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6월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판문점 남측지역에서 만난 모습.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임 시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대해 강한 불신을 갖고 있었다는 발언이 나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당시 김 위원장과 친서를 27차례 주고 받을 정도로 친분을 과시했지만, 기실 욕설을 쓸 만큼 경계심을 보였다는 것이다.
고든 손들런드 전 유럽연합(EU) 주재 미국 대사는 23일(현지시간)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 인터뷰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차량 안에서 나눈 대화 내용 일부를 밝혔다. 그가 “말도 안 되는 얘기 말고, 솔직하게 김 위원장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트럼프 전 대통령은 “‘그 X(fucker)는 기회가 생기면 내 배에 칼을 꽂을 것”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손들런드 전 대사는 이 대화가 이뤄진 시점에 대해선 밝히지 않았다.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이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 독재자들을 공개적으로 추켜세우곤 하지만, 이는 상대의 경계심을 낮추기 위한 의도적인 전략이었다고 설명했다.
FP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국제 정치의 판세를 잘 알고 냉정한 현실정치 관점에서 국가 안보에 접근한다는 게 손들런드 전 대사의 요점이라고 해석했다. 손들런드 전 대사는 “트럼프는 푸틴을 전혀 좋아하지 않는다”며 “그는 공개적으로 푸틴을 칭찬하지만, 정반대의 전략을 구사하기 때문에 그렇게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손들런드 전 대사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이런 예측불가능성을 “벨벳 장갑을 낀 미치광이 이론”이라고 설명했다. 자신을 비이성적인 인물로 꾸며 상대로 하여금 자신의 행동과 의도를 예측하지 못하도록 하는 협상 전략이라는 해석이다.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탈퇴 언급도 “쇼비즈니스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