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현지시각) 미국 메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 하버드대에서 열린 졸업식에서 일부 졸업생들이 가자지구 전쟁 반대 천막 농성 참여를 이유로 13명이 학위를 받지 못한 것에 항의하며 퇴장하고 있다. 케임브리지/EPA 연합뉴스
미국 하버드대 졸업식에서 천막 농성 참여를 이유로 학생 13명에게 학위를 주지 않기로 한 학교 쪽 결정에 반발해 졸업생 수백 명이 퇴장했다.
미국 언론들은 23일(현지시각) 하버드대 졸업식에서 졸업 가운을 걸친 수백 명이 “팔레스타인 해방”을 외치며 퇴장했다고 보도했다. 일부 학생들이 “졸업식장에서 나가자”고 외치자 다른 학생들이 동조했다. 에이피(AP) 통신은 졸업생 대표는 연단에 나와 “이제 연대를 위한 우리의 표현의 자유가 처벌받고 있다”, “캠퍼스에서 시민 불복종에 대한 관용이 사라졌다”며 항의했다고 전했다.
하버드대 졸업생들의 졸업식 집단 퇴장은 가자지구 전쟁과 미국의 이스라엘 지원에 반대하는 천막 농성에 참여한 학생 13명에게 대학 당국이 학위 수여를 하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촉발됐다. 이들은 학교 당국의 요구에 자진해서 농성을 접었지만 학위 수여 취소라는 징계를 받았다.
앞서 학교 쪽의 이런 움직임에 학생 1500여명과 교수진 500명가량이 선처를 요구했다. 하지만 하버드대 이사회는 “모범적이지 않은 하버드대생은 학위를 받을 자격이 없다는 규칙이 있다”며 강력한 제재를 강행했다.
하버드대는 천막 농성 전에도 가자지구 전쟁에 대한 학생들의 움직임과 이에 대한 대응을 놓고 홍역을 치러왔다. 1월 초에는 반유대주의 대응에 적극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하원 교육위원회 청문회에 불려 나간 아이비리그 최초의 여성 흑인 총장 클로딘 게이가 물러났다. 게이 총장은 사임 전 하버드대 출신 유대계 고액 후원자 등한테 집중적인 낙마 압력에 시달렸다.
가자지구 전쟁에 반대하는 대학생들의 전국적 시위와 맞물려 미국 대학 졸업식들은 여러 곳에서 차질을 빚고 있다. 일부 학교는 졸업식을 취소했다. 시위의 진앙인 뉴욕 컬럼비아대는 야외에서 하기로 예정했던 학교 전체 차원의 졸업식을 취소하고 단과대별로 진행했다. 지난 19일 조지아주 흑인 대학인 모어하우스대 졸업식에서는 조 바이든 대통령이 축사를 할 때 일부 졸업생들이 돌아앉기도 했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