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항소법원, 대법원 법리해석 거스른 채 "인도국 결정은 법원 권한"
검거 1년 지났지만 사법부 '난맥상'에 최종 결정 시기 불투명


권도형
(포드고리차 EPA=연합뉴스) 권도형 씨가 3월 23일(현지시간) 몬테네그로 수도 포드고리차에 있는 경찰청에서 조사받은 뒤 무장 경찰대에 이끌려 경찰청 밖으로 나오고 있다. 2024.03.23 [email protected]


(로마=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테라·루나' 사태의 핵심 인물인 권도형 씨의 범죄인 인도 문제를 놓고 그가 구금돼 있는 몬테네그로 사법부의 엇갈린 판결이 또 한번 되풀이됐다.

범죄인 인도국을 결정할 기관이 어디인지를 두고 내려진 대법원 판단을 항소법원이 뒤집는 결정을 내림으로써 최상급 법원과 하급 법원 간 정면 충돌 양상이 빚어졌다.

항소법원은 24일(현지시간) 권씨 측의 항소를 받아들여 고등법원의 범죄인 인도 승인 결정을 무효로 하고 사건을 다시 원심으로 돌려보냈다고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밝혔다.

항소심 재판부는 "사건은 재심과 결정을 위해 원심(고등법원)으로 파기 환송했다"고 전했다.

앞서 고등법원은 지난달 8일 권씨에 대해 한국과 미국으로의 범죄인 인도를 위한 법적 요건이 충족됐다며 범죄인 인도를 승인한 뒤 범죄인 인도국 결정 권한은 법무부 장관에게 넘겼다.

그러나 항소법원은 법원이 권씨의 범죄인 인도국을 직접 결정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왜 관할권이 없다고 보는지에 대한 명확한 근거를 고등법원이 제시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범죄인 인도가 청구된 사람이 범죄인 인도에 동의하는 경우 약식 절차를 적용해야 하고, 이 경우 법원이 범죄인 인도국을 결정한다"고 밝혔다.

현지 일간지 비예스티는 항소법원이 고등법원에 권씨를 한국과 미국 중 어느 곳으로 보낼지 직접 결정하라고 다시 한번 명령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대법원의 결정과는 정면으로 배치되는 터라 고등법원이 재심에서 어떤 결정을 내릴지 주목된다.

대법원은 지난달 5일 범죄인 인도국 결정 권한이 법원이 아닌 법무부 장관에게 있다는 몬테네그로 대검찰청의 적법성 판단 요청을 받아들여 고등법원의 한국 송환 결정을 무효화하고 사건을 파기 환송했다.

대법원은 당시 판결문에서 "범죄인 인도를 놓고 두 국가가 경합하는 상황에서 법원의 의무는 피고인에 대한 인도 요건이 충족되는지 판단하는 것"이라며 "범죄인 인도 허가나 우선순위 결정은 법원이 아닌, 관할 장관이 해야 한다"고 적시했다.

고등법원이 범죄인 인도국을 결정한 것은 법원의 권한을 넘어선 것으로 적법하지 않다고 본 것이다.

법원은 범죄인 인도 절차를 규정한 법률을 근거로 권씨를 한국으로 송환해야 한다고 판결했지만 몬테네그로 법무부는 권씨를 미국으로 인도해야 한다고 맞서면서 양측은 법적 공방을 벌여왔다. 미국 법무부는 권씨를 미국으로 데려오기 위해 물밑에서 몬테네그로 정부를 압박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SEC 방문한 밀로비치 몬테네그로 법무부 장관(오른쪽 가운데)
[안드레이 밀로비치 몬테네그로 법무부 장관 페이스북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안드레이 밀로비치 몬테네그로 법무부 장관이 최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를 방문하고, 미국 법무부 차관보를 만나는 등 양국 관계 발전을 위한 행보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도 대법원 판결로 이러한 줄다리기가 끝났다는 판단이 작용한 게 아니냐는 해석을 낳았다.

실제로도 최상위 법원인 대법원의 법리 해석을 하급심이 거스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으나 항소법원은 기존의 법률적 판단을 고수했다. 항소법원은 그간 권씨의 인도국을 법원이 직접 결정해야 한다고 일관되게 판결해왔다.

대법원과 항소법원이 정면충돌함에 따라 한국이든 미국이든 권씨의 실제 신병 인도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고등법원이 항소법원의 명령에 따라 권씨의 범죄인 인도국을 직접 결정할 경우 대법원이 또다시 제동을 걸 수 있고, 반대로 고등법원이 항소법원의 뜻을 따르지 않을 경우 항소법원이 파기 환송을 되풀이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권씨는 가상화폐 '테라·루나'를 발행한 테라폼랩스 공동 창업자다.

