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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서 서강대 미디어&엔터테인먼트학과 2학년

[서울경제]

*본 칼럼은 뮤지컬 '헤드윅의 내용 중 일부를 담고 있습니다. 또한, 어떠한 금전적 대가도 없이 직접 티켓값을 지불하고 관람한 후기임을 사전에 밝힙니다.

여러분은 혹시 운명을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표준국어대사전에 의하면, 운명이란 ‘인간을 포함한 모든 것을 지배하는 초인간적인 힘, 또는 그것에 의하여 이미 정하여져 있는 목숨이나 처지’를 의미합니다.

뮤지컬 헤드윅의 전반적인 내용을 한 줄로 요약해 보자면, 이 뮤지컬은 헤드윅이 자신의 ‘운명’을 찾아 살던 고향에서 벗어나 긴 여정을 떠났던 자기 삶의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또한 이 공연은 2인극 뮤지컬로,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뮤지컬과는 사뭇 다른 전개를 보입니다. 1막과 2막 사이에 쉬는 시간인 인터미션도 없고, 주인공인 헤드윅이 거의 모든 시간을 혼자서 2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극을 이끌어가기에 배우들에게도 어려운 뮤지컬로 손꼽힙니다. 한국에서 2005년 처음 국내 라이센스 판 초연이 진행됐고, 2024년 기준 14연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아마도 헤드윅에 대해서 대중들이 갖고 있는 인식은 ‘파격적인 소재를 다루고 있는 뮤지컬’이라는 게 대부분일 것입니다. 한국보다 개방적인 문화를 가진 것으로 여겨지는 미국에서도 초연 당시 소재에 대해서 신선하다는 이야기와 충격적이라는 평가를 받았으니까요. 주인공 한셀은 동성애자이고, 자신의 환경에서 벗어나기 위해 원치 않음에도 성전환수술을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헤드윅의 선택과 고민에 집중해 본다면 다른 느낌을 받으실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선, 한셀은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인 자유와 사랑을 위해 자신의 신체를 희생합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원치 않았음에도 성전환 수술을 하는 것 역시, 자유를 위한 선택으로 보입니다. 미국으로 간 이후에도 삶을 포기하지 않고 어떻게든 이어 나가려고 노력하지만, 또 다른 남성에게 버림을 받기도 합니다. 하지만 한셀에는 어렸을 때 엄마가 들려준 이야기를 굳건하게 믿고 있습니다. 특히 헤드윅의 넘버 중 하나인 ‘The origin of love’에서 이야기의 내용을 알 수 있습니다. 그 이전에, 해당 넘버의 가사의 전반적인 내용은 플라톤의 ‘향연’을 모티프로 하는데,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태초의 지구에는 세 종류의 사람 남자, 여자, 제3성의 인간이 있었고, 이들은 두 개의 머리, 두 쌍의 팔다리를 가지고 등이 붙어있는 형태를 띠고 있었다. 하지만 이를 두려워 한 신이 반으로 갈랐고, 그렇게 자신의 남은 반쪽을 찾아다니게 되었다.’

The Origin of love 중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한 몸’이라는 단어를 듣는다면, 이 이야기를 매우 신뢰하고 자신의 반쪽을 찾아 헤매는 화자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누군가에게는 어리석은 선택으로만 비칠지라도, 한셀에게는 그것이 자신의 믿음이었고 목표였을 것입니다. 하지만, 결말에서 한셀은 결국 깨달음을 얻게 됩니다. 자신이 그토록 찾던 반쪽은 다른 사람에게서 찾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에게서도 찾을 수 있었던 것입니다. 왜냐하면, ‘반쪽’은 나의 ‘완전함’을 위한 것이지, 그 자체를 추구하던 것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스스로 깨달음을 얻고, 자신을 속박하던 가발과 의상, 모든 것을 벗어던진 한셀은 그렇게 공연장을 떠나고, 막은 내리게 됩니다.

여기까지 읽고, 처음 ‘운명’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이 바뀌셨는지 궁금합니다. 사실 운명은 다양한 뜻으로 사용이 되기에, 여러분이 처음 떠올린 ‘운명’에 ‘운명의 상대’, 또는 나의 반쪽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으셨다면 해당 스토리에 대해 공감하지 않으셨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범위를 조금만 더 확장해 봅시다. 한셀은 ‘한 사람’을 찾는 과정에서 사람들에게 자신을 사랑해달라고 말하고, 다른 사람을 억압하기도 하며, 무시를 당했다고 생각하며 지난 일과 사람을 반추하며 불같이 화를 냅니다. 어쩌면, 한셀은 운명의 상대인 ‘한 사람’이 아니라 지속해서 ‘나를 제외한 모든 것과의 관계’에 대해서 바라고 집착한 것일지도 모릅니다. 그러한 한셀도, 결국은 자신의 모습에 대해 받아들이게 됩니다.

우리는 무언가, 또는 누군가 없으면 완전할 수 없다는 사실을 종종 느끼고는 합니다. 그렇게 특정한 장소, 사물, 심지어는 사람에게도 집착하기도 하죠. 특정한 관계에 매몰되어 감정이 수시로 뒤집히기도 하고, 사랑받지 못하고 있다고 느끼며 분노하기도 합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에, 관계 속에서 의미를 발견하고자 하는 시도는 당연할 것입니다. 그렇지만, 어쩌면 우리는 이 모든 것에 대해 과도하게 신경을 쓰고 있던 것일지도 모릅니다. 타인과의 비교를 통해 나의 가치를 평가절하하고, 자신을 부정적인 환경과 감정의 방향으로 내몰았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니, 이를 본 여러분께서 이것만큼은 꼭 기억하시길 바랍니다. 스스로도 완전할 수 있다는 사실을.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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