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라대영 이스타항공 운항훈련팀장(B737 기장)이 비행훈련장치(FTD) 설명을 하고 있다. 고석현 기자

‘삐삐-’

귓속을 찌르는 경고음과 함께 조정 간 각종 버튼이 깜빡이기 시작했다. 서울 김포공항을 출발해 제주공항으로 향하려던 B737-8 항공기 엔진이 과열시동된 탓이다. 기장은 “기체 시동 중 넘버원 엔진이 ‘핫 스타트’(과열시동)할 것으로 예상해 긴급조치를 했다”고 알렸다.

지난 21일 서울 강서구 이스타항공 훈련센터. 라대영 이스타항공 운항훈련팀장(B737 기장)은 “각종 상황에 대한 사전 훈련을 체득해둬야 비상시 빠른 대처가 가능해 이곳에서 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스타항공은 최근 자사가 보유한 B737-8, B737-800 기체에 대한 비행훈련장치(FTD)를 새로 도입했다. 라 팀장은 “FTD가 ‘서울 아파트 한 채 값’”이라고 귀띔했다.

B737-8 조종석을 그대로 빼닮은 훈련 장치엔, 버튼 수십 개와 계기판이 빼곡했다. 부기장석에 앉자 유리창 앞 스크린엔 김포공항 게이트가 꽉 차게 들어왔다. 옆에선 다른 항공기가 쉴 새 없이 이·착륙하거나, 화물이 움직이고 있었다. 임균철 이스타항공 운항기술팀 차장은 “컴퓨터그래픽으로 구현한 것이지만, 실제 김포공항에서 조종간을 잡았을 때와 똑같이 구현돼 있다”라고 말했다. 악천후를 비롯해 항공기 엔진 고장, 윈드시어(급변풍), 버드 스트라이크(조류 충돌) 등 비행 중 발생할 수 있는 100여 종 이상의 비정상 상황에 대한 시뮬레이션을 구현할 수 있다.
지난 21일 서울 강서구 이스타항공 훈련센터에서 비행훈련장치(FTD) 시연을 하고 있는 라대영 이스타항공 운항훈련팀장(왼쪽)과 오삼권 중앙일보 기자. 고석현 기자
비행훈련장치(FTD)의 계기판은 실제 이스타항공이 운용중인 B737-8의 조종석과 동일하게 구현됐다. 고석현 기자

비록 4차원(4D) 효과가 적용되진 않았지만, 기체를 조종할 땐 FTD 장비가 실제로 움직이는 듯한 느낌도 들었다. 다이내믹하게 움직이는 스크린과 소음·진동 등이 실제 비행 환경과 비슷하게 구현된 덕분이다. 활주로를 달려 조종간을 당기자 기체가 ‘부웅~’ 떠오르는 느낌이 생생하게 느껴졌다. 아시아·유럽·미주 등에 위치한 공항 70여 곳을 배경으로 훈련할 수 있다.

최근 저비용항공사(LCC)들은 안전 역량 향상을 위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 제주항공·에어프레미아 등도 FTD를 도입해 운항 승무원의 안전 비행 능력을 점검 중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항공사고 발생 시 돌이킬 수 없는 피해가 발생할 우려가 큰 만큼 사전 대비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31670 삼성전자 노사 임금협상 진통…'노노 갈등'으로 비화하나(종합) 랭크뉴스 2024.05.28
31669 [단독] 02-880 대통령실 전화 확인‥168초 통화 랭크뉴스 2024.05.28
31668 [단독] 윤 대통령, 8월 2일 이첩 직후 이종섭에게 연달아 3차례 전화 랭크뉴스 2024.05.28
31667 인천 송도 길거리 패싸움 중 흉기로 찔러···남녀 4명 검거 랭크뉴스 2024.05.28
31666 22대 국회로 넘어간 연금개혁... 민주당, 소득대체율 44% 재검토 불가피 랭크뉴스 2024.05.28
31665 구태정치로 끝난 21대 마지막 본회의…고성·삿대질에 반쪽파행(종합) 랭크뉴스 2024.05.28
31664 여당 이탈표 예상했더니…되레 야권서 최소 6명 이탈했다 랭크뉴스 2024.05.28
31663 巨野 재표결 강행에도 결국 불발…또 '尹 거부권' 유도 입법폭주 랭크뉴스 2024.05.28
31662 위성 공중 폭발에 무너진 '김정은과 푸틴'..."재발사? 당분간 어려울 듯" 랭크뉴스 2024.05.28
31661 윤 대통령, 이첩 당일 이종섭에 3차례 전화‥이후 박정훈 보직해임 랭크뉴스 2024.05.28
31660 “아들들 두 번 세 번 죽여”…군 사망 유가족, 채상병 특검법 부결에 랭크뉴스 2024.05.28
31659 [단독] ‘선박왕’ 권혁, 45억원대 횡령 혐의로 경찰 수사 중 랭크뉴스 2024.05.28
31658 1단 비행중 2분만에 폭발…성공한 엔진 두고 왜 새 엔진 서둘렀나 랭크뉴스 2024.05.28
31657 김호중, 경찰에 아이폰 3대 중 일부 비밀번호만 제공 랭크뉴스 2024.05.28
31656 ‘채 상병 특검법 찬성’ 김웅 “나를 징계하라” 랭크뉴스 2024.05.28
31655 ‘2천명 매몰’ 맨손으로 수습…추가 산사태 우려 [이런뉴스] 랭크뉴스 2024.05.28
31654 "섹시댄스 춰…계집X들 빵댕이나 흔들어" 고교 단톡방 논란 랭크뉴스 2024.05.28
31653 채 상병 특검법 부결에 “당신 아들이어도 그럴건가” 고성·항의 오간 국회 랭크뉴스 2024.05.28
31652 전세사기특별법 국회 통과…국토부 장관은 “거부권 제안” 랭크뉴스 2024.05.28
31651 윤 대통령, '전세사기 특별법' 거부권 행사 방침‥29일 임시국무회의서 처리 랭크뉴스 2024.05.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