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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이 2016년 11월 서울중앙지검에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박근혜 전 대통령 국정농단 사건의 핵심 중 한 사람인 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실 제3비서관(국민공감)에 23일 발탁됐다고 한다. 민심을 청취해 대통령에게 보고하는 것이 주요 업무다. 그런 자리에 왜 하필 국정농단 사건 주역이 필요한 건지 도무지 납득되질 않는다.

정씨는 2013년 1월부터 2016년 10월까지 대통령 수행과 일정 관리, 보고 문건 접수와 지시사항 전달 등을 총괄하며 ‘문고리 권력’으로 불렸다. 그러다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가 터진 뒤 대통령 지시로 최씨에게 다수의 대통령실 기밀 문건을 유출한 혐의(공무상 비밀누설 등)가 드러나 구속됐고, 대법원에서 1년6개월 형이 확정됐다. 뻔히 눈앞에서 벌어지는 국정농단을 알고도 방조했으니 박 전 대통령에게는 ‘충복’이었을지 모르나, 국민의 ‘공복’은 아니었던 것이다.

당시 정씨를 구속한 수사 책임자가 바로 윤석열 대통령이다. 윤 대통령은 정씨가 만기 출소한 뒤인 2022년 말 특별사면 대상에 포함시켰다. 사면 복권으로 공직을 맡지 못할 법적 제약을 벗게 해주더니, 이번에는 대통령실 비서관으로 임명했다. 대통령실 인사는 대통령 재량이지만, 그렇더라도 다수 국민이 동의할 수 있는 ‘상식선’은 지켜야 한다. 정씨는 헌정사에 씻을 수 없는 오점으로 남은 국정농단 사건을 방조했다고 판결문에 적시돼 있다. 그런 그를 또다시 주요 공직에 중용한 대통령의 결정을 수긍할 국민이 얼마나 될까.

워낙 납득할 수 없는 인사이다 보니 여당 내에서조차 뒷말이 무성하다. 윤 대통령이 정씨의 맹목적 충성심을 높이 샀다거나, 과거 수사에 협조한 정씨를 좋게 봤다는 평이 그래서 나오는 것이다. 그간 보여온 대통령의 인사가 황당했던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지만, 이번 인사는 더욱 그러하다. 부적절 수준을 넘어 윤석열 정부의 정체성을 의심케 만들고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 4월 총선 참패 이후 완고한 ‘불통’ 이미지를 벗고 국민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겠다고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여론 수렴 기능도 대폭 강화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려면 여론 청취 제일선에 있는 담당 비서관부터 적임자를 골라야 한다. 그런데 국정농단을 알고도 눈감은 사람에게 무엇을 기대하는 것인가. 박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소수 강성 보수층에게 구애를 하려는 것인가. 윤 대통령은 정씨 발탁이 국민 눈높이에 맞는 것인지 다시 따져봐야 한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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