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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바로티' 김호중 씨가 어제 저녁 결국 구속됐습니다. 지난 9일 밤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서 사고를 내고 도망간 뒤 15일만, 이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진 지 열흘 만입니다. "술잔에는 입만 댔다"며 2주 가까이 국민을 기만해 온 '스타'는 결국 거짓말의 굴레에 갇혀 몰락해버렸습니다.

■ 감동과 희망의 아이콘 '스타' 김호중‥'팬덤 방패'에 논란 회피


지난 2009년 SBS '스타킹'에 '고교생 파바로티'로 처음 대중에 이름을 알린 김 씨는 감동과 희망의 아이콘이었습니다. 어려운 가정형편에 한때 잘못된 길에 빠지기도 했지만, 은사를 만나 '영재 성악가'로 뒤바뀐 그의 인생 스토리에 많은 사람들이 응원을 보냈습니다. 2020년 TV조선 예능 프로그램 '내일은 미스터트롯'에 출연하며 마침내 막강한 팬덤을 거느린 '스타'가 됐습니다.

하지만 화려한 조명 뒤 그의 모습은 '감동과 희망'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인기를 얻은 뒤 4년 동안에만 '학폭·전 여자친구 폭행·불법 도박·병역 회피 논란' 등 끊이지 않는 구설수가 그림자처럼 그를 따라다녔습니다.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김 씨는 "사실이 아니"라거나 '오해'라며 피해 갔고, 회원 수 15만 명에 달하는 팬덤은 그를 '별님'이라고 부르며 조건 없는 지지를 보냈습니다.

■ '한가지 거짓말이 입곱가지 거짓말'로‥단순 사고가 '대형 사고'로


김 씨는 이번에도 팬덤의 힘으로 '위기'를 넘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실제로 사고 소식이 알려지며 김 씨의 팬들은 "살다 보면 그럴 수도 있다"며 그를 옹호하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음주 정황이 짙어지던 지난 18~19일 경남 창원에서 진행된 공연에 참석한 팬들은 김 씨를 대신해 사과하기까지 했습니다.

지금까진 그런 방식이 통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이번엔 진실을 숨길 수 없었습니다. 독일의 종교개혁가 마틴 루터는 '한 가지 거짓말을 참말처럼 하기 위해서는 일곱 가지 거짓말이 필요한 법'이라고 했습니다. 매니저 대리자수, 블랙박스 메모리카드 등 증거인멸, 음주 사실 부인 등 거짓말은 거짓말을 낳았고, 결국 단순 음주 사고로 끝날 수 있었던 사건은 검찰총장까지 나서 "조직적이고 계획적인 사법방해"라고 언급하는 '대형 사고'가 돼버렸습니다.


■ 구속영장 보도에 사고 열흘 만에 "음주했다"‥국민은 코웃음


사고 직후부터 경찰은 이례적으로 강력팀 형사와 교통과 경찰 등 30여 명을 투입해 전방위 수사를 벌였고, 언론은 김 씨 측이 내놓은 황당한 해명을 하나하나씩 깨나갔습니다. 결국, 지난 19일 경찰이 구속영장 신청을 검토한다는 보도가 일제히 나오자 김 씨는 "음주운전을 했고, 크게 후회하고 반성한다"는 입장을 냈습니다.

그러나 때는 이미 늦어도 한참 늦었습니다. "유흥업소에 갔지만 술은 마시지 않았다", "술잔에는 입만 댔다"는 해명은 과거 한 연예인의 "술은 마셨지만, 음주운전은 하지 않았다"는 말처럼 국민적 공분을 일으킨 후였습니다.

■ 사과한다더니‥국민 앞에 직접 나설 자신도 없었나


김 씨는 스스로 의혹에 대해 해명할 기회도 모두 놓쳤습니다. 김 씨는 당초 음주 사실을 인정하며 경찰에 '공개 출석'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지난 21일 김 씨는 서울 강남경찰서에 모인 취재진 앞에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지하를 통해 비공개로 조사실에 들어간 김 씨는 당일 4시 반쯤 조사가 끝나고도 "지하로 나가게 해달라"며 경찰서에서 6시간을 버티다가 억지로 취재진 앞에 섰습니다.

지난 21일 오후 서울 강남경찰서에서 조사를 마친 뒤 차량으로 이동하는 김호중

저는 당시 취재진을 대표해 김 씨에게 질문을 던졌습니다. 그리고 그가 처음 내뱉은 말을 듣고 귀를 의심했습니다. '매니저 대리자수', '증거인멸' 의혹을 물은 질문에 "죄인이 무슨 말이 필요하겠냐"며 "죄송하다"는 동문서답만 남기고 떠났기 때문입니다. 김 씨는 그에 대한 일말의 믿음을 가지고 늦은 시간까지 기다린 국민들마저 배신한 셈입니다.

구속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한 어제도 그는 '죄송하다'는 말 뿐이었습니다.

■ 남은 건 최종 경찰 수사 결과‥'위험운전치상' 인정되나?


이제 남은 건 최종 경찰 수사 결과입니다. 관건은 김 씨에게 위험운전치상죄가 적용될 수 있느냐입니다. 이를 위해선 김 씨가 사고 당시 음주로 인해 정상적인 운전이 곤란한 상태였느냐를 가려내야 합니다. 김 씨가 음주 자체를 인정하긴 했어도, 실제 당시 운전이 곤란할 정도로 취했느냐는 다른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경찰은 혐의 입증에 자신을 보이고 있습니다. 최근 조사에서 김 씨가 "소주 10잔을 긴 시간 동안 나눠서 마셨다"고 했지만, 경찰은 김 씨가 사고 직전 들린 유흥주점 종업원 등으로부터 "소주 3~4병을 마셨다"는 진술을 확보했습니다. 이외에도 유흥주점 CCTV에 김 씨가 비틀거리는 모습 등도 담겨있다고 합니다.


■ 김호중을 바꿨다던 할머니 유언‥"하늘에서 지켜볼 테니 단디 행동해라"


이번 사건을 취재하면서 그가 배우 한석규·이제훈 주연의 영화 '파파로티'의 실제 주인공이라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됐습니다. 인상 깊었던 건 그가 '조직'에 몸담던 어두운 과거를 청산하고 '성악가'라는 꿈에 매진하게 된 계기였습니다. 그는 과거 한 방송에서 부모 역할을 해줬던 친할머니의 "항상 인사 잘하고 폐 끼치지 마라. 하늘에서 지켜볼 거니까 '단디' 행동해라"는 유언이 시작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지난 21일 강남경찰서에서 제 팔을 꽉 붙잡은 뒤 빠져나간 그의 뒷모습에선 어두운 과거의 그늘이 남아있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재판에서 김씨가 어떤 벌을 받게 될진 모르지만, 만약 나중에 다시 연예계로 돌아온 그를 만난다면 그땐 제가 김씨의 팔을 꼭 붙잡고 한마디만 남기고 싶습니다. "김호중 씨, 할머니의 유언을 잊지 마세요."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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