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책과 세상]
신호철 '공항으로 간 낭만 의사'
인천국제공항의 의료센터. 저상버스 제공


60대 남성이 붕대로 칭칭 감은 아랫배를 움켜쥐고 구급 침대에 실려 왔다. 붕대를 풀어 보니 오른쪽 사타구니 쪽의 수술 봉합 부위가 벌어져 있다. 미국 출장 중 급성맹장염으로 수술을 받은 뒤 인천국제공항으로 귀국한 승객이었다. 비싼 병원비에 놀라 수술 부위가 채 아물기도 전에 빨리 돌아오려다 탈이 난 것이다.

책 '공항으로 간 낭만 의사'는 신호철 인천국제공항 의료센터장이 20년 동안 공항에서 환자들을 만나 겪은 일을 기록한 에세이다. 그는 20여 명의 의료진과 함께 연간 7,000만 명의 공항 이용객과 7만여 명의 공항 직원을 돌본다. 책에 의료진의 영웅담은 없다. 대신 약자들과 세상의 순리가 보인다.

미국에서 출발, 인천을 경유해 베트남으로 가는 승객들이 기내에서 잇달아 돌연사한 일이 있었다. 이유가 있었다. 사망자는 베트남에서 태어난 고령의 승객들이었다. 죽기 전에 고향 땅을 다시 밟아 보려고 병에 걸리거나 쇠약해진 몸을 이끌고 장거리 비행에 나섰다가 변을 당한 것이었다.

신호철 지음·저상버스 발행·304쪽·1만7,000원


매일 오후 3시가 되면 그의 진료실엔 피가 줄줄 흐르는 손가락을 부여잡은 환자가 들어온다. 점심시간에 한바탕 전쟁을 치른 뒤 저녁 장사 준비로 바쁘게 재료를 다듬다 손가락을 '썰어 버린' 식당 직원들이다. 그는 환자의 다친 손을 붕대로 과할 정도로 두툼하게 감아준다. 다쳤다는 핑계로 잠시라도 일에서 벗어나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의사 파업으로 의료 공백이 장기화하고 있는 절망적 현실에서 실낱같은 희망을 붙잡게 하는 책이다.

한국일보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26479 카카오·라인야후, 어떻게 해커에 뚫렸나… “오픈채팅방 ID 구조 단순”vs“몰래 심은 악성코드로 시스템 침투” 랭크뉴스 2024.05.27
26478 북한 “6월 4일 전에 위성 발사”…한일중 정상회의 직전 일본에 통보 랭크뉴스 2024.05.27
26477 북한 "6월 4일 전 위성발사"…한중일 정상회의 직전 일본에 통보 랭크뉴스 2024.05.27
26476 [단독] 바이오시티 부지 확보 '마지막 퍼즐'…서울시-경찰청, 면허시험장 이전 논의 박차 랭크뉴스 2024.05.27
26475 ⑤ 동료 소방관의 외침···“영웅 예우보다 보호 노력을”[영웅들은 왜 돌아오지 못했나] 랭크뉴스 2024.05.27
26474 논산 강경천서 휩쓸린 10대…3시간 만에 숨진 채 발견 랭크뉴스 2024.05.27
26473 4집 중 1집은 '적자'‥고물가·고금리에 중산층도 휘청 랭크뉴스 2024.05.27
26472 北 “6월 4일 전 위성발사”…한중일회의 직전 日 통보 랭크뉴스 2024.05.27
26471 ⑤ 남은 이들의 기도···“더는 다치지 않게 하소서”[영웅들은 왜 돌아오지 못했나] 랭크뉴스 2024.05.27
26470 김건희∙김정숙 여사 수사 달렸다…이르면 오늘 檢간부인사 랭크뉴스 2024.05.27
26469 [비즈톡톡] 알뜰폰 시장서도 통신 3사 영향력 굳건하다는데 랭크뉴스 2024.05.27
26468 차량 6대 추돌·25명 부상‥하천 휩쓸린 10대 숨져 랭크뉴스 2024.05.27
26467 특검법 재표결 D-1 '이탈표' 신경전‥연금개혁 공방 랭크뉴스 2024.05.27
26466 적발 뒤 술 마시고 메모리카드 없애고… 김호중식 꼼수 다반사 랭크뉴스 2024.05.27
26465 대전서 차량 7대 들이받고 도주한 50대, 음주운전이었다 랭크뉴스 2024.05.27
26464 짙어지는 'VIP 격노' 정황…'구체적 지시 유무' 규명이 관건 랭크뉴스 2024.05.27
26463 "미제 폭거 물리쳐 줘 고마워요"... 왜곡되는 중국의 6·25 기억 [칸칸 차이나] 랭크뉴스 2024.05.27
26462 "북, 6월 4일 이전 위성 발사"‥한중일 정상회의 직전 통보 랭크뉴스 2024.05.27
26461 공수처, 채 상병 사건 '혐의자 8명→2명' 과정 샅샅이 훑는다 랭크뉴스 2024.05.27
26460 [아침을 열며]‘당분간’ 아프지 않고 싶지만 랭크뉴스 2024.05.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