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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운영 시작 '반려견 순찰대' 
서울 1,424개 팀·한 해 순찰 4만 회 
실종자 찾고 또래 괴롭힘도 신고 
"반려견도 지역사회 구성원으로"
서울 강남구에서 활동하는 반려견 순찰대 '윙키' 대원이 22일 야간 합동 순찰 도중 포즈를 취하고 있다. 유기견이었던 윙키는 급성 녹내장으로 한쪽 눈을 잃었지만 항상 윙크하는 듯한 모습으로 눈길을 끌었다. 김소희 기자


22일 오후 8시 서울 강남구 도곡동 은광여고 앞 골목. 올해 세 살인 시츄 '예솜' 대원이 초록색 형광 조끼를 입고 나타났다. 예솜이는 골목 여기저기를 킁킁대며 관찰했다. 견주 구지인(35)씨도 예솜이 한 발짝 뒤에서 따라 걸으며 유심히 주위를 살폈다. 이들의 정체는
'반려견 순찰대'.
예솜이가 순찰 도중 깨진 보도블록 앞에서 걸음을 멈추면, 구씨가 이를 확인해 구청에 수리 민원을 넣는다.

반려견들이 '동네 지킴이'로 나섰다.
동네 순찰을 통해 도움이 필요한 시민들을 구조하고, 위험 시설물을 찾아내 안전을 확보한다. 긴급안심비상벨이나 가로등 같은 범죄 예방 시설물도 점검한다. 성과가 사람 못지않다.
서울에서만 1,424팀이 순찰대로 활동
한다.
지난해 총 4만8,431회 순찰을 통해 경찰 신고 331건, 시설물 파손 등 생활 위험 신고 2,263건
을 기록했다.

학대받은 유기견, 동네 지킴이로

언니 예솜이는 지난해 반려견 순찰대 활동을 시작했고, 동생 예콩이는 언니를 따라 올해 순찰대에 합류했다. 사진은 자매 순찰대가 함께 야간 순찰에 나선 모습. 구지인씨 제공


전국 최초인 서울시 반려견 순찰대는 2022년 처음 도입됐다. 국내 반려동물 양육 인구가 1,500만 명에 육박하면서 서울시 자치경찰위원회가 일본 사례(멍멍 순찰대)를 참고해 만들었다. 매년 심사를 통해 뽑히는 순찰대는 소형견부터 중형견, 대형견까지 다양하다.

강남구에서 1년 넘게 활약하고 있는 웰시코기 믹스견 '감동이'는 학대로 전신 화상을 입고 피부가 벗겨진 상태로 경남의 한 주택가에 유기됐다.
3년 전 감동이를 임시 보호해 치료하다 입양한 견주는
"처음엔 상처가 심해서 동네를 돌아다니는 것조차 힘들었지만 이제는 건강한 모습으로 순찰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지원 계기를 밝혔다.

반려견 순찰대 소속 까미 대원이 서울 강남구의 한 어린이보호구역 앞에서 어린이들의 등하교를 지켜보고 있다. 유가형씨 제공


강남구에서 활동 중인 포인터 '까미'는 경기 포천의 한 보호소에서 10년을 지내다 지난해 입양
됐다. 검은색 대형견은 입양이 잘 되지 않는다는 말에 가족이 되기로 결심한 견주 유가형(48)씨는 "덩치가 커 입양은 안 됐지만, 동네 순찰에는 제격이다"라며 "동네 아이들의 등하굣길을 책임지고 있다"며 소개했다. 그는 "아이들이 먼저 다가와서 '순찰하는 강아지냐'며 반갑게 인사하고 말을 건다"고 자랑스러워했다.

순찰대에는 급성 녹내장으로 한쪽 눈을 잃은 윙키와 자매 순찰대 예솜·예콩 등 개성 넘치는 반려견들이 있다.

킁킁대며 학폭 막고 실종자 찾아

서울 금천구에서 활동하는 오이지 대원이 지난해 4월 무단 적재물을 발견해 신고했다. 오이지는 같은 해 10월에도 공원을 배회하던 한 중학생이 또래 학생들로부터 괴롭힘당하는 모습을 보고 경찰에 신고했다. 반려견순찰대 홈페이지 캡처


순찰대 역할은 기대 이상이다. 동네 주취자나 실종자를 발견해 귀가 조치하는 등 사람을 구한다. 스쿨존(어린이보호구역) 음주운전 차량을 잡아내고 파손된 시설물을 찾아내는 등 안전한 환경을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강동구에서 활동하는 '쿠로'는
지난해 5월 새벽 순찰 중 길바닥에 구부정한 자세로 앉아있는 남성을 발견했다. 알고 보니 이 남성은 전날 실종 신고가 접수된 발달장애인
이었다. 길거리를 배회하다 다리를 다쳤는데 가족에게 연락할 수단이 없었던 그는 쿠로의 눈썰미로 무사히 집으로 돌아갔다. 금천구 순찰대 '오이지'는
지난해 10월 또래에게 둘러싸여 괴롭힘을 당하는 중학생을 구했다.


서울 강동구에서 올해 반려견 순찰대 활동을 시작한 푸들 '만두' 대원. 열 살인 만두는 최근 순찰 도중 다리가 불편한 할아버지를 발견하고 구급대에 인계했다. 엄수빈씨 제공


반려견 '만두'와 함께 순찰대 활동을 시작한 엄수빈(25)씨는 지난 13일 다리가 불편한 듯 움직이지 못하고 도로 앞에 앉아 있는 할아버지를 발견해 119에 신고
했다. 경찰관을 꿈꾸는 엄씨는 "골목에 가로등 고장 난 건 없나, 어디 파손된 곳은 없나 주변을 유심히 보게 된다"며 "아직 경찰은 아니지만 생활 속에서 안전한 동네를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어 보람차다"고 말했다.

"지역사회 구성원 역할 보람"

반려견 순찰대가 22일 저녁 서울 강남구 도곡동 골목에서 청소년 선도 야간 순찰을 진행하고 있다. 김소희 기자


비록 별도의 활동비가 지급되지 않는 봉사 활동이지만 순찰대는 지역사회에 한 걸음 가까워지는 것만으로 충분하다고 입을 모았다.
견주들은 "유기견이 반려견으로, 반려견이 순찰견으로 변해 지역사회 구성원으로 역할을 하는 모습이 뿌듯하기만 하다"고 강조했다.
유기견들은 순찰대 활동을 하며 건강을 되찾았을 뿐 아니라 수년간 보호소에 살며 주눅 들었던 표정도 점차 당당해지고 밝아졌다.

관심 어린 시선 속에 동네도 하나둘 변하고 있다. 지난해 이상동기 범죄가 속출하면서 인적이 드문 골목길에 안심비상벨 작동 여부를 확인하는 것도 이들이 도왔다. 반려견 순찰대를 처음 제안한 강민준 서울시 자치경찰위원회 경위는 "매일 우리 동네를 살펴보면서 평온한 일상을 유지하고 확보하는 데에서 의미가 시작된다"며 "올해는 2,000팀으로 늘리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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