5%가 백화 현상을 겪었으며, 이 비율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자국 연안에서 백화 현상이 생긴 국가만 62개국에 이른다.

백화 현상은 말 그대로 산호 몸통이 하얘지는 일이다. 이런 일이 생기는 것은 산호와 바닷속 조류의 공생 관계 때문이다.

산호 몸속에는 매우 작은 단세포 생물체인 조류가 산다. 산호는 살 터전을 주고, 조류는 그 대가로 광합성으로 만든 영양분을 내놓는다. 조류는 색깔이 알록달록하기 때문에 산호 특유의 아름다움을 만들어 낸다.

그런데 바닷물 수온이 너무 높으면 조류는 산호에게 독이 되는 물질을 뿜는다. 그러면 산호는 조류를 자신의 몸밖으로 퇴출시킨다. 공생 관계의 파탄이다. 이러면 산호는 색을 잃고 하얗게 변한다. 바로 백화 현상이다.

높은 수온이 유지돼 조류 없이 홀로 버티는 상태가 지속되면 산호는 결국 질병과 영양 실조로 죽는다.

백화 현상은 자주 있었다. 전 지구적인 대규모 피해만 추려도 벌써 4번째다. 1998년에는 전 세계 산호의 20.0%, 2010년에는 35.0%, 2014~2017년에는 56.1%가 백화 현상에 노출됐다.

그런데 올해(60.5%)는 이미 과거 기록을 뛰어넘었다. 전 지구 산호의 3분의 2 가까이가 백화 현상을 겪고 있는 것이다.

생태계 파괴·어획량 감소 우려

도대체 산호가 사는 바다 수온이 얼마나 높아진 것일까. 30도를 넘었다. 산호는 28도 이하 바다에서 조류와 정상적으로 공생할 수 있고, 30도부터는 백화 현상을 일으킨다. 목욕물과 별로 다르지 않은 ‘뜨거운 바다’에 산호가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고수온이 나타난 이유는 뭘까. 날로 세지는 기후변화에 더해 올해에는 태평양 바다 수온이 오르는 기상현상인 ‘엘니뇨’가 겹친 탓이다. 상황이 가장 심각한 곳은 대서양이다. 산호의 99.7%가 백화 현상을 겪었다. 이 수역에서는 산호의 소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백화 현상을 주목해야 하는 데에는 중요한 이유가 있다. 산호가 자라는 전 세계 바다 면적은 겨우 1%이지만, 여기에 해양 생물의 25%가 모여 산다. 산호 주변에는 은신할 곳과 먹을거리가 많아서다. 사람으로 따지면 인프라를 잘 갖춘 대도시다.

이번 백화 현상이 빠르게 회복되지 않는다면 전 세계 바다 생태계는 황폐화할 가능성이 크다. 인간의 입장에서는 당장 어획량 감소로 인한 혼란이 예상된다. 전 세계 어획량의 9~12%를 산호 주변 바다가 감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NOAA는 2014~2017년 백화 현상이 무려 3년간 이어졌다는 점 등을 고려해 올해 백화 현상에 ‘사상 최악’이라는 도장을 찍지는 않고 있다. 하지만 지금처럼 광범위한 피해가 지속되면 조만간 그 판단도 바뀔 가능성이 있다. NOAA는 “이번 백화 현상은 지구촌에 경각심을 일으키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경향신문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21193 한번 터치로 ‘화상 회진’…보호자, 병원 못 가는 부담↓ 랭크뉴스 2024.07.06
21192 경찰 수사심의위, '채상병 사건' 임성근 전 사단장 불송치 의견 랭크뉴스 2024.07.06
21191 [단독] '수요포럼' 멈춘 통일장관...'新통일담론' 의견 수렴 마무리? 랭크뉴스 2024.07.06
21190 뇌졸중 장애 母에 “빨리 죽어라”…상습폭행 아들 실형 랭크뉴스 2024.07.06
21189 [차세대 유니콘](32) AI 컨택센터 솔루션 고객 1000개사 유치한 페르소나AI… 유승재 대표 “日·美 시장 진출 추진” 랭크뉴스 2024.07.06
21188 오늘도 벌어지는 ‘미디어 재판’···당신은 언론을 믿으십니까[오마주] 랭크뉴스 2024.07.06
21187 바이든 “트럼프 이길 것”…방송 인터뷰로 교체론 진화? 랭크뉴스 2024.07.06
21186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 더 이상 꿈이 아니다” 랭크뉴스 2024.07.06
21185 "삼청교육대 '보호감호' 피해자들에 국가배상…공권력 남용" 랭크뉴스 2024.07.06
21184 美軍 100년 운용할 전략폭격기…‘B-52H’ 핵 재무장하나?[이현호 기자의 밀리터리!톡] 랭크뉴스 2024.07.06
21183 만취한 지인 업었다가 넘어져 사망케 한 20대 집유 랭크뉴스 2024.07.06
21182 모두 쓰는 공간을 '나 혼자' 독점… 노매너·이기심에 공공장소는 '몸살' 랭크뉴스 2024.07.06
21181 [저출산을 읽는 새로운 시각] ②“美 세계화 수혜 클수록 저출산 직격탄” 랭크뉴스 2024.07.06
21180 '도박 쓸 돈 안 줘서'…모친 집 가전제품 깨부순 40대 패륜아들 랭크뉴스 2024.07.06
21179 '2.4%' 한숨 돌린 물가라는데…'가스요금' 결국 인상[송종호의 쏙쏙통계] 랭크뉴스 2024.07.06
21178 [지방소멸 경고등] "인삼 부자도 많았는데…" 어르신만 남은 금산 마을 랭크뉴스 2024.07.06
21177 [단독] "'조롱글' 내가 썼다" 20대 남성 자수‥은행 직원 비하글도 발견 랭크뉴스 2024.07.06
21176 '치사율 20%' 정신분열까지 부른다…해외여행 공포의 모기 랭크뉴스 2024.07.06
21175 [벤처하는 의사들] AI가 ‘머릿속의 시한폭탄’ 85% 정확도로 예측한다 랭크뉴스 2024.07.06
21174 눅눅·축축…‘식중독의 계절’ 장마철 건강관리 랭크뉴스 2024.07.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