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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더중플] 유품정리사 ‘죽음을 준비한 노인들의 이야기’ 당신이 처음 장례식장에 가본 건 언제였습니까. 누구의 죽음이었습니까.
아마도 할아버지, 할머니, 가까운 집안 어른? 처음엔 슬픔보다도 무서움 같은 느낌일 수도 있고, 어쩌면 다들 나만큼 슬퍼하지는 않는구나, 싶은 ‘손님’들에 대한 이질감도 들었겠지요. 점점 자라고 나이 들면서 이런 저런 인연의 부고를 받습니다. 그러면서 죽음은 자연스러운 것, 이별은 필연적인 것이라는 집단적 묵인의 경험을 장례식장에서 하게 됩니다.
그런데 ‘장례식’이 없는 외로운 죽음이 의외로 많습니다. 지금의 한국사회라면 점점 더 많아 질 겁니다. 죽음을 준비한 노인들의 이야기. 유품정리사 김새별 작가의 글을 소개합니다.
더 자세한 내용은 더중앙플러스 ‘어느 유품정리사의 기록’(https://www.joongang.co.kr/plus/series/130)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 “혼자 죽으면 얼마나 듭니까?”
‘죽음’을 예약하는 이들이 있다. 자기 죽음에 ‘견적’을 뽑아보는 노인들. 유품정리사에게 가끔 그런 ‘고독사 예약’ 전화가 걸려온다.

" 죽고 난 뒤에 바로 발견되지 않는다면, 정리하는 비용이 많이 들겠죠? "
공무원을 정년퇴직한 70대 노인, 결혼하지 않고 홀로 살아왔다. 후회 없이 살았고, 혼자의 소소한 삶을 즐겼다는 그 노인은 생의 ‘마지막 이사’ 비용을 묻는 거였다.

그런 ‘예약’에 성함과 날짜, 시간을 물을 수 없다. 대신 노인이 유품정리사의 이름과 연락처를 유서에 적어 놓겠다고 한다. 그런 ‘고객’을 기다린다는 게 말이 될까.

가급적 장기 예약, 아니 무기한 예약이었으면 한다. 조금이라도 더 오래 사시게. 아니, 늦게라도 누군가 곁에 함께 하시길. 그런 ‘예약’은 ‘노쇼’가 돼도 좋을 거라는.
[더 알아보기] 링크를 복사해 주소창에 붙여 넣으세요. “혼자 죽으면 얼마나 듭니까?” 70대 싱글남의 ‘고독사 예약’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12236

# 유품 아닌 유품, 엄마 ‘집밥’
일러스트=이유미 디자이너
돌아가신 부모님의 휴대전화를 정리하다 보면, 전혀 짐작할 수 없는 이들의 연락처에 망연해질 때가 있다. 내가 모르는 친한 분이셨나. 늦게라도 죽음을 알려드려야 하나. 더구나 최근 통화내역이 모르는 이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

“6주 전에 엄마가 돌아가셨어요.”

유품정리사에게 전화를 걸어온 여성. 고인의 휴대전화 첫 번째 연락처가 ‘유품정리사 김새별’로 돼 있었다. 죽음을 예감하고 자식에게 폐를 끼치기 싫어 나름대로 준비를 해왔던 어머니. 홀로 떠나든 두고 떠나든 그렇게 스스로 ‘죽음’을 준비하는 노인들이 많다.

직계 가족이 없는 고독사만 유품정리 의뢰가 들어오는 건 아니다. 요샌 이삿짐을 가족들이 직접 옮기는 일이 없는 것처럼, 생의 마지막 이사도 살림 하나 분량은 되기 때문에 유품정리를 맡기기도 한다.

짐 정리를 하다보면 홀로 사는 노인의 텅 빈 냉장고가 슬프다. 그런데 할머니들은 꽉꽉 채워두는 경우들이 종종 있다. 자식들에게 챙겨준다고 가득 음식을 해서 냉장고를 채워둔 것이다.

" 유품 아닌 유품, 엄마 손으로 만든 ‘집밥’이 유품으로 남아 있는 걸 보는 자식은 가슴이 미어진다. " [더 알아보기] 링크를 복사해 주소창에 붙여 넣으세요. 6주 전 돌아가신 엄마 휴대폰, 마지막 통화한 남자의 정체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15650

# 그 엄마가 죽음을 준비한 이유
죽음을 준비한다는 건 뭘까. 생의 마지막 이별을 준비하면서, 여력이 된다면 그리운 이들과 한마디라도 나눠보고, 고마운 것을 전하고 미안한 것은 털고 어쨌든 좋은 ‘기억’으로 남길 바라며 사라지고 싶은 걸까.

