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23일(현지시각) 미국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의 하버드대에서 열린 졸업식에서 일부 졸업생들이 가자지구 전쟁 반대 천막 농성 참여를 이유로 13명이 학위를 받지 못한 것에 항의하며 퇴장하고 있다. 케임브리지/EPA 연합뉴스
미국 하버드대가 천막 농성을 한 졸업 예정자 13명에게 학위를 주지 않자 졸업식 참가자들이 집단 퇴장하고 교내외 연사들은 비판 연설을 하는 등 홍역을 치렀다.

미국 언론들은 23일(현지시각) 하버드대 졸업식에서 졸업 가운을 걸친 수백 명이 “팔레스타인 해방”을 외치며 퇴장했다고 보도했다. 일부 학생들이 “나가자”고 외치자 다른 학생들이 동조했다.

집단 퇴장은 가자지구 전쟁과 미국의 이스라엘 지원에 반대하는 천막 농성에 참여한 학부 졸업 예정자 13명에게 대학 당국이 학위를 주지 않기로 하면서 촉발됐다. 이들은 다른 학생들과 함께 지난달 24일부터 천막을 치고 농성을 하다 이달 14일 학교와의 협의 끝에 자진 해산했다. 뉴욕타임스는 학생들 사이에서는 학교가 약속을 어기고 징계를 내렸다는 주장을 한다고 전했다. 학생 1500여명과 교수진 500명가량이 학위 수여 거부 방침을 취소하라는 청원을 했지만 하버드대 이사회는 “모범적이지 않은 하버드대생은 학위를 받을 자격이 없다는 규칙이 있다”며 제재를 강행했다.

이날 졸업식 초청 연사인 2021년 노벨평화상 수상자 마리아 레사는 “시위는 건강한 것이다”, “침묵을 강요당해서는 안 된다”며 하버드대의 행태를 면전에서 비판했다. 필리핀계 미국 언론인인 레사는 로드리고 두테르테 전 필리핀 대통령의 폭압 통치를 고발하는 등 표현의 자유를 위해 싸운 공로로 노벨평화상을 받은 인물이다.

또 졸업생 대표 연설자들 중 한 명인 슈루티 쿠마르는 계획한 주제의 연설을 하지 않고 “오늘 졸업하지 못하는 동료 13명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시민 불복종과 표현의 자유에 대한 캠퍼스의 불관용에 매우 실망했다”고 말했다. 이에 많은 졸업생들과 일부 교수들이 기립박수를 쳤다.

졸업식은 이밖에도 앨런 가버 임시 총장이 발언하는 동안 야유가 쏟아지고, 학교 상공에 이스라엘과 미국 국기를 함께 단 경비행기가 날아다니는 등 내내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하버드대는 지난해 10월7일 가자지구 전쟁 발발 직후부터 논란의 중심지였다. 1월 초에는 반유대주의 대응에 적극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하원 청문회에 불려 나간 아이비리그 첫 흑인 여성 총장 클로딘 게이가 물러났다. 그는 사임 전 하버드대 출신 유대계 고액 후원자 등한테 집중적인 낙마 압력에 시달렸다.

미국 일부 대학은 시위를 이유로 졸업식을 취소하기도 했다. 이번 시위의 진앙인 뉴욕 컬럼비아대는 학교 전체 차원의 졸업식을 취소하고 단과대별로 진행했다. 지난 19일 흑인 대학인 모어하우스대 졸업식에서는 조 바이든 대통령이 축사를 할 때 일부 졸업생들이 돌아앉기도 했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한겨레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22192 이숙연 대법관 후보자 재산 170억여원 신고 랭크뉴스 2024.07.08
22191 바르셀로나 시민이 물총 쏘는 이유 “관광객은 집에 가라” [이런뉴스] 랭크뉴스 2024.07.08
22190 끈 없는 정신병원…“환자 안 묶고 치료, 90% 가능합니다” 랭크뉴스 2024.07.08
22189 첫 출근 이진숙, '2인 의결' 계획에 즉답 안 해‥방문진 교체 강행 시사 랭크뉴스 2024.07.08
22188 충북 옥천서 절개지 축대 무너져…1명 사망(종합) 랭크뉴스 2024.07.08
22187 이재명 ‘위증교사’ 재판 9월 30일 결심…이르면 10월말 선고 랭크뉴스 2024.07.08
22186 1년 끌었던 경찰 수사 임성근 대신 대대장에게 책임 있다 랭크뉴스 2024.07.08
22185 '尹 탄핵청원' 청문회 연다는 野…"'검사탄핵' 욕먹자 방향 튼 듯" 랭크뉴스 2024.07.08
22184 필리핀, 유명 유튜버 사망에 '먹방' 금지 검토 랭크뉴스 2024.07.08
22183 공수처, ‘임성근·김건희 계좌 관리인 골프모임 의혹’ 수사 착수 랭크뉴스 2024.07.08
22182 물막이보도 뚝 끊겨‥하천 주변도로 전면통제 랭크뉴스 2024.07.08
22181 당국 엄포도 소용없다… 은행 주담대 금리 2.8%대로 하락 랭크뉴스 2024.07.08
22180 경북 북부 200mm 물폭탄‥주민들 마을회관으로 피신 랭크뉴스 2024.07.08
22179 [2보] 이재명, 공직선거법 이어 위증교사 사건도 9월말 결심 랭크뉴스 2024.07.08
22178 [속보] 이재명 위증교사 재판, 9월 30일 결심공판 랭크뉴스 2024.07.08
22177 임성근 무혐의, 외압 의혹 영향은…공수처 "무관하게 수사" 랭크뉴스 2024.07.08
22176 김 여사 '문자 읽씹' 사과 요구에…한동훈 "답신했다면 국정농단" 랭크뉴스 2024.07.08
22175 한동훈 "당 대표 돼도 영부인과 당무 관련 대화하지 않을 것" 랭크뉴스 2024.07.08
22174 "모든 전공의 행정처분 철회"…복귀카드 다 꺼냈다 랭크뉴스 2024.07.08
22173 한동훈 “당 대표 돼도 영부인과 당무 대화 않을 것” 랭크뉴스 2024.07.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