2022년 테라·루나 폭락 사태로 인한 전 세계 투자자들의 피해액은 50조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그는 폭락 사태 직전인 2022년 4월 싱가포르로 출국한 뒤 잠적했다.

이후 아랍에미리트(UAE)와 세르비아를 거쳐 몬테네그로에 입국한 후 지난해 3월 23일 현지 공항에서 한씨와 함께 UAE 두바이행 전세기에 탑승하려다 위조 여권이 발각돼 11개월간의 도피 행각에 마침표를 찍었다.

위조 여권 사용 혐의로 징역 4개월을 선고받은 권씨는 지난 3월 23일 형기를 마치고 출소한 뒤 외국인수용소로 이송됐다.

그동안 권씨 측은 법원에 한국으로 보내달라고 강력하게 요구해왔다. 한국은 경제사범 최고 형량이 약 40년이지만, 미국은 개별 범죄마다 형을 매겨 합산하는 병과주의를 채택해 100년 이상의 징역형도 가능하다.

이에 반해 몬테네그로 정부는 권씨의 미국행을 희망한다는 뜻을 노골적으로 드러내 왔다.

밀로비치 법무부 장관은 지난해 11월 현지 방송 인터뷰에서 "미국은 우리의 가장 중요한 대외정책 파트너"라고 밝히는 등 미국행을 원한다는 뜻을 숨기지 않았다.

[email protected]

연합뉴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23702 [단독] 의사 1000명 이름 담겼다…리베이트 스모킹건 된 'BM 파일' 랭크뉴스 2024.06.21
23701 "술보다 끊기 힘들어"…54세 최경주, 햄버거에 차 마시는 까닭 랭크뉴스 2024.06.21
23700 푸틴 "한국, 우크라에 무기 공급한다면 실수일 것" 랭크뉴스 2024.06.21
23699 푸틴 "한국, 우크라에 살상무기 제공하면 아주 큰 실수"(종합2보) 랭크뉴스 2024.06.21
23698 대구가 러브콜 보낸 SMR... 정말 2033년 군위 산단서 가동 가능할까 [팩트체크] 랭크뉴스 2024.06.21
23697 [속보] 美, 환율관찰대상국에 한국 2회 연속 제외…中·日 등 지정 랭크뉴스 2024.06.21
23696 尹-이종섭 통화→용산이 들썩→결정적 사건... 수상한 '패턴'은 반복됐다 랭크뉴스 2024.06.21
23695 100억 넘게 상속받은 초부자 457명이 전체 상속세 절반 냈다 랭크뉴스 2024.06.21
23694 푸틴 "한국, 우크라에 살상무기 제공하면 아주 큰 실수"(종합) 랭크뉴스 2024.06.21
23693 북한군 우크라 참전, 러시아는 北 핵개발 지원... 군사위협 시나리오[북러정상회담] 랭크뉴스 2024.06.21
23692 [속보] 美, 환율관찰대상국에서 한국 2회 연속 제외 랭크뉴스 2024.06.21
23691 "이재명, 테러 겪은 뒤 중도의 길…종부세 완화론, 그래서 나왔다" [더 인터뷰 -이재명 멘토 이한주] 랭크뉴스 2024.06.21
23690 주불 한국문화원, 올림픽 맞아 스포츠 주제 맵핑 전시 랭크뉴스 2024.06.21
23689 50도 넘는 폭염 속에 성지순례하다 사망자 천명 넘고 실종자도 다수 랭크뉴스 2024.06.21
23688 "전력수요 감당 못한다" 산유국인데도 단전하는 '이 나라' 얼마나 덥기에 랭크뉴스 2024.06.21
23687 伊 농장서 일하던 인도인 팔 절단사고 후 방치돼 숨져(종합) 랭크뉴스 2024.06.21
23686 佛총선 열흘 앞둔 민심…극우당 1위 견고, 여당은 여전히 3위 랭크뉴스 2024.06.21
23685 성스러운 호수에서 남자들 왜 이러나 했더니…벌써 4만명 열사병 환자 속출에 110명 사망한 '이 나라' 랭크뉴스 2024.06.21
23684 "죽은 줄 알았는데"…23년 만에 가족들 품으로 돌아간 50대의 슬픈 사연 랭크뉴스 2024.06.21
23683 하필 의료파업 중에…코로나 때 확 줄었다 다시 급증한 '이 질병' 랭크뉴스 2024.06.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