하지만 한사코 모든 인연을 끊어내면서 죽음을 준비하는 이들이 있다.
어린 아들을 두고 젊어서 이혼을 한 여성. 사연이야 어찌됐든 줄곧 불우한 인생이었던 것 같다. 상가주택 창고와도 같은 비좁은 공간에서 생의 마지막에 이르렀다.

그런데 아들은 유년 시절의 엄마를 줄곧 잊지 못했다. 어찌어찌 수소문해 친모가 사는 행정동까지는 찾아냈지만, 정확한 주소와 연락처는 얻지 못했다. 개인정보보호법 때문에 본인 동의 없이 주민센터가 알려주지 못하는 구조다. 어머니는 끝내 동의하지 않았다. 돌봐주지 못한 세월에 대한 죄책감 탓이었을까. 그녀는 병든 몸으로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어머니가 오래전 ‘연’을 끊은 아들은 죽음이란 법적 형식을 통해서야 ‘연고자’가 돼 연락을 받았다. 그 아들이 유품정리를 의뢰하며 오열한다.

" 만나주셨더라면. 아니면 내가 다른 방식으로라도 엄마를 찾아냈더라면. 그래도 설마 엄마가 스스로 삶을 포기했을까. " [더 알아보기] 링크를 복사해 주소창에 붙여 넣으세요. 그리운 아들도 밀어내야 했다…암투병 노모 ‘단칸방의 증언’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169268


# 아무 흔적도 없이 연기처럼 증발한 남자
19세기 파리 빈곤층의 실태를 담은 '불행한 가족'이란 그림이다. 병든 노모의 품에 숨이 가쁜 듯한 딸이 힘없이 안겨 있다. 노모의 멍한 시선은 벽에 걸린 '성모자상'을 향하지만 종교는 그들을 구원하지 못한다. 침대 옆에 타오르고 있는 벌건 숯은 난방용이 아니다. 프랑스 화가 옥타브 타사에르(Octave Tassaert, 1800~74)가 그린 이 작품의 다른 이름은 '자살'이다. 19세기 산업혁명기 유럽에선 가난한 이들의 저런 죽음이 흔했다. 사진 위키피디아
혼자 오래 살다 홀로 떠난 노인들 중에는 간혹 ‘저장강박증’ 환자들이 있다. 버림받은 삶에 대한 두려움 탓인지 자기 손을 거친 건 쓰레기마저 버리지 못하고 쌓아둔다. 극단적인 대인기피증 탓에 바깥 출입을 철저하게 꺼리다 보니까 쓰레기마저 버리러 갈 용기를 못 내는 경우도 있다.

‘포장강박증’도 있다. 모든 물건을 병적으로 꽁꽁 포장해 둔다. 그런 경우가 제일 난처하다. 혹시라도 유족에게 전해야할 유품인데 통째로 폐기해 버릴 수도 있으니, 일일이 포장을 벗겨 내용물을 확인해야 한다. 하지만 뜯어봐야 결국 쓰레기통으로 간다. (▶얼굴도 모르는 조카가 집 받았다…60대 금융맨 ‘외로운 유서’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44252)

고독사는 1인가구이기 때문에 짐이 적을 거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혼자 오래 산 이들이 좁은 집안 곳곳에 쟁여둔 짐들은 의외로 만만치 않다.

그런데 베테랑 유품정리사가 당황한 경우도 있었다. 그 흔한 TV도 없는 방. 옷가지도 없고 옷장은커녕 옷걸이도 없었다. 전기밥솥도 없었는데 ‘밥통’만 있었다. ‘내솥’에 탄을 피워 스스로 생을 마감한 60대 건설노동자의 방이었다.

그가 ‘죽음을 준비한’ 방식이었다. 모든 걸 스스로 치우고 비우고. 아무 흔적도 안 남기고 연기와 함께 연기처럼 사라진 남자.

" 현장에서 수습한 유품은 신발 한 켤레였다. " [더 알아보기] 링크를 복사해 주소창에 붙여 넣으세요. “여기 뭐야” 날 당황시킨 집…정리한 유품은 신발 하나였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48938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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