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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반 위의 구도자' 피아니스트 백건우(78)가 생애 첫 모차르트 앨범을 가지고 돌아왔습니다.

'모차르트 3부작'의 첫 앨범으로 '모차르트: 피아노 작품1'을 발매한 그는 지난 68년간 활동하면서 모차르트 음악을 녹음한 건 처음입니다.

지난해 아내 윤정희와 사별한 이후 처음 내놓은 음반.

백건우에게 모차르트는 어떤 의미인지 자세히 들어봤습니다.

■ "아이가 치기엔 너무 쉽고 어른에겐 너무 어렵다"

백건우는 16일 서울 강남구 거암아트홀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나이가 들면 다시 고향을 찾는다는데 음악도 비슷한 것 같다"며 "어릴 적 모차르트와 베토벤으로 시작해 낭만주의와 현대음악으로 갔다가 다시 돌아온 게 아닐까 싶다"고 말했습니다.

10살에 데뷔해 미국과 이탈리아, 프랑스 등에서 활동한 그는 라벨의 모든 피아노 작품, 스크랴빈·프로코피예프 등의 독주집과 베토벤 소나타 전곡 등 많은 음반을 냈지만 모차르트 음반을 녹음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같은 악보라도 20대와 40대, 60대에 보는 것이 확실히 다릅니다. 지금 나에게 들리는 모차르트가 새롭습니다."

그는 피아니스트 아르투르 슈나벨의 말을 인용해 "모차르트의 음악은 아이가 치기엔 너무 쉽고 어른에겐 너무 어렵다고 한다"며 "그 말을 이해할 것 같다. 모차르트의 음악을 순수하게 전달만 할 수 있다면 최고의 연주일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5월 16일 서울 거암아트홀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는 피아니스트 백건우


■ 돌고 돌아 '아이의 순수함'으로

백건우는 이번 음반에 소나타 12번(K.332)과 16번(K.545)을 비롯해 환상곡(k.397), 론도(K.485) 등 7곡을 담았습니다.

첫 모차르트 앨범인 만큼 음반 표지에도 공을 들였습니다.

'모차르트와 백건우'를 주제로 공모전을 열었고 그가 직접 고른 그림은 10살 어린이가 그린 초상화였습니다.

‘모차르트: 피아노 작품1’ 음반 표지

"거짓 없는 어린아이의 그 눈길이라고 할까 그런 것이 그리웠던 거예요."
"모차르트로 시작해 다시 모차르트로 돌아왔어요."


■ 아내가 떠난 후 내놓은 첫 음반

젊은 시절 백건우와 故 윤정희

지난해 1월 아내인 영화배우 윤정희가 오랜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전 세계 곳곳으로 공연을 다닐 때마다 함께한 아내였습니다.

아내와 사별한 후 첫 음반을 낸 심경에 관한 질문에 그는 말을 잇지 못하다 잠시 뒤 대답했습니다.

"지금 저의 상태는 마음에 음악과 저 외에는... 그게 옳은 태도인 것 같아요."

다 잊어버리고 음악에서 할 수 있는 것을 찾겠다는 말로 그는 슬픔을 대신했습니다.


■ 백발의 거장에 보내는 찬사

백건우는 앨범 발매 기념 전국 투어를 18일 부천아트센터에서 시작했습니다.

무대 뒤에서 만난 그는 꽉 찬 객석을 보고 살짝 긴장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무대에 오른 그를 향한 관객들의 환호에 백건우는 모차르트 환상곡 d단조(K. 397)로 화답했습니다.

"단조로 시작해 장조로 가는 부분이 너무 훌륭하다. 짧은 몇 분 안에 많은 것들을 그리기 때문에 인트로로 적합한 곡"이라고 간담회에서 설명한 곡입니다.

이날 백발의 거장이 선사하는 음악에 매료된 관객들의 기립박수가 쏟아졌고 이어진 사인회에서 수십 미터의 줄이 이어지기도 했습니다.


■ "미켈란젤로가 돌덩이 속에서 조각을 만드는 것처럼"

작품을 치열하게 파고들어 탐구하는 자세로 '건반 위의 구도자'로 불리는 백건우는 "지금 나에게 보여지는 모차르트는 완전히 새로운 도전"이라고 말했습니다.

"사실 모차르트의 세계라고 하는 것은 굉장히 광범위해요. 틀에서 벗어나는 곡들이 많아요."
"모차르트가 이런 소리가 있었나? 나부터도 하면서 놀랐고..."

"이제는 특별한 것을 보여주는 것보다 나 자신을 없애는 것이 중요하다"는 그는 순수한 음악 자체를 전달하고 싶다고 전했습니다.

"미켈란젤로가 돌덩이를 볼 때 이미 조각이 보인다고 말한 적이 있는데, 음악도 필요 없는 부분을 잘라내는 것이죠."



"전에는 피아니스트로서 활동을 해야 한다는 스트레스를 받았지만, 지금은 그냥 음악을 하는 것만으로 굉장히 충만해집니다."

향후 계획에 대해서 그는 "가다 보게 되면 뭔가 새로운 게 눈에 띄고, 느껴지고, 때가 되면 그 곡이 나타난다"고 말하며 앞으로 뭘 할지는 "서프라이즈"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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