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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시험에서 중증 신부전 24% 줄여
뉴잉글랜드 의학 저널(NEJM) 게재

지난 3월 17일 가자지구 데이르 알 발라에 있는 알-아크사 병원에서 한 환자가 투석을 받고 있다. /EPA=연합뉴스


덴마크 제약사 노보 노디스크의 당뇨 치료제인 오젬픽과 비만 치료제 위고비의 주성분인 세마글루타이드가 제2형 당뇨병으로 신장이 망가진 신부전 환자의 사망 위험을 극적으로 줄인다는 임상시험 결과가 나왔다. 한국은 성인 9명 중 1명은 만성 신부전(콩팥병)을 앓고 있다. 혈액 투석이 필요할 정도로 상태가 악화된 신부전 환자 숫자도 매년 빠르게 늘고 있지만, 생활 습관 교정 외에는 이렇다 할 치료법이 없는 상태다.

캐서린 터틀 미국 워싱턴대 의대 교수는 24일(현지시각)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유럽신장학회에서 이같은 임상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인 ‘뉴잉글랜드 의학 저널(NEJM)’에 게재됐다.

세마글루타이드는 혈당을 낮추고 식욕을 조절하는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을 모방한 단백질이다. 노보 노디스크는 당초 2형 성인 당뇨병 환자의 혈당을 낮추는 당뇨약(오젬픽)으로 개발했으나, 체중 감소 효과를 확인한 후 비만 치료제(위고비)로 방향을 틀어 유명세를 탔다.

앞서 노보 노디스크는 임상시험 중간 결과가 압도적으로 성공적인데다, 일부 환자들에게만 혜택을 제공하는 것이 비윤리적이라는 지적에 따라 지난해 10월 임상시험을 조기 중단했다. 이후 임상시험의 전체 데이터 분석이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구팀은 만성 신장 질환과 제2형 당뇨병을 앓는 환자 3533명을 두 그룹으로 나눠 절반은 세마글루타이드 주사를, 나머지 절반은 매주 위약(가짜약)을 맞도록 했다. 이렇게 대상자를 약 3년 가량 추적 관찰한 결과, 세마글루타이드를 투약한 사람은 투석 또는 신장이식이 필요할 정도로 상태가 악화될 가능성이 24% 떨어졌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세마글루타이드를 투약한 환자에게서는 331명이 중증 신부전으로 진행됐는데, 위약 그룹에서는 410명이 중증 신부전으로 악화됐다. 세마글루타이드를 투여한 환자는 심혈관 질환이나 다른 원인으로 사망할 가능성이 낮았고, 신장 기능이 떨어지는 속도도 느렸다.

당뇨병은 만성 신장 질환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혈당 관리가 잘 안되면 콩팥(신장) 혈관이 망가져서 만성 신부전이 온다. 신장이 망가지면 혈액의 노폐물을 잘 걸러내지 못해 몸에 요독성 물질이 쌓인다. 혈액에 노폐물이 축적되면 심장병과 뇌졸중이 올 수 있다. 그렇게 방치된 당뇨병 환자들은 만성 증증 신부전으로 혈액 투석실로 쏟아진다.

지난해 대한당뇨병학회가 발표한 한국인 당뇨병 팩트 시트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말기 신부전으로 투석이나 신장 이식을 받은 환자 수는 2배 이상으로 늘었다. 2010년 5만 8860명이던 것이 2021년에는 12만7068명으로 뛰었다.

제니 푸라우드풋이 그린 당뇨병 합병증 일러스트레이션. 왼쪽 상단부터 시계 방향으로 망막 변성, 발에 생기는 피부 궤양, 만성 신부전, 말초신경염, 심장 질환, 잇몸병 등 대표적인 합병증을 알리고 있다. /Jenny Proudfoot Illustration

학계는 이번 연구 결과가 신장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들에게 희망이 될 수 있다고 봤다. 이번 임상 참가자 대부분은 이미 신장 질환 치료제를 복용하는 환자들이었다. 신장 질환을 앓고 있더라도 혈액 투석을 할 정도로 신장이 완전히 망가지는 것을 최대한 늦출 수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다만 세미글루타이드를 연구하는 학자들조차도 정확히 어떤 원리로 이 약물이 신장에 도움이 되는지는 알아내지 못했다. 한 가지 가설로는 세마글루타이드가 신장 질환을 악화시키는 염증을 감소시킨다는 것이다. 백인 남성 위주의 임상시험 설계는 한계다. 임상 참가자의 약 3분의 2가 남성, 약 3분의 2가 백인이다. 세마글루타이드를 복용했을 때 장기 연구가 없는 것도 주의할 부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결과는 세마글루타이드가 당뇨병 치료나 체중 감량 이상의 효과를 나타낼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한 연구라는 평가를 받았다. 앞서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지난 3월 위고비를 심혈관 질환 위험을 줄이는 목적으로도 승인했다. 경쟁 약물을 개발한 미국 제약사 일라이 릴리도 당뇨병 치료제 마운자로(성분명 티르제파타이드)를 다른 용도로 확장할 가능성을 두고 연구를 진행 중이다.

노보 노디스크의 개발 담당 부사장 마틴 홀스트 랑게 박사는 이날 “미국 FDA에 오젬픽 라벨에 제2형 당뇨병 환자의 만성 신장 질환이나 합병증을 줄이는 데 사용할 수 있다는 내용을 추가하도록 신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참고 자료

NEJM(2024), DOI: https://doi.org/10.1056/NEJMoa2403347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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